[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토트넘 홋스퍼를 25년간 운영하며 뚜렷한 명암을 남긴 다니엘 레비(63) 회장이 물러났다.

토트넘은 5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레비 회장이 25년간 역임했던 회장직에서 사임했다"고 밝혔다. 레비 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토트넘을 맡아 세계적으로 가장 상업성이 뛰어난 클럽으로 변모하는데 주도했던 인물이다.

토트넘은 "레비 회장 체제에서 토트넘은 완전히 변화했다. 지난 20년간 18차례나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대항전에 출전하며 빅클럽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며 "시설 투자에도 상당한 성과를 냈다. 세계적인 수준의 신축 경기장을 건설했고, 최첨단 훈련장도 가지게 됐다. 최근에는 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달성하며 꾸준히 성장했다"고 레비 회장의 성과를 조명했다.

실제로 토트넘은 레비 회장이 부임하기 전만 해도 별 볼일 없던 클럽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중위권에 머물며 우승권과 거리가 멀었던 곳이다. 이를 레비 회장이 연고지의 힘을 바탕으로 확실한 투자를 받아오고, 선수단은 철저한 주급 체계를 도입해 탄탄한 재정을 구성하게 했다.

그 결과 레비 회장 체제에서 토트넘은 2007-08시즌 영국풋볼리그(EFL) 칼링컵(현 카라바오컵) 우승, 2016-17시즌 프리미어리그 준우승, 2018-1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024-25시즌 UEFA 유로파리그 우승 등 굵직한 타이틀을 확보했다.

무엇보다 토트넘의 브랜드 가치를 크게 키웠다. 성적 이상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클럽을 만들었다. 회계법인 딜로이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24시즌 토트넘의 전체 수익은 5억 2,800만 파운드(약 9,885억 원)로 한 해 전보다 소폭 줄었으나, 상업 수익이 2억 2,800만 파운드(약 4,268억 원)에서 2억 5,500만 파운드(약 4,774억 원)로 늘어 돈을 가져오는 수완을 발휘했다.

이는 레비 회장의 역작과 다름없는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다목적으로 활용한 결과물이다. 단순히 토트넘의 홈경기만 개최하는 것이 아닌 슈퍼스타들의 콘서트와 다양한 행사, 심지어 미국 프로스포츠와 연계를 통해 미국프로야구(MLB), 미식프로풋볼(NFL) 등을 성대하게 열었다.

다만 25년간 절대적인 트로피 확보에 있어서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메이저대회에서 분전한 끝에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환하게 웃었으나 레비 회장 체제에서 트로피는 2개에 불과하다. 이러한 원인으로 레비 회장이 과도하게 주급 체계를 낮춰 우승에 도전할 만한 선수들을 영입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일었다. 더불어 에이스들을 빅클럽으로 자주 보내는 모습도 보여 현지 팬들은 오랫동안 '레비 아웃'을 외쳐왔다.

최근까지도 "레비 회장은 토트넘을 떠나라"는 목소리가 홈구장을 도배하긴 했으나 사임 결정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더구나 레비 회장이 스스로 직함을 내려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토트넘 내부가 급격히 변했다. 토트넘을 소유한 ENIC 그룹의 루이스 가문은 토트넘 운영을 철저하게 살폈고, 구단주의 딸인 비비안 루이스가 구단 운영의 뜻을 보이면서 레비 회장을 내보내는데 힘을 보탰다"고 알렸다.

이번 여름 토트넘이 이례적으로 큰 돈을 이적시장에서 투자한 배경에도 비비안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영국 매체 '풋볼런던'은 "레비 회장의 퇴진은 토트넘 구단주가 더 많은 우승을 위해 꺼내든 마지막 퍼즐"이라고 비비안을 중심으로 한 추후 구단 운영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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