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만 바꾸면 끝?…홍명보 시절엔 상상도 못한 하극상 추태, 울산 구단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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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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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HD가 신태용 감독을 부임 65일 만에 경질한 이후 K리그 초유의 하극상 논란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지난 18일 광주FC전에서 이청용(37)이 페널티킥 골을 넣은 뒤 골프 클럽을 휘두르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전임 감독을 조롱한 사건은 무너진 울산의 조직 시스템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K리그 3연패를 달성하며 왕조를 구축했던 울산이 불과 1년 만에 이처럼 추락한 본질적 원인은 명확하다. 구단이 리빌딩 방향을 확립하지 않은 채 감독만 교체했고, 선임 후에도 권한을 집중시키지 않아 컨트롤 타워가 무너졌다. 우승 후 노장 정리 없이 스쿼드를 유지하다 보니 고참 선수들이 감독을 건너뛰고 구단 고위층과 직접 소통하는 비정상적 구조가 굳어졌고, K리그 네트워크가 부족한 김판곤·신태용 감독은 선수단 제어에 실패했다.
울산이 2022~2024년 3연패를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홍명보 감독의 확고한 권위가 있었다. 홍 감독은 선수 시절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이끈 지도자로 K리그에서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명성을 쌓았다. 그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를 지내며 행정가의 면모까지 갖췄다.
그런 홍 감독은 2024시즌을 앞두고 이청용을 전력 외 자원으로 통보했다. 김광국 전 대표는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감독은 이청용 선수를 통해 선수단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선수단의 반발이나 하극상 같은 문제는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았다. 홍 감독의 권위 앞에서 어떤 불만도 조직 밖으로 새어 나갈 수 없었다.
이후 김판곤과 신태용 감독 체제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각각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대표팀에서 성과를 냈지만 K리그 네트워크가 부족했고, 홍 감독 시절 확립된 권위를 이어받지 못했다. 노장 선수들이 구단과 직접 소통하는 비정상적 구조는 더욱 공고해졌다.
이와 달리 전북 현대는 거스 포옛 감독에게 명확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부여하며 반전에 성공했다. 지난해 10위로 추락해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밀렸던 전북은 올 시즌 통산 10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포옛 감독은 부임 직후 코칭스태프 구성에 전권을 요구했고, 구단은 이를 전폭 수용했다. 감독과 선수 간 심리적 유대를 강조하며 선수단 내 불평 없는 벤치 문화를 만들었고, 이는 22경기 무패와 조기 우승으로 이어졌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주방 직원부터 통역사까지 모두가 한 팀”이라고 말한 것처럼 조직 전체가 일체감을 형성했다.
울산은 정반대였다. 고참 선수들이 감독을 무시하고 구단과 직접 소통하는 구조를 방치했다. 지난 1일 상하이 선화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경기 직후 일부 고참 선수가 구단 고위층과 면담을 통해 “감독과는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고 전달하면서 경질이 결정됐다. 신태용 감독은 경질 후 “선수들이 구단과 직접 소통하며 감독을 건너뛰었다”고 폭로했다.
울산의 실패는 우승 후 과감한 세대교체를 실행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김 전 대표는 우승 직후 “두 번 우승했다고 해서 세 번째 우승이 쉽게 오지 않는다”며 경각심을 드러냈지만, 구단의 시도는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다.
우승팀의 노장 선수들은 정리하기 어렵다. 우승에 기여했기 때문에 존재감이 크고, 팬들의 반발을 생각하면 구단 내부에서도 쉽게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 울산은 이 딜레마를 극복하지 못했고, 노장 선수들이 구단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구조가 굳어졌다.
울산의 선택지는 명확하다. 우선 구단이 세대교체를 목표로 삼았다면 세부적으로 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김대길 본지 해설위원은 “K리그 네트워크가 강하고 선수단을 장악할 네임밸류를 갖춘 감독을 우선 선임해야 한다”면서 “그에게 선수 영입과 방출부터 훈련까지 모든 권한을 집중시켜야 컨트롤 타워 부재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구단의 역할과 감독의 역할을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 구단은 장기적 정체성을 세우고 선수 영입 정책을 수립한 뒤 감독과 협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선수들의 의견은 감독을 통해 구단으로 전달되고, 구단은 이를 반영하는 정상적 소통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감독을 건너뛰고 선수들이 직접 구단과 소통하는 비정상적 구조를 방치하면, 같은 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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