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위에 낭만을 더한 MLB 전설 커쇼, 은퇴도 '커쇼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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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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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클레이턴 커쇼(37·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부상 탓에 2024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에 못 뛰었지만, 월드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다저스 동료들과 동행했다.
월드시리즈 우승 퍼레이드까지 참석한 뒤에야 커쇼는 수술대에 올랐다.
커쇼는 수술을 미룬 이유를 "동료들과 함께 다닐 때 불편할 수 있으니까"라고 밝혔다.
자신이 마운드에 설 수 없을 때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해도 커쇼는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처럼 기뻐할 수 있다고 했고, 실제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으로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디애슬레틱은 커쇼의 '올 시즌 뒤 은퇴' 발표가 난 19일(한국시간) "커쇼는 선발 등판한 모든 경기를 자신이 마무리하고 싶어 하고, 포스트시즌에서는 짧은 휴식 후 등판을 강행하는 투수였다"고 떠올리며 "이런 유형의 투수는 커쇼가 마지막일 것"이라고 커쇼의 '낭만'을 조명했다.
커쇼는 명예의 전당 입성을 예약한 투수다.
뛰어난 기록 위에 낭만을 더해, 커쇼는 더 특별한 선수가 됐다.
커쇼는 18시즌 동안 뛰며 222승 96패, 평균자책점 2.54, 3천39탈삼진을 기록했고, 사이영상 3회,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를 1번 차지했다.
고교 시절 USA투데이 선정 '올해의 미국 고교야구 선수'로 선정된 커쇼는 2006년 MLB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다저스에 지명됐다.
2008년 5월 26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홈 경기에서 빅리그 데뷔전을 치른 커쇼는 6이닝을 5피안타 2실점, 7탈삼진으로 막았다.
당시 커쇼는 20세67일로, 현역 빅리거 중 가장 어렸다.
그해 7월 28일 워싱턴 내셔널스와 경기에서는 6이닝 4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MLB 첫 승을 거두며 200승으로 향해 첫걸음을 뗐다.
2011년부터 '커쇼의 시대'가 열렸다.
커쇼는 그해 21승 5패, 평균자책점 2.28을 올리며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을 처음으로 받았다.
2013년(16승 9패·평균자책점 1.83), 2014년(21승 3패·평균자책점 1.77)에도 NL 사이영상의 주인공은 커쇼였다.
2014년에는 NL 최우수선수로도 뽑혔다. 투수가 NL 최우수상에 오른 건, 1968년 밥 깁슨 이후 46년 만이었다.
커쇼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200이닝 이상을 던지고, 2014년에 198⅓이닝을 던진 뒤, 2015년 232⅔이닝을 소화한 커쇼는 이후 허리와 어깨 부상이 이어져 고전했다.
커쇼를 더 힘들게 한 건, 포스트시즌 징크스였다.
커쇼의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13승 13패, 평균자책점 4.49다.
'다저스 에이스' 커쇼의 명성에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다.
첫 우승을 차지한 2020년 월드시리즈에서 커쇼는 1차전과 4차전 승리 투수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2023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NL 디비전시리즈(DS) 1차전에서는 ⅓이닝 6피안타(1홈런) 1볼넷 6실점으로 난타당했다.
이날 경기 뒤 커쇼는 아내에게 "은퇴하겠다"고 말했다.
디애슬레틱은 "커쇼가 예전에도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무너진 적은 있지만, 그렇게 쇠약해 보인 건 처음이었다"며 "당시 커쇼는 왼쪽 어깨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자존심에도 상처를 입어, 정신적으로도 지쳤다"고 회상했다.
마음의 상처를 급하게 봉합하고 어깨 수술을 받았지만, 2024년 커쇼는 7경기만 등판해 2승 2패, 평균자책점 4.50에 그쳤다.
하지만, 다저스 동료들과 가을 무대에서 동행하며 다시 '야구하는 즐거움'을 느꼈다.
"부상에 굴복해 은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의욕도 자랐다.
결국, 커쇼는 2025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750만달러에 1년 계약을 했다.
19일 현재 커쇼의 올 시즌 성적은 20경기 10승 2패, 평균자책점 3.53이다.
현역 연장을 선택할 수 있을 때, 커쇼는 은퇴를 선언했다.
폴 골드슈미트(뉴욕 양키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커쇼"라며 "그의 유니폼을 사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양키스 에이스 게릿 콜은 "역대 최고의 왼손 투수", 은퇴한 왕년의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는 "역대 최고의 투수"라고 커쇼에게 찬사를 보냈다.
전 다저스 동료 알렉스 우드는 "커쇼는 포스트시즌에서 누구보다 많은 짐을 떠안았다"고 떠올렸다.
커쇼는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할 때도 많았다.
2020년 마침내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에 커쇼는 집에서 퀸의 '위 아 더 챔피언스'를 몇 주 동안 반복해서 들었다고 했다.
커쇼는 "어느 순간 내 어깨의 짐이 익숙해져서 그 무게가 얼마나 나를 누르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올해가 끝나면 그런 부담감에서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커쇼의 아내 앨런은 다섯째를 임신 중이다.
커쇼는 은퇴를 발표하기 전부터 "언젠가 은퇴해도 다섯 아이와 지내면 심심할 틈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언론도 커쇼의 은퇴 소식을 전하며 "커쇼가 아이들에게 돌아갈 준비를 한다"고 표현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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