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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고뇌, 명장과 역적은 공 하나 차이… 김서현 투입의 재구성, 이래서 야구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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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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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1로 앞선 6회 통한의 동점 3점 홈런을 맞은 김서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대구, 김태우 기자] 한화는 22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플레이오프 4차전을 앞두고 내심 여기서 시리즈를 끝내겠다는 전략을 짰다. 지면 시즌이 그대로 끝나는 삼성은 무조건 총력전이었지만, 경기 전 구상은 한화의 총력전도 만만치 않았다.

관심은 한화가 마운드 운영을 어떻게 가져가느냐는 것이었다. 한화는 당초 순번대로라면 4차전 선발로 나섰어야 할 문동주를 3차전 불펜에서 소모했다. 그렇게 1승을 가져갔지만 4차전 선발이 비었다. 일단 정우주를 낙점했다. 패스트볼 구위가 워낙 좋은 선수고, 3~4이닝 정도는 최소 실점에서 막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정우주는 올해 선발로 빌드업을 한 선수가 아니다. 정규시즌 한 경기 최다 투구 수도 54구였다. 80구 이상을 바라기는 무리였다.

그래서 불펜 투수들이 모두 대기하고, 각각 1·2차전 선발로 나섰던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라는 외국인 선수까지 모두 대기시킨다는 구상이었다. 경기에서 이기고 있거나 정황상 승리 확률이 높다면 1차전 선발이었던 폰세를 붙여 이 시리즈를 끝내겠다는 계산이었다. 복잡한 방정식이기는 했지만, 경기 초반에는 불펜 운영이 비교적 무난하게 흘러갔다.

1회 문현빈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얻은 한화는 정우주가 기대 이상의 투구를 해줬다. 3회까지는 무실점이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벗어난 셈이었다. 그리고 4회 정우주가 1사 후 디아즈에게 우전 안타를 맞자 교체를 결정한다. 결과론이 아니더라도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정우주의 패스트볼 구속은 4회부터 떨어지고 있었고, 투구 수는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67구였다. 게다가 1회부터 전력 투구 중이었다. 힘이 떨어질 때가 됐다.

▲ 4회 첫 위기에서 좌완 상대 가장 강한 카드인 김범수를 쓴 선택은 잘 맞아 떨어졌다 ⓒ곽혜미 기자

한화는 여기서 가장 믿을 만한 좌완인 김범수를 투입한다. 김영웅과 김태훈을 잡기 위한 포석이었다. 어차피 여기서 뒤집히면 아껴봐야 쓸 일이 없었다. 김범수는 믿음에 부응했다. 김영웅을 삼진으로 처리했다. 삼성이 우타자 박병호를 대타로 투입했지만 김범수가 박병호까지 삼진으로 잡으면서 첫 불펜 투입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리고 5회 문현빈이 3점 홈런을 터뜨리며 4-0까지 앞서 나갔다.

5회는 박상원이 깔끔하게 지운 가운데, 6회를 앞두고는 폰세와 와이스가 불펜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잡혔다. 이 리드가 이어지면 폰세를 경기 막판에 붙이겠다는 전략이 잘 드러났다. 하지만 4-0으로 앞선 6회 일이 터졌다. 6회 투입된 황준서가 김지찬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맞은 뒤 김성윤에게 볼넷을 내준 것이다. 상대 좌타 라인에 좌완 황준서를 붙였는데 결과는 대실패였다. 결국 황준서는 구자욱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강판됐다.

많은 이들이 폰세의 투입을 예감하고 있던 시점, 한화 벤치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한다. 김서현이 들어왔다. 김서현은 올해 한화의 마무리로 뛰어난 활약을 했으나 시즌 막판부터 커맨드 난조로 실점이 많았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9-6으로 앞선 9회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2실점했다. 마무리가 등을 보이며 강판됐다. 여기에 좌타자 디아즈와 김영웅이 버티고 있었다. 김서현이 완전히 무너지든, 김서현을 살려서 한국시리즈에 가든 둘 중에 하나였다. 어쩌면 중간이 없는 선택이었다.

▲ 김서현은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이며 부진을 만회하는 듯 했으나 실투 하나에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곽혜미 기자

1차전 부진에도 불구하고 김경문 한화 감독은 김서현을 믿었다. 그래서 이 중요한 시점에 올렸다. 이 교체는 성공하는 듯했다. 김서현이 디아즈를 2루 땅볼로 잡아냈다. 그리고 김영웅 타석 때도 위력적인 패스트볼로 두 차례 헛스윙을 유도하며 유리한 카운트를 잡았다. 트랙맨 기준으로 초구는 시속 156.2㎞, 2구는 155.4㎞가 나왔다. 경기 후 김영웅도 김서현의 구위를 인정했다. 그는 “타이밍 많이 앞에 두고 쳤는데도 늦었다. 높은 공은 못 치겠다 싶었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화의 모든 게임 플랜을 망치는 실투가 나왔다. 한화 포수 최재훈도 김영웅의 방망이가 늦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높은 쪽 패스트볼을 요구했다. 그런데 이 공이 낮게 들어갔다. 다른 타자였다면 일단 존을 좁히고 중타이밍에 타격을 했겠지만, 하필 타자는 3연속 헛스윙을 하더라도 돌릴 때는 풀스윙을 하는 김영웅이었다. 우중간 담장을 넘겨 동점 3점 홈런으로 이어졌다. 완벽한 실투였다. 요구대로 높은 쪽에 공을 던졌다면 김영웅도 인정하듯이 좋은 결과가 될 가능성이 컸다.

동점이 되면서 한화는 폰세 카드를 쓰기가 애매해졌다. 여차하면 5차전 선발로 나가야 하는 폰세를 승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쓸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한화는 한승혁으로 가야 했다. 버티면서 타선이 다시 리드를 만드는 점수를 내주면 그때 폰세를 쓰는 방향으로 수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승혁이 7회 김영웅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맞으며 폰세 카드 사용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다. 한화도 5차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타자인 김영웅은 헛스윙 두 번을 하고도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곽혜미 기자

만약 김서현이 역전을 당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닝을 마쳤다면, 한화는 폰세를 앞세워 리드를 지키고 이날 플레이오프를 끝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주자가 두 명 깔린 상황에서 올라갔기 때문에 김서현이 1점 정도 내준다고 해도 뭐라 할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면 김서현의 기까지 살리고 한국시리즈로 갈 수 있었다. 폰세도 2이닝 정도를 던졌기에 한국시리즈 1차전 등판 가능성이 살 수 있었다. 모든 것을 다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됐다면 김경문 감독의 불펜 운영은 찬사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실투 하나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었던 전략이 비판받는 투수 교체로 한순간에 바뀌었다. 김서현이 받은 데미지도 컸다. 딱 공 하나 차이였다. 이래서 야구가 참 어렵다.

▲ 모든 것을 다 잡을 수 있었던 김경문 감독의 전략은 결국 실투 하나로 모든 게 어그러졌다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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