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지 강원FC 대표 아들과 ‘0분 출전’ 선수들…프로축구 ‘깜깜이 입단’을 밝힌다 [더게이트 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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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게이트]
K리그에 만연했던 '선수 입단 비리'의 실체가 드러나 법의 심판을 받은 건 9월이다. 프로축구 K2(2부리그) 안산 그리너스FC 이종걸 전 대표이사, 임종헌 전 감독, 그리고 최동현 에이전트가 선수 입단을 대가로 수천만 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나란히 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 사건을 "고질적인 병폐"라 규정했고, 재판부는 "축구계의 주요 인사들이 프로축구단 입단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했다"고 질타했다.
취재 중 만난 축구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안산 그리너스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축구판 선수 입단 비리는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다. 부패를 조장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게이트]는 1부리그인 K1에서도 입단 절차의 불공정성과 불투명성이 심하다는 제보를 받아 취재를 진행했다. 그리고 취재 중 뜻밖의 이름과 마주했다. 바로 '2002년 한일 월드컵' 멤버이자 '스타 골키퍼 출신'인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다.

[더게이트]가 강원FC를 취재하며 가장 자주 접한 이름은 축구 전문 에이전트사인 'A사'다. A사는 김병지 강원FC 대표의 장남 김OO 씨가 다닌 회사다.
2023년 1월 김 대표가 강원FC 대표이사로 부임한 뒤 공교롭게도 아들이 근무한 A사 소속 선수 5명이 순차적으로 강원FC 유니폼을 입었다. 2024년 1월 입단한 선수를 제외하면 2024년 12월부터 2025년 3월까지 4개월 사이 4명이 집중적으로 입단했다.
그러나 [더게이트] 취재 결과 11월 3일 기준 5명 선수 가운데 K리그 그라운드를 밟은 선수는 단 1명도 없었다. 당연한 이유로 5명 선수의 K리그 공식 출전 기록을 모두 합치면 '0분'이었다.
취재 결과 1명은 입단 1년 만에 상호 계약 해지로 팀을 떠났고, 다른 1명은 K리그 경험이 전무함에도 K리그 통산 100경기 이상 출전한 베테랑 멀티플레이어와 맞트레이드 되더니, 6개월 만에 K3 구단으로 임대됐다.
[더게이트] 취재에 응한 제보자 B씨는 "김 대표의 아들 김OO 씨가 선수들에게 'A사로 오면 강원FC에 보내준다'는 식의 얘길 했다. 김 대표 역시 계약 만료 선수들에게 'A사와 계약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실이라면 지자체 프로구단 대표가, 아들이 근무하는 특정 에이전트사가 이득을 취하도록 도와줬다는 얘기가 된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김 대표의 아들 김00 씨의 공인 에이전트 여부다.
복수의 제보자는 김00 씨가 에이전트처럼 일했지만, 정작 국제축구연맹(FIFA) 공인 에이전트가 아닌 A사 직원에 불과했다고 증언했다. 한 제보자는 "강원FC 대표이사 아들이라는 신분은 계약 만료를 앞뒀거나, 프로 입단이 필요한 절박한 선수에겐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강원도가 국회에 제출한 '도비 집행 자료'를 뜯어보면, 강원FC의 이적료는 2023년에서 2024년 고작 1.52% 증가(약 23억 원대 사실상 동결)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에이전트 수수료는 3억 8천564만에서 5억 2천235만 원으로 35.45% 급증했다. 이적료 100원당 수수료가 16.79원에서 22.40원으로 뛴 것이다. 선수 사 오는 규모는 그대로인데, 에이전트 몫만 유독 커진 셈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은 10월 국정감사를 준비하며 강원FC에 '선수 영입/임대/이적 현황'과 '각 선수 에이전트사'와 관련한 자료를 요청했다. 강원FC와 같은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지자체 시민구단은 기업 구단과 달리 자료 공개에 협조적이다. 하지만, 강원FC는 달랐다.
강원FC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7호를 근거로 "경영상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공문을 보냈다. 최종 결재자는 '대표이사 김병지'였다.
강원도는 강원FC에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해마다 120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국민 혈세다. 그럼에도 강원FC는 국회 자료 제출을 거부한 채 '궁금한 게 있으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열람하라'는 대응으로 일관했다.
문체위 한 의원실의 보좌관은 "'전자공시 열람' 운운은 국회를 바보 그 이하로 본다는 소리"라며 "바보들이 얼마나 유능한지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강원FC 건은 국정감사 이후에도 계속 다룰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더게이트]는 취재 중 김 대표 아들이 재직했던 A사 대표가 박한동 한국대학축구연맹 회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 회장은 2025년 초 대학축구연맹 회장에 당선되기 전까지, A사 대표로 유니폼 사업과 축구 에이전트사 경영을 병행했다.
국내 모든 대학 축구팀을 관장하는 공적 위치의 인물이 사적인 선수 에이전시와 용품 사업을 겸한다는 건 좀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한 대학 감독은 "노동부장관이 인력 파견 사업과 함께 안전모 사업까지 한다고 생각해봐라. 그걸 정상이라고 보겠느냐"며 "박 회장의 전임자도 똑같았다"고 했다.
사실이다. 박 회장 이전 대학축구협회 전임 회장 역시 스포츠용품사 대표를 맡아 20년 동안 겸직했다. 당시 많은 대학 축구부가 이 회장이 운영하는 스포츠용품사 유니폼을 입었다. 앞의 대학 감독은 "대학 축구부들이 이번엔 박 회장이 운영하는 A사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왜냐? 알아서 잘 보여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런 일이 되풀이되는 걸 막아야 한국 대학축구가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춘천시민축구단과도 관계가 깊었다. 춘천시민축구단은 2020년부터 박 회장이 대표였던 A사와 용품 스폰서십을 맺었다. 계약서에 따르면 후원 금액은 2022-23년 연 1천500만 원에서 2024-25년 연 2천만 원으로 증액됐다. 박 회장의 A사(축구 에이전트사) 소속선수 3명도 그 사이 춘천시민축구단에 입단했다.
참고로 A사는 '선수 입단 비리'로 구단 수뇌부에게 실형이 선고된 안산 그리너스와도 스폰서십 관계였으며, A사 소속 선수가 4명이나 입단한 전력이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게이트]는 박 회장에게 직접 입장을 물었다. 박 회당은 대학연맹 회장직과 사업 겸직에 대해 "대학 감독들에게 (A사 용품을 사라는) 그런 얘기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밝힌 뒤 "(회장직을 맡으면서) 브랜드 사업은 다른 분 앞으로 다 사업자를 넘겨줬다"고 말했다. 에이전트사 운영 역시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 때문에 다 넘겨줬다"고 해명했다.
김병지 대표 아들 재직 건에 대해선 "월급 받는 직원이 아니었다. 잠깐 우리 회사에 와서 일 배우다가 영국으로 유학 갔다"고 답변했다. 김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선 "그저 친분만 있을 뿐, 사업적으로는 관계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박 회장은 춘천시민축구단에 A사 소속 선수 3명이 입단한 것과 관련해선 "사업을 위해 유니폼 스폰서십을 맺은 것 뿐, 그와 함께 선수를 집어넣으며 뒷돈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모 축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A사 브랜드 사업을 다른 사업자에게 넘겨줬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법인 등기부등본만 떼면 3분도 안 돼 알 수 있는 일인데 왜 거짓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더게이트]는 이 부분을 추가로 보도할 예정이다.

[더게이트]는 김병지 강원FC 대표에게도 입장을 물었다. 김 대표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더게이트]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는 "프로구단은 대표이사가 선수를 혼자 결정하고 뽑는 시스템이 아니"라면서도, 선수 선발 과정과 방식에 대해선 "'비밀유지 조항'이 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안산 사건을 보듯 구단이 어떤 시스템으로 선수를 뽑았는지는 언젠가 밝혀지게 돼 있다"며 "구단 대표가 '얘 한번 봐봐' 하면 밑에서 뽑을 수 밖에 없는 게 대한민국 축구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아들 김 씨가 입단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구단에 공식적으로 문의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아들 일을 왜 구단에 묻느냐'는 질문엔 "모든 건 구단에 정식으로 문의하라"고 했다. [더게이트]는 10월 21일 강원FC에 공식 질의서를 보냈으나, 구단은 10일까지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복수의 축구계 관계자는 모든 의혹의 근본 원인이 '사람'이 아닌 '구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구단 고위직이나 연맹 회장직이 '선거'나 정관계의 '천거'로 결정돼, 축구판 자체가 본질적으로 '정치판'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축구판은 '저질 정치의 축소판'"이라며 "임기 내에 다 해먹지 못하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고 꼬집었다.
이렇게 '정치판'이 된 구조는 현장에서 곧바로 '입단 거래'라는 검은 관행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지자체 구단 관계자 C 씨는 "K1은 1억~1억 5천만 원, K2는 5천만 원 선"이라며 '입단 성사금' 가격표를 귀띔했다. 이 '가격표'는 단순한 풍문이 아니다.
실형이 선고된 K2 안산 그리너스 사태에서, 이종걸 전 대표는 재판에 넘겨진 건 선수 2명의 입단 대가로 5천만 원 상당의 벤츠 승용차와 2천700만 원 상당의 고가 명품 시계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한 에이전트는 "이 전 대표가 5천만 원 상당의 벤츠를 수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K2 입단금이 5천만 원'이라는 소문이 정설로 굳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입단 가격표의 실체가 공식적으로 처음 드러난 건 역설적이게도 국회다. 10월 27일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매우 유의미한 질의를 했다. 국회 사상 최초로 '축구단 입단 가격표'의 존재를 알린 것이다.
민 의원은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축구 에이전트가 입단을 성사시키면 1부리그 K1에서 얼마나 받는 거 같냐"고 물은 뒤 "(K1은) 1억 5천, K2리그는 5천, 3부리그는 3천"이라고 설명했다. 민 의원은 이어 "여기(강원FC) 입단한 선수 중에 몇 명의 커리어를 보면 '도대체 저거 아니고서는 입단했을까' 싶은 의혹들이 있다"며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입단 성사금' 외 또 다른 방식도 존재한다. 시·도 축구협회 회장 C는 "특히 신인급 선수의 경우, 프로 경력이 절실한 점을 악용해 에이전트가 선수 연봉을 뒤로 받기도 한다"며 "선수는 '프로구단 입단'이라는 경력 한 줄을 위해 사실상 '무료'로 뛰고, 에이전트는 결탁한 구단을 통해 선수 연봉을 대신 챙기는 구조"라고 폭로했다.
부실한 스카우팅 시스템 역시 유착의 핵심 고리로 지목됐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국외 구단은 자체 시스템으로 체계적인 검증 과정을 통해 선수를 '발굴'하지만, 국내는 스카우트의 '추천'에 의존한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연봉이 낮고, 계약직인 스카우트들이 에이전트의 접대나 뒷돈 유혹에 쉽게 노출되고, 결국 실력이 아닌 '뒷배'로 입단이 결정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거래가 은밀하다는 점이다. 복수의 축구계 관계자는 "모든 건 현금으로 거래된다"며 "물증을 좀체 잡기 어려운 만큼, 변죽만 올리는 수사가 아닌 수사기관의 대대적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김병지 대표 아들이 재직했던 에이전트사의 선수 5명이 '0분 출전'으로 벤치를 지키는 동안, 강원FC의 에이전트 수수료 지출은 35% 급증했다. 숫자는 이미 '의혹'이라는 공을 띄웠다.
하지만 강원FC는 '비밀 조항'이라는 벽 뒤에 숨어,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선수 영입 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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