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은 이치로를 처음 보고 왜 씩 웃었을까… 24년 전 그날, 김병현의 진심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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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병현(46)은 박찬호와 더불어 한국 야구의 신기원을 연 개척자다. 대학을 다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혜성처럼 빅리그 무대에 등장했고, 짧은 기간 대단한 임팩트를 남기며 여전히 많은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회자되는 이름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 팬들에게는 대단히 독특한 투구폼을 가지고 있었고, 이 투구폼에서 나오는 강력한 구위의 공들은 매력을 어필하기에 충분했다. 동양에서 온 한 선수의 시원시원한 투구에 많은 팬들이 열광하기도 했다. 성적도 뛰어났다. 1999년 애리조나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김병현은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전성기를 내달렸다. 2002년에는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등 박찬호와 더불어 한국인 선수의 위상을 드높였다.
김병현은 2000년 애리조나에서 61경기에 나가 6승6패14세이브 평균자책점 4.46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2001년에는 78경기에서 5승6패19세이브 평균자책점 2.94의 빼어난 성적으로 전성기를 열었다. 2002년은 정점이었다. 72경기에서 84이닝을 던지며 8승3패36세이브 평균자책점 2.04로 활약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 대열까지 등극했다.
그 와중에 한 타자와 상대는 지금도 많이 회자된다. 바로 일본프로야구를 평정하고 200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스즈키 이치로와 첫 만남이다. 이치로는 2001년 데뷔 시즌 157경기에서 242안타를 치며 아메리칸리그 신인상·최우수선수(MVP)·골드글러브·실버슬러거를 모두 쓸어 담는 전설의 시즌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두 선수의 첫 만남은 2001년 7월 17일(한국시간) 성사됐다.

여전히 영상으로 남아 있는 두 선수의 첫 맞대결은 9회 벌어졌다. 당시 김병현은 이치로를 상대로 거침없는 승부를 벌이더니 결국은 포수 뜬공으로 잡아내고 첫 대결을 승리로 장식했다. 그런데 이치로가 타석에 들어서자 김병현이 마운드에서 계속 웃는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보통 투수들은 이벤트 경기가 아닌 이상 마운드에서 잘 웃지 않는다.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치로의 타석 준비를 마운드에서 지켜보던 김병현은 웃더니 잠시 쉼호흡을 크게 하고 힘차게 공을 던졌다. 초구는 낮은 쪽 스트라이크, 2구는 높은 쪽 볼이었다. 3구는 바깥쪽에 살짝 빠지는 볼이었고 결국 4구째 승부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최근 SPOTV에서 메이저리그 해설로 팬들을 만나고 있는 김병현은 MLB 코리아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 당시를 떠올리면서 일반인들의 오해가 아니라 이치로를 너무 좋아했고 또 만난 것이 설레어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앞에 둔 본능적인 행동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존경하는 선수와 직접 맞대결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흥분이었을 수도 있다.

김병현은 “이치로 선수가 타석에 딱 들어섰는데 그전부터 내가 좋아했던 선수이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서 웃었던 영상이 있을 것이다. 약간 그게 사람들이 오해할 수도 있지만 그런데 기분 좋고 설레어서 내가 웃었다”고 솔직하게 말하면서 “그 타석에서는 플라이볼로 잡기는 잡았다”고 떠올렸다.
이어 이치로를 메이저리그에 가기 전부터 좋아했다고 말하면서 “나도 체구가 작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선수들은 페드로 마르티네스, 이치로, 이렇게 약간 호리호리하면서 힘을 전체적으로 끝에서 끝까지 다 쓸 수 있는 선수들을 좋아했다”면서 “그런데 그중에 끝판왕이 타자에서는 이치로 선수였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어떻게 보면 김병현으로서는 하나의 희망이었을 수도 있는 선수가 바로 이치로였던 셈이다.
이치로는 이후에도 메이저리그에서 경력을 이어 가 통산 2653경기에서 3089안타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20대 중·후반의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왔기에, 아마도 어린 시절부터 뛰었다면 4000안타는 가뿐히 넘었을 것이라는 가정도 존재한다. 김병현과 이치로는 이 대결 이후 총 네 번을 더 만났다. 2003년에는 김병현이 다시 땅볼을 잡아냈지만, 2006년 7월 2일 열린 맞대결에는 이치로가 우익수 방면 2루타, 볼넷, 좌전 안타를 얻어내며 김병현을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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