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이 고향 팬들 앞에서 빨간 바지의 마법을 펼쳤다. 고향 인근 전남 해남군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5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김세영은 19일 전남 해남군 파인비치 골프링크스(파72)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 버디 6개, 보기 1개로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 합계 24언더파 264타를 기록한 김세영은 2위 하타오카 나사(일본)를 4타 차이로 제치고 우승했다.

대회 첫날 10언더파를 몰아치며 단독 선두로 나섰던 김세영은 나흘 모두 선두로 경기를 마치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김세영은 2020년 11월 펠리컨 챔피언십 이후 5년 만에 우승컵을 추가해 LPGA 투어 통산 13승을 기록하게 됐다. 또 한국 선수로는 2021년 고진영에 이어 4년 만에 이 대회 우승컵을 탈환했다. 올 시즌 한국 선수들의 LPGA 투어 우승은 6승으로 늘어 일본(5승)에 1승 앞서게 됐다.

4타 차 단독 선두로 이날 경기를 시작한 김세영은 고향이 해남 북쪽에 접해있는 영암이다. 김세영에 6타 뒤진 공동 4위로 이날 김세영의 바로 앞 조에서 경기한 이소미는 해남 동남쪽에 접해있는 완도 출신이다.

한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LPGA 투어 대회에서 선전을 펼치고 있는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고향 사람들이 몰리면서 이날 경기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1~3라운드 동안 하루에 1만명 정도씩 왔던 갤러리는 이날은 하루에만 3만명 가량이 몰렸다.

고향 팬들의 응원을 받은 김세영은 1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 3~4ｍ 거리에 붙이며 환호성을 자아냈다. 하지만 긴장한 듯 퍼터 헤드가 열려 버디 퍼트를 놓쳤다. 반면 단독 2위로 출발한 노예림(미국)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3타 차로 따라붙었다.

김세영이 3번 홀(파3)에서 3퍼트 보기를 하고, 노예림이 4번 홀(파4)에서 버디를 했을 때는 격차가 한 타 차이로 좁혀졌다. 흐름을 보면 뒤집힐 수도 있을 것 같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긴장되는 순간은 거기까지였다. 김세영은 5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 2ｍ 정도 거리에 붙여 첫 버디를 잡더니 7번 홀(파4)까지 세 홀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노예림과의 격차를 다시 4타 차이로 벌렸다. 8번 홀(파3)에서는 티샷을 벙커에 빠뜨렸지만 두 번째 샷을 핀 10㎝ 옆에 붙여 손쉽게 파를 지켰고, 9번 홀(파4)에서 다시 버디를 추가했다.

김세영이 14번(파4)·15번(파3)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24언더파 고지에 오르자 2위와의 격차는 6타로 벌어졌고 갤러리들은 편한 마음으로 김세영의 우승 세리머니를 기다릴 수 있게 됐다. 하타오카가 16~18번 홀에서 세 홀 연속 버디를 기록했지만 김세영과의 거리는 너무 멀었다.

김세영은 “한국에서 열리는 LPGA 투어 대회 우승을 항상 꿈꿔왔는데 10년 이상 걸린 것 같다”면서 “한국 팬들에게 조금이나마 좋은 기운을 드린 것 같아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노예림에게 한 타 차이로 쫓길 때는 ‘이러다가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는 김세영은 “‘긴장되거나 두려울 때도 쫄지 말아라’던 아버지의 말을 떠올려 더욱 공격적으로 하다보니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또 “5년 동안 못하던 우승을 다시 했으니 앞으로 많이 하고 싶다”며 “앞으로 세계랭킹을 최대한 많이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아림은 18언더파 270타로 공동 3위에 올랐고 안나린·최혜진은 16언더파 272타 공동 7위, 김효주·이소미는 15언더파 273타 공동 10위로 대회를 마쳤다.

해남 | 김석 선임기자 s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