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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의 그라운드] 사촌을 넘고 역사를 쓰다. 204위 바쳬로 상하이 기적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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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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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ATP 마스터스에서 깜짝 우승한 바쳬로(오른쪽)와 준우승한 사촌 형 린더크네쉬, 사촌 형제의 대결이라 마치 둘 다 승자라는 듯 모두 엄지를 세우고 있다. 올림픽 닷컴

상하이에서 믿기 힘든 드라마가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세계 랭킹 204위, 예선 대기 선수였던 발렌티 바쳬로(27·모나코)가 남자프로테니스(ATP) 마스터스 1000 정상에 올랐습니다. 단 하나의 트로피를 놓고 가족과 맞붙은 결승전은 승패를 떠나 진한 감동을 전했습니다.


 세계 랭킹 204위에 불과한 바쳬로는 12일(현지 시각)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결승에서 세계 50위인 사촌 형 아르투르 린더크네쉬(30·프랑스)를 꺾고 2시간 11분 만에 2-1(4-6, 6-3, 6-3)로 눌렀습니다.


  이로써 바쳬로는 ATP 투어 단식 타이틀을 차지한 최초의 모나코 선수가 됐습니다. 또 1990년 이후 역대 ATP 마스터스 1000 대회 우승자 가운데 가장 낮은 랭킹으로 정상에 올랐습니다. 


  이번 우승으로 바쳬로는 다음 주 세계 랭킹에서 164계단 상승한 40위까지 점프할 전망입니다. 린더크네쉬 역시 40위 대 초반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 후 바쳬로는 "울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방금 일어난 일이 믿기지 않아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꿈도 꾸지 않고, 정말 미칠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지난 2주 동안 내가 보여준 경기력에 대만족해요. 수상자가 두 명이면 좋겠지만 안타깝게 한 명뿐이네요, 그 사람이 저라서 정말 행복합니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린더크네쉬는 "저는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게 중요할 뿐이고, 코트에서 보낸 시간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우리 가족의 승리다. 오늘은 모두가 승자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미국 텍사스 A&M대학 시절 바쳬로와 린더크네쉬. A&M대학

두 사촌 형제는 2018년을 전후로 미국 텍사스 A&M대학 테니스부에서 두 시즌 동안 한솥밥을 먹어가며 스타의 꿈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린더크네쉬는 세계 랭킹 50위를 넘나드는 실력파 선수로 성장했지만, 바쳬로는 자신의 세계 최고 랭킹이 110위에 머물 정도로 정상급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번 대회도 린더크네쉬는 본선에 자동 출전했지만, 바쳬로는 예선조차 바로 나설 수 없는 대기 선수 신분이었다가 빈자리가 생겨 겨우 코트를 밟을 수 있었습니다.


  두 사촌 모두 인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했습니다. 바쳬로는 4강전에서 이 대회에서만 4차례 우승한 살아 있는 전설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를 완파했습니다. 린더크네쉬 역시 4강전에서 전 세계 랭킹 1위 다니 메드베데프를 꺾었습니다. 

결승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은 바쳬로와 린더크네쉬. ATP

바쳬로는 예선을 포함해 이번 대회 9게임을 치르는 동안 이날 결승을 포함해 7차례나 역전승을 거두는 매서운 뒷심을 발휘했습니다. 역전승이 많았던 데 대해 바쳬로는 "제가 불리할 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1세트에서는 상대에게 압도당했지만 2세트 첫 브레이크 기회를 잡은 덕분에 관중이 더 열광적으로 반응했습니다. 그래서 경기 후반에 더욱 멋진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모나코 테니스 역사는 그의 손에 다시 쓰였습니다. 이번 대회 16강전에서 승리하면서 마스터스 1000 8강에 진출한 최초의 모나코 선수가 됐습니다.   이번 대회 직전까지 그의 통산 상금은 약 59만 달러 정도였습니다. 상하이 우승 상금은 그 두 배도 넘는 112만4380 달러(약 16억1000만 원)에 이릅니다.


  사촌 형과 하나뿐인 우승 트로피를 다툰 데 대한 부담감이 없었을까. 바쳬로는 "그저 네트 반대편에 있는 선수를 이기려고 했을 뿐입니다. 그가 제 사촌이고, 제가 함께 훈련하고 성장해 온 사람이었습니다. 첫 세트에서 저보다 잘 해냈지만, 상황을 역전시킬 방법을 찾는 데 집중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역대 가장 낮은 세계 랭킹으로 ATP 마스터스 1000 챔피언에 오른 바쳬로. ATP

키 193cm인 바쳬로는 자신보다 3cm가 더 큰 상대를 맞아 서브 스피드에서 오히려 우위를 차지했습니다. 첫 번째 서브는 평균 시속 214km를 찍어 상대 보다 17km 더 빨랐습니다. 두 번째 서브 역시 평균 시속 184km-171km로 앞섰습니다. 세컨드 서브에서 득점할 확률이 74%로, 상대(54%)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특히 마지막 3세트에서는 실책을 단 한 차례 범하며 승부를 갈랐습니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가 관중석에서 직관하는 가운데 치러진 결승에서 첫 세트는 린더크네쉬 흐름이었습니다. 먼저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2-1로 앞선 뒤 상대 연이은 실수를 틈타 3-1, 4-2로 달아난 끝에 41분 만에 1세트를 따냈습니다. 반격에 나선 바쳬로는 2세트 3-3에서 내리 3게임을 따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습니다. 기세가 오른 바쳬로는 3세트 초반부터 브레이크를 하며 2-0으로 기분 좋게 출발한 뒤 허리 치료를 위해 메디컬 타임아웃까지 부른 상대를 거세게 몰아붙인 끝에 마지막 포핸드 위너로 승리를 결정지었습니다. 


  필자는 바쳬로의 4강 진출과 조코비치의 맞대결을 다룬 지난 '그라운드'를 이렇게 마감했습니다. '바쳬로의 동화는 지금도 쓰이고 있습니다. 그 마지막 장은 아직 열려 있습니다.'라고. 그의 여정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그가 보여준 믿어지지 않는 결과는 꽃길을 향한 서막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승리를 함께 나눈 사촌 형이 있습니다.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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