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박세리·황의조… 스포츠 스타를 무너뜨린 '가족의 그림자' [스한 위클리]
작성자 정보
- 작성자 토도사뉴스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조회 7
본문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지난 9월 열린 2026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현장.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선수들의 부모들이 단상에 올랐다. 마이크를 잡았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눈물만이 흘렀다. 자식의 꿈이 현실이 되는 그 순간, 세상의 어떤 말보다 뜨거운 감정이 먼저 터져 나왔다.
하지만 한 명의 스포츠 스타가 탄생하기까지엔 단지 눈물만 있었던 게 아니다. 집안이 곧바로 망하려면 도박을 하고, 서서히 망하려면 자식을 예체능 시켜라'는 괴담이 떠돌 만큼, 현대 엘리트 체육은 돈과 시간, 그리고 부모의 삶 전체를 집어삼킨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온 삶을 바쳐 키워낸 자식이 성공하자, 그 영광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누리기 시작하는 부모들. 그리고 그 욕심이 오히려 선수의 커리어를 망치고, 인생의 발목을 붙잡는 참극으로 번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느그 아부지한테 돈갚으라 전해라' 김혜성
지난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에서 귀국한 LA다저스의 김혜성은 인터뷰 도중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 자신을 7년 이상 따라다니는 '김선생'이 또 현수막을 들고 등장했기 때문이다.
'느그 아부지한테 김선생 돈 갚으라 전해라'라는 문구의 현수막으로 유명해진 '김선생'은 김혜성의 아버지에게 수억 원대 채권을 가진 채권자로 알려져 있다. 김혜성이 키움 히어로즈 1군에 데뷔한 2018년부터 그는 매 경기마다 경기장 근처에서 해당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이어왔다.
이전까지는 "연좌제도 아니고, 자식에게 그러는 건 지나치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날 김혜성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김선생'이 공항 경찰에 의해 끌려가는 모습이 언론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사기 피해자에게 김혜성이 너무하다'는 여론이 힘을 얻으며 공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물론 LA다저스와 200억원 가량의 계약을 하고도 '김선생'에게 아버지 대신 수억원의 돈을 갚아주지 않는 김혜성에 대한 비판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문제는 김혜성 아버지에게 있다. 김혜성 아버지는 한 변호사 유튜브를 통해 "15년간 9000만원 정도를 갚았는데도 계속 상대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억울해했다.
아버지는 "이 사건은 혜성이가 아닌, 나의 문제"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김혜성이 단지 아들이 아니라, 한국에 단 3명뿐인 메이저리거이자 대중의 관심을 받는 유명인이라는 점이다. 공항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그의 이미지 역시 타격을 입고 있으며, 아버지의 개인적인 문제가 결국 아들인 김혜성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이다.

▶'IMF 영웅'만든 박세리 아버지
박세리의 아버지는 '골프 대디'들에게 있어 신화적인 존재다. 골프 보급도 제대로 되지 않았던 시절 해외에서 골프 교습 비디오를 가져와 연구해 박세리에게 처음으로 골프를 가르쳐준 '스승'이었다. 박세리의 선수생활 초반 우승 때 항상 아버지와 함께 했고, 박세리는 아버지를 껴안으며 기뻐했다. 세상은 '효녀'와 그런 효녀를 만들며 헌신한 아버지에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박세리가 'IMF의 영웅'이자 한국 골프의 전설이 되자, 아버지 역시 자신이 '전설의 일부'라고 착각한 것일까. 지난해 6월 아버지가 본인의 동의 없이 박세리의 이름으로 사업을 해 논란이 되자 박세리는 결국 기자회견을 열었다.
"저의 아버지이기에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채무에 대해 제가 다 변제해드렸지만 더 이상 제가 할 수 없는 부분까지 왔다. 이렇게 일이 커진 것도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위를 넘었다. 하나가 정리되면 또 다른게 수면위에 올라왔다"고 말한 박세리는 "'막을 수 없었냐'고 말씀하시는데 막았다. 계속 반대했다. 그 부분에 아버지 의견에 찬성한 적없다. 저의 선택권은 아니었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그렇게 박세리 아버지의 '골프 대디' 신화는 끝났고, 박세리는 어깨에 짐을 내려놓고 방송을 통해 '호감 이미지'로 대중들과 만나고 있다.

▶추신수 아버지와 황의조 친형네
한국 메이저리거의 전설인 추신수 역시 아버지 문제로 골치를 썩이었었다. 2016년 추신수의 아버지가 보석사업을 하겠다며 5억원을 빌리고 나서 갚지 않아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받았었다.
이 사건은 이미 2007년에 시작됐으며, 2010년 민사소송과 2014년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채무를 변제하지 않으면서 재고소 등으로 오랜 기간 논란이 이어졌다. 심지어 지방 정치인까지 연루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해졌다. 김혜성처럼 당시에도 1500억원이 넘는 계약을 한 추신수가 아버지 빚 5억원을 갚아주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었고 이후 추신수는 아버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부모님은 아니지만 축구 국가대표였던 황의조는 자신의 잘못, 그리고 가족으로 인해 커리어를 망쳤다. 황의조는 전 여자친구와 성관계 동영상을 동의없이 촬영했고 이 영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람이 SNS 등을 통해 황의조를 협박했다.
황의조는 협박범을 잡아달라고 경찰에 신고했는데 잡고보니 이 사람은 바로 황의조와 함께 사는 친형의 아내인 형수였다. 황의조는 해외 생활을 하며 친형네와 함께 살며 친형네가 매니지먼트도 함께 해주고 있었다. 이적과정에서 황의조 형과 황의조가 마찰을 빚자 영상을 활용해 황의조가 다시 자신들을 의지하게 하려했다는 것이 협박의 이유.
물론 1차적으로 황의조가 불법 성관계 영상을 찍은 것이 잘못됐다. 여기에 황의조 형네의 공작으로 인해 세상에 이 일이 밝혀지게 됐고, 이후 황의조는 국가대표 자격이 사실상 박탈되며 20년간 준(準)제명 상태에 놓였고, 형수는 징역 3년형을 선고받으면서 가정은 완전히 파탄났다. 이 사건은 결국 황의조의 선수 커리어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며, 그의 축구 인생 전체를 흔들어 놓았다.

▶자식, 친혈육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으로 착각
서두에 언급했듯 스포츠 스타는 그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결코 성공할 수 없었다. 주변, 특히 가족의 희생과 헌신이 아니었다면 성공을 쟁취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부모나 가족은 그들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으로 여길 수밖에 없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착각이라는 약에 취하면 위와 같은 부작용은 뒤따를 수밖에 없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은 단지 성공한 그 선수에게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부모의 헌신이 자식의 성공을 빛나게 할 수도, 망치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스포트라이트는 선수의 몫이다. 무대 뒤로 물러나는 것도 진짜 부모의 역할이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관련자료
-
링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