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 '굳이'와 조용-묵묵 전략의 부재 [이재호의 할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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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김혜성 사태를 보면 결국 '굳이'라는 단어만 떠오른다.
'왜 굳이 그렇게 들어왔을까.' '굳이 문제 발생 상황을 만들었을까.' '굳이 그런 인터뷰를 해야했을까.'
조금만 더 조용하고 묵묵한 전략을 택했다면 김혜성에게는 문제조차 생기지 않았을 것이며 그를 향한 이미지는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지난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에서 귀국한 김혜성. 이 귀국길에 김혜성의 월드시리즈 우승만큼, 아니 그보다 더 큰 일이 터졌으니 바로 '김선생' 사건이다. 간략히 요약하면 김혜성의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김선생'이 김혜성의 국내 프로야구 선수시절부터 꾸준히 따라다니며 현수막을 들다 이날 귀국길에도 등장해 화제가 된 것이다. 이때 김혜성이 보인 신경질적인 모습은 논란이 됐고 김혜성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김혜성 측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겠지만 LA다저스 가방으로 도배된 귀국 카트, 수많은 카메라와 플래시, 기자들 속에 둘러쌓인 김혜성의 모습은 '개선장군', '금의환향'이라는 시선으로 보일 여지가 충분했다. 사실 귀국 일정을 취재진에게 알린다는 것 자체가 귀국길에 조명을 받겠다는 의도이기도 하다.
마이너리그 생활을 버티고 메이저리그로 승격해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가 되기까지 분명 그의 노력은 박수받아 마땅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월드시리즈 우승 과정에서 다저스 선수 중 가장 적은 고작 2경기, 그것도 총 2이닝정도만 출전해 '한게 없다'고 여길 시선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뤘지만 김혜성이 월드시리즈 우승에 대해 크게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초점 역시 '스타' 오타니 쇼헤이나 야마모토 요시노부에 맞춰질 수밖에 없기도 했다. 아직 국민적 인지도가 손흥민, 이강인, 이정후, 신유빈 정도로 크지 않은 김혜성이기에 더 큰 화젯거리를 찾는 취재진들의 초점은 냉혹하지만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한게 없는데 굳이'라는 시선, '오타니-야마모토에 맞춰질' 시선 등 부정적인 요소들이 충분히 있다면 굳이 금의환향식 귀국이 아닌 '조용하고 묵묵한' 전략을 택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굳이 외부에 알리지 않은채 조용히 귀국한 이후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열심히 훈련하다보면 자연스레 사람들에 의해 포착될 것이다. SNS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이 퍼지면 자연스레 취재진도 관심을 가질 것이고 김혜성 측에서 '김혜성이 이번 월드시리즈 우승 과정에서 본인은 아쉬움이 있다고 해 내년 다저스 월드시리즈 3연패의 주역이 되기 위해 이를 갈고 노력 중이다. 많은 TV출연과 인터뷰 요청이 있지만 월드시리즈 3연패의 주역이 되고 난뒤 임하겠다고 하더라'와 같은 멘트를 했다면 어땠을까.
'한게 없다'고 조롱하던 이들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외부일정 제안이 쇄도해도 선수가 다저스 주전으로 자리잡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 자제한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자연스레 팬들은 '김혜성이 내실이 있다', '다저스 주전 머지않았다' 등의 응원하는 반응이 나왔을 것이다. 인터뷰, 방송을 해 백번 말하는 것보다 더 반응이 좋았을 것이다.
정 주목이 필요하다 싶으면 다시 미국으로 출국할 때, 취재진에게 알려 공항에서 월드시리즈 우승 소감을 짧게 말하고 2026시즌에 대한 각오, 먼저 열릴 WBC에 대한 마음가짐을 밝히면 된다. 이미 월드시리즈 우승 후 꽤 시간이 지난 상황이기에 초점은 우승과 오타니-야마모토가 아닌 2026시즌과 눈앞에 다가온 WBC에 맞춰졌을 것이다.
심지어 김혜성은 귀국 다음날 곧바로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인터뷰를 했는데 이마저 '악수'였다. '김선생' 논란으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관련 논란에 대한 어떠한 말도 않고 오타니, 야마모토에 대한 답변만 화제가 된 이 인터뷰는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부터 워낙 비난이 거셌다.
이 인터뷰 이후 김혜성은 두문불출하고 있다. 한국의 많은 언론사 중에 JTBC와만 인터뷰를 한 것은 공중파 3사, 같은 종편 방송들의 비슷한 뉴스 인터뷰 프로그램의 공분을 사기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유명인들도 인터뷰를 할 때 날을 잡아 언론사를 순회하는데 괜히 한곳은 해주고 다른곳은 안해줘서 미움을 사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비슷한 급의 방송사-언론사라면 더욱 한곳이라도 빼면 곤란하다.

김혜성은 스포츠 전문 매체도 아니고,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가진 곳도 아니며 특별히 자신과 예전부터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닌듯한 특정 방송사에만 인터뷰를 해 다른 방송사-언론사의 미움만 사게 생긴 것이다.
인터뷰에 응했다면 사람들이 정말 듣고 싶어하는 바로 '그 질문'들에 대해서 답을 하든 혹은 '당시 대처가 미숙했다. 추후에 입장을 발표하겠다'는 식의 말이라도 했다면.
굳이 귀국 기자회견을 잡아서, 굳이 특정 방송사와만 인터뷰를 해서, 그 인터뷰에서도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말은 하지 않은채 오히려 좋지 않은 이미지가 고착화될 시간만 주고 있다.
조용하고 묵묵한 전략을 펼쳤다면, '김선생'이 그런 트러블을 만들 상황조차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일은 벌어졌다. 앞선 칼럼 '김혜성이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서도 얘기했지만 정면돌파만이 답인 김혜성이다. 의외로 이 사태를 쉽게 해결하고 이미지도 반전시킬 기회는 분명 있다.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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