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우리의 자존심이다” 한화 라인업의 복사+붙여넣기… 한화 4번 타자는 도망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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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한화의 경기 전 라인업 시트에는 144장을 미리 인쇄한 듯한 자리 하나가 있다. 바로 노시환(25·한화)이 지키는 4번 자리다. 노시환이 올해 내내 순탄하게 흘러온 것은 아니고, 한화 타선이 올해 내내 순탄하게 이어진 것도 아니다. 다른 타순은 많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김경문 한화 감독은 ‘노시환 4번’이라는 구상은 놓지 않았다.
노시환은 올해 타격 성적이 다소간 울퉁불퉁했다. 홈런은 꾸준히 나왔지만, 타율은 또 꾸준히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에 머물렀다. 16일 현재 134경기를 치른 노시환의 시즌 타율은 0.250이다. 순장타율은 좋은 수준이지만 어느 타자도 이 타율에 만족할 수는 없다. 노시환도 인정한다. 경력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고, 또 그래서 배울 게 많은 시즌이었다고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4번 타순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봤다. 어쩌면 김 감독이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노시환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부담이 돼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또 팀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그렇게 홈런 개수가 쌓이고 쌓였고, 어느덧 30홈런이라는 상징적인 고지에 올라섰다.
노시환은 1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2-0으로 앞선 5회 승기를 가져오는 중월 2점 홈런을 때리며 활약했다. 이 홈런은 노시환의 시즌 30번째 홈런이기도 했다. 노시환은 2023년 31개의 홈런을 쳐 첫 30홈런 타자가 됐다. 지난해에는 24홈런에 머물러 아쉬움이 있었지만 올해는 시즌이 아직 조금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30홈런 고지를 밟았다. 올 시즌 국내 선수로는 첫 30홈런 고지 등정이기도 하다. 나름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노시환은 2023년 30홈런과 올해 30홈런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2023년은 모든 게 잘 풀리는 과정에서 30홈런을 쳤다. 올해는 정말 여러 가지 악전고투를 할 끝에 30개의 아치를 그렸다. 똑같은 개수지만, 그 과정의 뒷맛은 달랐다. 노시환은 “재작년에는 시즌을 치르면서 딱히 힘든 게 없었다. 슬럼프 이런 것도 딱히 없었고 그냥 무난하게 치른 시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올 시즌은 초반부터 안 좋았다. 언제 30개를 쳤는지도 모르겠다. 기억도 안 난다”고 돌아봤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도 많고, 복기할 것도 많다고 했다. 노시환은 “힘든 시즌을 달려오고 이는데 이 안 좋은 시즌 안에서도 그래도 30개의 홈런을 쳤다는 것에 대해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후반기 들어서 조금이라도 반등해 보탬이 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노시환은 “재작년에는 솔직히 복기할 것도 없었다. 스트레스도 많이 없었다”면서 “올 시즌은 많이 힘들었다. 초반부터 잘 안 됐다. 올 시즌을 통해 느낀 것이 많고, 앞으로 내 야구 인생에서도 많이 배워갈 수 있는 시즌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다.
아마도 가장 크게 배운 것은 4번 타자로서의 책임감이었을지 모른다. 진짜 안 맞을 때는 노시환도 4번의 자리가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노시환은 “내가 조금 더 잘했더라면 팀이 더 높은 자리에 있을 수도 있었다”고 경사스러운 날도 자책을 이어 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망치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어쩌면 고집스럽게 노시환 4번을 이어 간 김 감독이 가장 바랐던 장면일 수도 있다.
노시환은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냥 감독님께서 믿어주셨다. 그리고 감독님께서도 ‘4번 타자는 자존심이다’ 이런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주셨다”면서 “반등할 생각밖에 안 했고, 부담감보다는 ‘내가 여기서 이겨내야겠다’, ‘내가 여기서 한층 더 성장해야겠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시련을 이겨내고 되찾은 30홈런 타자 타이틀이라 의미는 더 각별할 수밖에 없다.
노시환은 여전히 자신이 팬들과 동료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30홈런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를 바라본다. 노시환은 “잔여 경기가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고, 일단 우리가 1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있다. 지금 잔여 경기부터 가을 야구까지 내가 전반기에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들을 만회해 끝까지 도움이 더 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 한다”면서 “(큰 경기에) 나는 준비가 되어 있고, 우리 팀 전부가 준비가 다 되어 있다. 잔여 경기에서도 좋은 성과가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한화의 자존심이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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