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1) 서장원 기자 = 김경문 감독의 '믿음의 야구'가 또 독이 되어 돌아왔다. 한화 이글스가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4차전에서 대역전극의 희생양이 됐다.

다 잡았던 경기를 눈앞에서 내준 한화는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밀리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한화는 3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5 신한 SOL뱅크 KBO KS 4차전에서 9회초에만 6실점하면서 4-7 역전패를 당했다.

한화는 8회까지 4-1로 앞서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9회초 불펜의 집단 난조로 3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다.

악몽의 시작은 공교롭게도 3차전에서 구원승을 따내며 반등에 성공한 김서현이었다.

한화는 혼신의 역투를 펼친 선발 라이언 와이스가 8회초 2사 후 신민재에게 2루타를 맞고 내려간 뒤, 구원 등판한 김범수가 김현수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고 실점했다.

이후 김범수가 문보경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1, 2루에 몰리자, 한화 벤치는 오스틴 딘 타석에 김서현을 투입했다. 김서현은 오스틴을 공 하나로 2루수 플라이 처리하며 손쉽게 이닝을 끝냈다.

그러나 악몽은 9회초 찾아왔다. 김서현이 아웃카운트 3개를 책임지지 못하고 무너졌다.

김서현은 선두타자 오지환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리고 박동원에게 2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이 홈런을 기점으로 4-3, 1점 차로 좁혀지면서 경기 흐름이 묘해졌다.

그런데 한화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흔들리는 김서현을 그대로 마운드에 남겼다. 김서현은 천성호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지만 박해민에게 다시 볼넷을 내줬다. 요지부동이던 한화 벤치는 그제야 김서현을 박상원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이미 분위기는 LG 쪽으로 넘어간 뒤였다.

박상원이 LG 상위타선을 막지 못해 전세가 뒤집혔고, 뒤이어 올라온 한승혁도 오스틴 딘에게 적시타를 얻어맞아 순식간에 6점을 내줬다. 부지불식간에 역전을 허용한 한화는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뒤늦은 투수 교체 타이밍이 패배로 이어지는 악몽이 또다시 재현됐다.

김서현이 3차전에서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반등했지만, 이 한 경기로 모든 불안감이 사라졌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승부처에서는 조금이라도 불안한 모습을 보일 때 교체를 단행하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날도 한화 벤치는 한 박자 늦게 움직였고, 그 대가는 뼈아픈 역전패였다. 정규시즌 1위 경쟁 희망이 사라졌던 SSG 랜더스전 끝내기 패배로 예방주사를 맞았지만, 학습효과는 없었다.

김서현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한화에 필요한 것은 승리였다. 위기 상황에서도 김서현 살리기에 매몰된 끝에 돌아온 건 1패 이상의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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