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으니까" ERA 7.94 본인도 믿지 못한 부진, 오키나와행 자처하며 의지 보였다
작성자 정보
- 작성자 토도사뉴스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조회 4
본문

[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망했으니까. 내년에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KIA 타이거즈 좌완 에이스 이의리는 올해 믿을 수 없는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6월 토미존 수술을 받은 이의리는 성실하게 재활을 마치고 후반기 시작과 함께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꼬박 1년을 기다린 마운드인 만큼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컸는데, 10경기 1승4패, 39⅔이닝, 평균자책점 7.94에 그쳤다.
이범호 KIA 감독은 올해는 이의리에게 빌드업 시즌이라고 꾸준히 강조했다. 다음 시즌이 진짜 이의리의 복귀 시즌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고, 올해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관리하며 투구를 이어 가도록 했다.
이의리에게 올해 성적은 중요하지 않았지만, 막상 2021년 프로 데뷔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으니 무시하기도 어려웠다.
2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이의리는 "성적이 많이 안 좋아서 스스로 반성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적에 연연하지 않기에는) 너무 수치가 높아서. 이 정도로 높은 기록은 처음이다. 신경을 안 쓰고 싶은데,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망했으니까. 내년에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팔 상태는 전혀 이상이 없다. 수술 이후 오히려 좋아져서 다음 시즌을 더 기대하게 한다. 다만 몸 상태가 좋다고 좋은 투구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의리는 복귀까지 투구 준비 과정이 부족했다고 본다.
이의리는 "수술 전이랑 비교했을 때 더 잘 던질 수 있는 상태가 된 것 같아서 좋다. 몸은 더 좋아진 느낌인데, 수술하고 경기를 오래 안 뛰다 보니까 감각이나 밸런스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생각한다. 수술이 잘돼야 하는 게 1번이었고, 몸 만드는 과정에서는 내가 정말 힘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구속이나 힘이 안 떨어지고 올라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운드에 올라가는 과정부터는 투구에 조금 더 신경을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정도가 남아 있다"고 이야기했다.
만족하지 못했던 과거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이의리는 프로 2년차였던 2022년 29경기, 10승10패, 154이닝,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고, 2023년 28경기 11승7패, 131⅔이닝, 평균자책점 3.96을 기록했다. 제구가 좋지 않은 편인데도 왼손 파이어볼러의 강점을 살려 에이스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와 올해는 토미존 수술로 2년 연속 힘겨운 시즌을 보냈다.
이의리는 "이번 시즌이 너무 안 좋다 보니까. 전에 한 기록들을 만족 못 했지만, 지금 보면 이 정도만 해도 감사한 거구나 생각했다. 전에 잘했던 거구나. 너무 스스로 옥죄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수술 공백 1년은 프로 데뷔 후 쉼 없이 달려왔던 이의리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이의리는 "많이 힘들었는데, 잘 견딘 것 같아서 의미 있는 1년이었던 것 같다. 계속 하향세고 많이 흔들리는 시기였는데, 수술을 하면서 오히려 후련한 마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올해 마운드에서 얻은 소득도 있었다. 다음 시즌을 위한 과제를 발견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이의리는 "힘을 빼도 되겠다고 생각했고, 효율적으로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문제점이 없는 것 같은데, 조금 미세한 차이로 자꾸 안 되는 것 같아서 문제를 찾기 어려웠다. 좋은 날과 안 좋은 날의 차이를 생각했을 때 팔 스로잉이 아무래도 수술하고 와서 톱에 올라오지 않고 나가는 것 같았다. 내가 그 문제를 스스로 인지 못 하면서 던졌던 것 같다. 지금도 그 점에 집중하면서 훈련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KIA는 다음 달 3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마무리캠프를 진행한다. 이의리는 따뜻한 곳에서 공을 더 던지고 싶어 마무리캠프 참가 의사를 밝혔고, 구단도 같은 마음이었다.
이의리는 "(마무리캠프에) 가서 공을 조금 더 던지고 싶었다. 내가 자청하기도 했고, 구단이 권유도 했다. 내가 지금 훈련한 것에 확신을 갖고 돌아오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KIA는 다음 시즌 이의리를 제외하면 국내 선발진에 물음표가 붙어 있다. 양현종은 FA고, 김도현은 팔꿈치 미세 피로골절로 다음 시즌 개막 합류가 불투명하다. 토미존 수술을 받은 윤영철은 다음 시즌까지 쉰다. 황동하와 김태형이 일단 5선발 경쟁 후보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의리는 "내 비중이 커진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직책을 맡을 수 있다는 뜻이다. 내가 잘해서 꾸준히 맡아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기록보다 더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대감도 그렇고, 내가 스스로 기대하는 것도 그렇고, 충분히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전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고, 구단에서 믿을 수 있는 투수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관련자료
-
링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