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이를 떠도 쉽지 않은데..." 亞 지배하던 K리그 아니다 → 우승 포부 사라진 차가운 현실 "외국인 쿼터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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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축구회관, 조용운 기자] K리그 구단들은 오랜 시간 아시아 무대에서 '상금 사냥꾼'으로 불렸다. 국내 리그 상금과는 차원이 다른 이득을 얻을 수 있어 부와 명예를 동시에 품는 달콤한 사탕과도 같았다.
그에 걸맞게 K리그는 200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체제 개편 시점부터 근래까지 최다 우승국의 지위를 자랑했다.
지금은 옛 영광에 불과하다. 2020년 울산HD의 ACL 우승을 끝으로 K리그는 5년째 우승팀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추춘제로 전환하며 규모와 상금을 대폭 인상된 현 시스템에서는 경쟁 동기를 찾을 만한 요소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K리그는 앞서 2024-25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서 차가운 현실을 확인했다. AFC는 직전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기용의 폭을 무제한으로 늘렸다. 이전만 해도 상향 평준화된 국내 선수들을 중심으로 한두 명의 외국인 카드만으로 아시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동남아시아 팀이 ACLE에서는 외국인 선수들로만 전력을 구축할 정도이며, 사우디아라비아를 앞세운 중동 클럽들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를 데려올 만큼 재정 여유를 자랑한다.

가뜩이나 K리그는 외국인 선수 보유 제약이 강한 곳이다. 외국인 6명 보유에 4명만 출전 가능해 아시아 타 리그와 비교해도 외국인 선수 보유 수가 적다. 바다 건너 일본 J리그만 하더라도 2019년부터 외국인 선수 보유를 무제한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 차이를 지난 시즌 ACLE에서 여실히 겪었다. 동아시아 레벨에서부터 K리그 팀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광주FC만 유일하게 8강에 올라 서아시아 팀과 대면했는데 유럽 스타들로 무장한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에 0-7 대패를 당했다.
한 단계 아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ACLE의 하위 개념인 챔피언스리그2(ACL2)에서도 전북 현대가 8강까지 진출하는데 그쳤다. 투자가 곧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시대에 아시아 전역에서 외국인 선수로 도배하는데 국내 선수들로만 경쟁하기란 쉽지 않았다.
체급 차이를 여실히 느낀 K리그의 해법은 조금이나마 외국인 선수 보유의 간극을 좁히자는 데서 출발했다. 우리도 어느 정도는 다양한 칼을 쥐어야 전략과 전술로 극복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울산HD 신태용 감독이 총대를 맸다. 4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5-26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참가 K리그 4개 팀 미디어데이에서 외국인 선수 쿼터 확대를 이야기했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겠다"며 마이크를 잡은 신태용 감독은 "가진 전력을 총동원해 맞다이(정면 승부)를 떠도 쉽지 않은데 로테이션으로 이원화를 하면 출전하는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경험만 쌓으러 나가는 건 돈이 아깝다. 아시아의 호랑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나가도 다 예선 탈락할 판"이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K리그가 아시아에서 1~2위를 다투려는 리그라면 최소 ACLE에서도 8강권은 도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인 선수 쿼터 수를 풀어야 한다"면서 "조호르 다룰 탁짐은 말레이시아 팀인데도 스페인 선수 위주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 리그와 ACLE를 따로 운영할 정도로 용병 숫자가 어마어마하다. K리그에서는 4명만 뛰어도 좋다. 대신 ACLE에 나가는 팀은 제한을 풀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ACL에서 포항 스틸러스를 준우승까지 이끌었던 FC서울 김기동 감독도 "예전에는 동남아 팀을 한참 밑으로 봤다. 그런데 조호르는 외국인 선수가 8~9명 이상 뛴다. 지금은 경기하면 어려움이 있다"며 "아시아도 바뀌고 있다. 일본도 점진적으로 바뀌고 있다. 기본적인 제반 시설을 갖추고 이야기해야 한다"라고 같은 의견을 냈다.
그렇다고 무작정 외인에게 문을 열 수도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제도를 우리 환경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포항 박태하 감독은 "외국인 선수 쿼터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축구연맹 기술위원장을 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었다"며 "산업 자체 파이를 키우기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지금은 어렵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K리그 팀들을 더욱 보수적으로 몰아넣는 건 일정의 문제도 있다. AFC는 추춘제를 도입해 9월부터 12월까지 ACLE와 ACL2 리그 스테이지 일정을 소화한다. 이때 춘추제로 진행되는 K리그는 막바지 순위 경쟁이 한창일 때다. ACL 초반 일정에 모든 힘을 쏟기가 여간 쉽지 않다.

특히 올 시즌 ACL에 나서는 팀들의 리그 사정에 여유가 없다. 울산은 자칫하면 강등권으로 떨어질 수 있는 8위에 머물러 있다. 강원FC도 7위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서울과 포항이 각각 5위와 4위로 안정적으로 보이나 승점 차이가 아주 촘촘하다. 머지않아 상하위 스플릿으로 나뉘는데 아직도 파이널A 진출을 확정한 팀이 없다.
이렇다 보니 당장은 아시아 무대보다는 K리그1 생존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신태용 감독은 "리그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ACLE에 나가는 마음이 무겁다. 아무래도 파이널A로 가기 전가지는 리그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라고 했다.
울산의 김영권도 "아무래도 리그가 더 중요하다. 물론 ACLE를 포기한다는 이야기를 아니지만, 작년만 보더라도 리그 경쟁이 치열해 ACLE에 집중하지 못한 부분이 컸다"라고 고충을 이야기했다.
아시아 무대가 처음인 강원 정경호 감독도 "K리그 순위를 보면 알겠지만 워낙 빡빡하다. 앞으로 5경기가 중요하다. 그 결과에 따라 파이널이 나뉜다"며 "ACLE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리그가 가장 중요하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아시아 챔피언이라는 포부가 감독들의 입에서 사라진 이유다. 몇 년 전만 해도 아시아에서 최고가 되겠다고 심심찮게 각오를 내뱉었던 자리. 지금은 리그 스테이지 통과를 목표로 한다고 저자세로 변했다. K리그가 아시아 무대에서 예전처럼 거창하게 포효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이행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제도적 변화 논의부터 시작해야 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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