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코칭 받으면서 버텼죠...지금이 내 최고의 순간" 4년 만에 정상 만끽한 '교황' 레펀스 [일문일답]
작성자 정보
- 작성자 토도사뉴스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조회 2
본문
(MHN 권수연 기자) '교황' 에디 레펀스(벨기에, SK렌터카)가 약 4년 만에 다시 한번 당구대 위로 뛰어올랐다.
레펀스는 지난 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6시즌 5차 투어 '크라운해태 PBA 챔피언십 한가위' 결승전에서 조재호를 상대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4-3(9-15, 5-15, 15-9, 15-10, 15-11, 8-15, 11-6)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 우승으로 레펀스는 지난 2021-22시즌 3차전(휴온스 챔피언십) 우승 이후 3년 10개월만에 통산 두 번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승상금 1억원을 더한 레펀스는 시즌 상금랭킹 1위(1억 1,400만원)에 오른 데 이어 누적 상금 3억원을 돌파해 누적 상금 랭킹 5위(3억 9,250만원)로 뛰어올랐다.
장장 세 시간에 가까운 혈전이었다. 조재호가 1,2세트를 연속 득점하며 휩쓴 가운데 레펀스가 3세트 결정타 역전을 일궈내며 접전이 시작됐다. 조재호 역시 오랜만의 우승을 두고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초반 밀리는 듯 보였던 레펀스는 3세트 뱅크샷 두 방을 터뜨리며 금세 게임을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7세트까지 가는 끈적한 경기를 벌여 최종 주역이 됐다.
경기 후 레펀스는 "세트스코어 0-2로 끌려갈 때까지만 해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3세트에서도 0-9로 밀렸지만 침착하려 노력했고 그러면서 평소의 내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최고의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만족할 만한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하 크라운해태 PBA 챔피언십 우승자 레펀스 일문일답
우승 소감.
- 당구는 상대와의 싸움이지만, 내 자신과의 싸움이 더 중요하다. 이번 결승전에서 내 스스로를 이겨냈다. 믿을 수가 없다. 세트스코어 0-2로 끌려갈 때만 해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준결승전까지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는데, 결승전 2세트까지 좋지 않았다. 3세트도 0-9로 밀렸지만, 침착하려 노력했고 그러면서 평소의 내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후 집중력을 매 순간 잃지 않았다. 최고의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만족할 만한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너무 오랜만의 우승이다. 4년 정도 걸렸는데, 스스로 초조하거나 힘들지 않았는지.
- 앞선 기간 패배들을 통해 많은 자극을 받았다. 좋지 않은 기간 동안 세트를 마무리하는 능력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국에 있는 당구 선수를 전문으로 하는 멘털 코치에게 코칭을 받으면서 많은 노력을 했다. 정신적으로 단단해진 점이 팀리그 3라운드와 이번 투어에서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긴장감이 도는 경기에서 세트 포인트를 놓치는 게 줄었다. 또 득점을 놓치더라도 세트를 이길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이번 대회에서 김준태(하림), 서현민(에스와이), 강민구(우리금융캐피탈), 조재호(NH농협카드) 등 쉽지 않은 대진이었지만, 멘털 코칭 덕분에 압박을 이겨내고 세트를 끝내는 법을 배우면서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갈 수 있었다.
결승전 초반 부진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 굳이 이유를 꼽자면 나는 평소에 오전에 기상을 하고 잠들 때 까지 낮잠을 자지 않는다. 준결승이 끝나고 한 시간 정도 낮잠을 잤는데, 이로 인해 내 루틴이 무너진 것 같다. 루틴이 깨진 게 영향을 준 것 같다.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면서 경기의 첫 공격을 시도할 때까지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여야 하는데, 오늘은 그 준비가 잘 되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는 낮잠을 절대 자지 않겠다(웃음).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 테이블로 뛰어 올라갔고, 마지막 포인트를 따내고 함성을 지르던데.
- 2021-22시즌 휴온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하고 테이블에 올라가는 세리머니를 했다. 세리머니에 큰 의미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우승을 하면 당구대 위에 올라가는 세리머니를 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했고, 이후 나만의 세리머니로 발전했다. 마지막 샷을 성공하고 함성을 지른 것은 내 자신을 이겨냈다는 감정이 올라오면서, 행복을 표출하려는 방식이었다.
레펀스 선수가 전임 교황을 닮아 한국에서 '당구 교황'이라고도 불리는데, 그 별명이 마음에 드는지.
- 알고 있다(웃음).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TV에 비치는 모습이 비슷하다고 내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 좋은 별명이라고 생각한다.
50대의 나이에도 정상급 실력을 유지하고 있는 본인만의 루틴이나 비결은 무엇인지.
-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이다. 나는 주 3~4회 꾸준히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러닝도 하는 루틴이 있다. 몸이 건강해야 집중도 잘 하고,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젊은 사람들의 에너지를 받기 위해 주변에 젊은 사람들을 많이 두고 있다. 그들 사이에 속해서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당구만 잘 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하지만, 토너먼트 경기를 치르면서 이기기 위해서는 모든 경기가 결승전이라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한 게임 한 게임 에너지 소모가 크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이 건강한 상태여야만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게 필수다.
우승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울컥해 하는 순간이 포착되기도 했는데.
- 앞서 말했듯이 저와의 싸움이 이겨냈다는 것에 감정이 북받쳤고, 고국(벨기에)에 있는 아내가 생각났다. 딸의 생일을 챙겨주느라 이번 투어에는 함께 하지 못했지만, 매 투어에 항상 나와 함께 다니고 있다. 항상 나를 생각해주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고국에서도 나를 지켜보고 있을 생각에 조금 감정이 북받쳤던 것 같다.
앞으로 몇 번 더 우승하고 싶은 지.
-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 선수라면 대회가 시작할 때 우승을 하고 싶어한다는 마음가짐을 대회에 임해야 한다. 이러한 동기 부여가 없는 선수라면 대회에 나와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대회의 승자는 한 명이다. 이것이 스포츠의 현실이며 받아들여야 한다. 다음 우승까지 또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나는 출전하는 대회에서 모든 투어에서 우승하고, 또 마지막 자리에 서겠다는 마음으로 대회에 임할 것이다.
PBA 출범 시즌때부터 지금까지 PBA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금이 본인의 전성기라고 생각하는지.
- 지난 시즌에 팀리그 파이널에서 우승했고, 두 차례 팀리그 MVP(1라운드, 파이널)도 탔다. 개인투어에서도 우승을 차지한 지금이 나의 최고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순간이 오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했다. 피지컬적으로 멘털적으로 성장했다. 스스로 후회가 남지 않도록 노력한 만큼, 지금이 최고의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러길 바란다.
사진=PBA
관련자료
-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