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뛴 500G, 나에게 고맙다 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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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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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추석엔 강등 걱정
올해는 조기V 꿈꾸는 중
기본기 강조하는 포옛 감독
황금기 최강희 감독 때처럼
지지 않는 경기해서 좋아
팬들의 사랑과 구단의 존중
가족들의 지지 덕분에
녹색유니폼과 함께한 19년
팀이 다시 정상 올라왔을때
떠날 수 있어 행복해요
2024년 추석 연휴, 전북 현대 팬들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강등 걱정을 하며 명절을 보내야 했다. 파이널 라운드를 앞두고 31라운드 즈음 10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난 이번 추석, 전북은 31라운드 기준 20승 7무 4패 승점 67점으로 2위 김천 상무와 격차를 15점으로 벌리고 있다. 4년 만에 K리그 우승이 눈앞에 다가왔다.
이 극적인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선수가 있다. 2006년 전북에 입단해 19년간 한결같이 녹색 유니폼만 입어온 최철순(38)이다.
지난 25일 전북 완주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최철순은 “작년 이야기는 거의 안 하고 있다. 지금은 한 경기씩 차근차근 준비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며 오직 앞만 보고 달려간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극적인 반전을 이끈 주역은 지난해 12월 부임한 거스 포옛 감독이다. 선수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변화를 묻자 최철순은 명확하게 답했다. “지지 않는 경기를 한다는 게 가장 만족스러워요. 클린시트 경기를 자주 하려고 하시는 점이 좋고요.”
포옛 감독 체제에서 최철순은 새롭게 기회를 잡았다. 21라운드 김천 상무전에서는 시즌 첫 선발로 풀타임 출전하며 우측 풀백에서 상대 에이스를 완벽히 봉쇄했다. 경기 후 포옛 감독은 “나는 최철순을 이름 대신 ‘레전드’라고 부른다”고 극찬했다.
이날도 인터뷰에 앞서 오전에 보슬비가 계속 내렸지만 포옛 감독은 훈련을 진행했다. “비 맞고 훈련했어요. 감독님이 영국 날씨라고 좋아하시더라고요.” 포옛 감독의 진짜 변화는 선수들이 어느 새 잊고 있던 축구의 기본을 되찾게 한 것이다.
특히 포옛 감독의 골든 룰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골키퍼는 캐치를 잘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골을 막으면 되고, 공격수는 득점하면 좋은 선수다. 이런 심플한 원칙인데 중요한 거예요. 프로까지 오면서 잊어버리거나 몸이 반응을 안 할 때 강조해서 선수가 더 반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시는 것 같아요.”
최철순은 오로지 전북 유니폼만 입었다. 전북에서만 500경기 넘게 뛰고 있는 이유를 묻자 그의 눈빛이 따뜻해졌다. “팬들의 사랑과 구단에서 저를 존중해 주시는 점에서 감동했어요.” 가족의 지지도 컸다. “아내가 저한테 ‘정신 차려라’ 강하게 얘기한 부분도 많고 전북에 함께하는 게 제게도 우리 가족도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쓰고 싶었다고 했다. “저는 새롭게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어서 누군가를 따라 하거나 비슷하게 하는 것보다는 저만의 색깔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계약도 에이전트 없이 직접 구단과 소통했다. “제가 2025년에 마무리를 짓고 싶다는 생각을 내비쳤을 때 구단에서 그때까지 계약 기간을 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됐어요.”
최철순은 여러 감독을 거쳤고 전북의 우승을 모두 함께 했다. 전북 황금기를 이끈 최강희 감독 시절을 회상할 때는 그 시절의 치열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최강희 감독님이 저를 맨투맨 위주로 많이 활용하셨기 때문에 제가 상대 공격수를 막지 못하면 도태되거나 내려가는 상황이 되거든요. 그래서 항상 매 경기마다 목숨을 걸고 할 수밖에 없었어요.”
2011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세레소 오사카전에서 경합 도중 상대 김보경(현 FC안양)이 코뼈 골절 부상으로 교체되는 일도 있었다. “경합 상황에서 정당한 몸싸움이었지만, 김보경 선수에겐 미안했어요. 하지만 최강희 감독님 앞에서 나도 목숨 걸고 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전북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최강희 감독에 대해서는 “화끈하고 칼 같은 분이셔서 한 번 눈 밖에 나면 올라올 수 없는 분이라 저는 벌벌 떨면서 축구를 했죠. 그때는 우리 팀 자체가 경기할 때마다 질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 강했어요”라고 말했다.
2024년의 암흑기를 회상할 때는 목소리가 낮아졌다. “워낙 급격하게 내려오다 보니까 팀 전체가 다 급해졌고 마음의 여유도 많이 없었어요. 운동장에서도 급하게 빨리 해결하려다 안 풀리는 경기가 많이 나왔고요. 실수도 많이 나오고 공수 간격이나 조직력 면에서도 많이 깨졌어요.”
나이가 들어서도 최철순은 배우려는 자세를 잃지 않았다. “몸은 힘들지만 여러 스타일의 선수를 만나면서 나름대로 느끼는 것도 있고 배우는 것도 있어요. 제가 마크할 때 불편했던 점들은 요즘에도 메모해두죠.”
후배들과의 관계에서도 특별한 철학이 있다. “베테랑이 더 불편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인 선수들이나 경기에 덜 뛴 선수들이 편하고 심플하게 플레이해야 하고, 베테랑은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서 경기를 해줘야 더 도움이 되는 선수라고 생각해요.”
올 시즌을 끝으로 전북에서 은퇴하는 최철순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담담하게 말했다. “저도 오래 선수 생활을 하면서 지금처럼 좋을 때가 있었고 힘들 때가 있었어요. 전북이 다시 좋을 때로 돌아왔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마무리를 짓는 게 좋지 않겠나 하는 가족의 의견을 많이 반영한 것 같아요.”
처음 전북에 들어왔을 때와 지금의 자신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는 “처음 들어왔을 때는 정말 한 경기라도 뛰고 싶다는 마음으로 왔었는데 그게 쌓이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축구를 즐겼던 선수가 지금까지도 축구에 대한 열정을 잊지 않고 달려와 줘서 고맙다고 나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우승이 확정되면 최철순은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선수가 된다. 19년간 한결같은 전북 사랑으로 일궈낸 성과다. 작년 암흑기를 딛고 다시 정상에 오른 전북의 여정에서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최철순의 축구 사랑과 전북에 대한 애정이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원문: 바로가기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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