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버린 ‘물음표 제조기’ 한선수의 시즌 베스트 게임, 빅 데이터의 함정에 빠진 한국전력 블로커들 [MD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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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수원 김희수 기자] 한선수가 시즌 베스트 게임을 치렀다. 그야말로 경기를 완벽히 지배했다.
대한항공이 28일 수원체육관에서 치러진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경기에서 한국전력을 3-0(25-22, 25-18, 25-14)으로 완파하고 8연승을 질주했다. 모든 면에서 상대를 압도한 경기였다. 공격, 블로킹, 수비, 리시브, 서브까지 대한항공이 한 수 위에 있는 날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였던 포인트는 한선수의 엄청난 경기력이었다. 한선수는 이날 시즌 베스트 게임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퍼포먼스로 한국전력 격파의 선봉장으로 나섰다.
한선수의 플레이에 대해 꾸준히 이어져 왔던 관계자들의 평가는 ‘상대의 분석을 역이용하는 데 능하다’는 것이다. 이 경기가 딱 그 강점으로 상대를 흔든 경기였다. 1세트에 한국전력은 한선수의 속공 활용을 강하게 의식했다. 평소 속공 패스 컨트롤이 워낙 좋은데다 B-C패스 상황에서도 속공을 미는 한선수의 플레이스타일을 생각한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한선수는 이를 극단적으로 역이용했다. 1세트의 속공 점유율이 3.7%까지 떨어졌다. 최준혁은 아예 속공 시도 자체가 없을 정도였다. 이 뒤에 따라올 상황은 뻔했다. 한국전력의 블로커들이 나오지 않는 속공에 발이 묶인 사이 임재영의 파이프와 러셀의 백어택이 원 블록 상황에서 한국전력 코트를 폭격했다. 두 선수가 1세트에만 후위에서 7점을 합작했다.

1세트에 극단적인 속공 배제 플레이로 상대에게 의심을 심어준 한선수는 2세트부터 속공 점유율을 끌어 올렸다. 김민재가 공격 점유율 14.29%, 최준혁이 10.71%를 기록했다. 공격 성공률도 각각 75%-66.67%로 높았다. 팀 리시브 효율이 22.22%로 낮았지만 한선수에게 떨어지는 공을 속공으로 미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1세트에 한선수의 바뀐 플레이에 당황한 한국전력의 블로커들은 이를 효과적으로 따라잡지 못했다.
3세트는 말할 것도 없었다. 경기 중반부까지 완벽한 경기 운영으로 일찌감치 한국전력을 다운시킨 한선수는 유광우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휴식을 취했다. 경기 내내 상대보다 한 발 빠르게 변화하고 생각한 한선수가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대로 지배한 경기였다. 반대로 한국전력의 블로커들은 한선수가 그간 많이 보여줬던 플레이를 통해 쌓은 ‘빅 데이터’의 함정에 빠져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헤난 달 조토 감독도 한선수의 이러한 압도적 경기 운영을 칭찬했다. 그는 “최고의 공격수들을 보유했더라도 좋은 세터가 없으면 큰 의미가 없는 법이다. 좋은 세터란 정확한 타이밍에 적절한 분배를 할 수 있는 선수고, 상대 블로커에게 계속 물음표를 심어줄 수 있는 세터다. 한선수가 바로 그런 좋은 세터”라며 한선수를 치켜세웠다.

이날 최고의 활약을 펼친 임재영 역시 “컵대회 때부터 (한)선수 형이랑 파이프를 계속 맞췄다. 이제는 그냥 점프를 뜨면 ‘이거 포인트다!’ 싶은 느낌이 있다. 내가 여유가 생긴 덕도 있고, 선수 형이 상대가 못 따라오는 타이밍에 많이 써주시는 덕도 있다”며 최고의 파이프 호흡에는 자신의 공과 한선수의 공이 반반임을 언급했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V-리그 최고 세터 자리를 지키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물음표 제조기’ 한선수가 오늘도 상대 블로커들에게 수없이 많고도 무거운 물음표를 던져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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