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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준의 지적은 오히려 권장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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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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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경기위원이 신다인에게 4 번 홀 오소플레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등이 보이는 선수가 박혜준. /SBS골프 중계화면

페어웨이지만 잔디가 없는 흙바닥에서 시작된 사건

2025년 9월 19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KLPGA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2라운드. 공동 3위로 출발한 신다인은 4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준비했다. 하지만 티샷이 멈춘 지점은 페어웨이지만 잔디가 거의 없는 흙바닥이었다. 대회는 전날 비로 인해 페어웨이가 젖으며 ‘볼 닦기’ 규정이 적용되었다. 선수는 공을 들어 닦을 수 있지만, 반드시 원래 위치에 정확히 되돌려놓아야 하며, 이를 어기면 2벌타가 따른다.

신다인은 공을 닦은 뒤 흙바닥이 아닌 잔디 위에 공을 내려놓았다. KLPGA는 “선수 본인도 제자리에 두지 않았음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공을 닦고 일정한 범위 이내에서 좋은 자리에 공을 놓고 칠 수 있는 ‘프리퍼드 라이’와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2벌타가 적용돼 스코어카드에 적힌 버디는 보기로 정정됐다. 이후 흔들린 그는 이날만 6오버파 78타를 치며 공동 41위까지 밀려났다.

오히려 박혜준의 행동을 칭찬했어야

이 상황에서 동반자 박혜준이 신다인의 행위를 지적하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경기위원이 확인해 벌타가 확정됐지만, 비판의 화살은 오히려 박혜준에게 향했다. “동료를 고발했다”, “같이 치기 불편하겠다”는 반응이 채팅창에 쏟아졌다.

이번 대회는 1번 홀과 10번 홀에서 동시에 출발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선수들은 9홀을 마친 뒤 30~40분 정도 휴식 시간을 가졌는데, 이 시간에 대부분 중계 화면을 확인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채팅창을 보았다. 박혜준도 전반을 마치고 화면을 확인했다. 그는 “멘털이 너무 흔들렸다”며 후반 첫 홀부터 보기를 범했다고 했다. 어린 선수에게 쏟아진 비난은 큰 충격이었고, 그는 경기 후 눈물을 보였다.

박혜준은 “잘못된 위치에 볼을 놓는 걸 보고도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대회 전체의 공정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는 동료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불공정을 막기 위한 행동이었다.

‘위험한 침묵’과 암묵적 동의

골프의 규칙은 단순한 벌칙이 아니라 참가자 모두가 공정한 조건 위에서 경기하기 위한, 공정성을 담보하는 장치다. 그러나 ‘위험한 침묵’이 이어지면 룰 위반이 은근슬쩍 묵인되고, 경기는 신뢰를 잃는다. 중계 화면이 잘 잡히지 않는 대회나 퀄리파잉 스쿨, 프로 테스트 등에서는 이러한 침묵과 암묵적 동의가 더욱 두드러지곤 한다. 이런 사건이 적발돼 자격이 정지되고 벌금을 무는 스캔들로 비화하는 사례를 왕왕 볼 수 있다. 적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고 실제로는 훨씬 더 많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실제로 러프에서 공이 깊숙이 박혔을 때 클럽으로 공 뒤 잔디를 슬쩍 눌러 라이를 개선하거나, 러프의 잔디를 발로 밟아 공을 치기 좋게 만드는 행위는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나무가 많은 숲이나 잔디가 긴 경사면에서는 공을 제자리보다 살짝 나은 위치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 이런 행위가 동반자의 침묵 속에 지나가면, 규칙은 무너지고 공정성은 흔들린다.

과거 윤이나의 오구 플레이 사건은 이러한 침묵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잘 보여준다. 그는 공이 바뀐 사실을 알면서도 침묵했고, 결국 뒤늦게 사실이 드러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만약 현장에서 바로잡았다면 더 큰 파문은 막을 수 있었다.

반대로 한화 클래식에서는 유소연이 그린이 아닌 지역을 착각해 손으로 모래를 건드렸고, 이를 동반자 최나연이 지적해 벌타를 받았다. 유소연은 실수를 인정했고 두 선수는 이후에도 세계 여자골프를 빛냈다. 오히려 박인비·신지애·이보미·김하늘·이정은5와 함께 모임을 만들어 지금까지도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원칙을 지켜도 우정과 커리어는 훼손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 골프의 과제

여전히 일부 팬들은 이런 행동을 ‘밀고’나 ‘고발’로 치부한다. 이는 한국 사회에 남아 있는 온정주의와 맞닿아 있다. 그러나 골프는 신뢰와 정직 위에서만 존립할 수 있다. 동료의 위반을 지적하는 것은 배신이 아니라, 스포츠의 근본을 지키는 행위다.

이번 사건은 한국 골프가 어떤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지를 분명히 일깨운다. ‘위험한 침묵’을 버리고 공정성과 룰을 존중하는 풍토가 자리 잡을 때, 선수와 팬 모두가 안심하고 경기를 즐길 수 있다. 신다인에겐 뼈아픈 경험이지만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고, 박혜준에겐 용기 있는 선택이 더 큰 신뢰로 돌아올 것이다.

원문: 바로가기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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