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투=박진우]

앤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로드리고 벤탄쿠르를 향한 비판이 ‘마녀사냥’이라 주장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그릇된 사고방식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벤탄쿠르를 인종차별적 발언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독립 규제 위원회는 벤탄쿠르에게 7경기 출전 금지와 10만 파운드(약 1억 7,640만 원) 수준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건은 지난 여름 휴식기에 발생했다. 벤탄쿠르는 2023-24시즌이 끝난 후, 우루과이에 머물며 한 방송에 출연했다. 인터뷰 도중 진행자가 벤탄쿠르에게 손흥민의 유니폼을 가져다줄 수 있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벤탄쿠르는 "쏘니의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주는 건 어떤가? 왜냐하면 모두가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명백한 인종차별이었다. 이는 동아시아인의 외모는 모두 똑같다는 고정관념과 사고방식에 기인한 표현이며, 이는 곧 '명백한 차별'을 의미한다. 논란이 일자 벤탄쿠르는 SNS를 통해 손흥민에게 사과 메시지를 전달했다. 손흥민은 벤탄쿠르의 사과를 받아 들였다. 그러나 이는 비단 두 선수 사이의 문제가 아니었다. 따라서 구단 차원의 중징계가 예상됐지만, 결국 2024-25시즌이 시작될 때까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그러한 상황에서 FA의 중징계가 나온 것이었다.

토트넘의 충격 행보가 이어졌다. 토트넘은 20일 "토트넘은 벤탄쿠르에 대한 잉글랜드 축구협회(FA)의 징계 기간에 대해 항소를 제기했다. 구단은 독립 규제 위원회의 유죄 판결을 수용하나, 부과된 제재가 과도하다고 판단한다. 항소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벤탄쿠르는 국내 대회에 출전할 수 없으며, 구단은 이 기간 동안 추가적인 언급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라고 발표했다.

12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전을 앞두고 진행된 사전 기자회견.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충격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영국 현지에서도 ‘벤탄쿠르 인종차별 논란’이 뜨거웠다. 자연스레 기자회견장에서는 해당 논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입장을 전했다. 한 기자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향해 “벤탄쿠르의 징꼐에 대해 항소하는 것이 모순된 메시지를 보내거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가능성이 있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난 외부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우리에게 내려지는 어떠한 징계든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첫 번째 징계가 다소 과했다고 생각해 항소를 진행했고, 이는 우리의 권리라고 생각한다”고 답하며 구단의 항소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했다.

이어 충격적인 답변이 나왔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요즘 사람들은 누군가를 ‘마녀사냥 하듯’ 처벌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러나 계속해서 말했듯, 진정한 교육과 진전을 원한다면 누군가 실수를 하고 대가를 치를 때 그를 이해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교육을 받은 이후,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탄쿠르를 향한 비판이 ‘마녀사냥’이라 말했다. 그릇된 사고방식이었다. 벤탄쿠르를 향한 비판은 단순히 선수 개인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이었다. 특히 인종차별 철폐를 강력히 외치며, 각종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프리미어리그(PL)에서 사건이 발생했기에 더욱 심각성이 대두됐다.

프리미어리그(PL)를 포함한 축구계는 인종차별 철폐를 강력히 외치고 있다. 인종차별 사건이 발생하면 곧바로 협회, 구단 차원의 징계가 내려진다. 토트넘의 경우, 상당수의 아시아 팬덤을 형성하고 있기에 누구보다 인종차별 철폐에 앞장 서야 하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사건 발생 이후, 징계가 발표될 때까지 토트넘은 ‘쉬쉬 행보’를 걸었다. 처음 밝힌 공식 입장은 ‘항소’였다.

언론과 팬들은 이 지점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토트넘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에 대한 구단의 입장과 향후 행보는 무엇인지 먼저 밝혔어야 했다. 그러나 토트넘의 관심사는 ‘출전 정지 기간’에 대한 이의제기에 집중됐다. 정작 본질적인 문제는 전혀 짚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탄쿠르와 토트넘을 향한 비판을 ‘마녀사냥’이라 말했다.

‘최고참’ 벤 데이비스가 밝힌 입장과 180도 다른 상황이다. 데이비스는 토트넘 선수단 중 최초로 현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데이비스는 “궁극적으로 이러한 일들은 지금처럼 진중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며 본질의 문제점을 짚고,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입장은 달랐다.

물론 그가 말한대로,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본질의 문제를 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토트넘과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탄쿠르의 발언이 ‘의도성이 없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인종차별 사안에서 무지는 용서될 수 없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를 인지하지 못했고, 벤탄쿠르를 향한 비판이 ‘마녀사냥’이라는 그릇된 사고방식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