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4차전이 끝나고 난 뒤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67)이 던진 한 마디는 이번 가을야구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김 감독은 당시 4차전 6회말에 등판해 동점 3점홈런을 맞는 등 0.2이닝 1실점을 기록한 김서현(21)을 “5차전 마무리투수로 기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서현은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인 3일 인천 SSG 랜더스전(0.2이닝 2홈런 4실점)부터 PO 1차전(0.1이닝 1홈런 2실점) 그리고 4차전까지 줄곧 홈런을 맞으며 투구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김서현에게 마무리 상황을 맡기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24일에 열린 5차전을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가 나눠 막으면서 김서현의 등판은 결과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김 감독 특유의 ‘믿음의 야구’는 이후에도 꺾이지 않았다. 김 감독은 김서현 카드를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에서도 계속 활용하며 ‘살리기’에 나섰다.

김서현은 첫 타자 오스틴 딘을 상대로 폭투를 범해 3루주자의 득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후 오스틴을 좌익수 플라이, 후속타자 김현수를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해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김서현이 고비를 넘기자 한화 타선은 8회말에 승리 기회를 만들었다. 하위 타선이 폭발하며 대거 6득점을 기록, 단숨에 7-3으로 점수 차를 뒤집었다. 9회초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김서현은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하며 팀의 4점 차 승리를 지켰다.

김서현은 PO 4차전이 끝난 뒤 김 감독이 발표한 “5차전 마무리투수는 김서현”이라는 말을 마음속에 남다르게 담고 있었다. 그는 “직접 듣진 못했고, 부모님께서 말씀을 전해주셨다. 감독님이 그 만큼 저를 믿겠다고 말씀하신 건데, 그 믿음에 꼭 부응해야 한다는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김서현은 “오늘 얻은 좋은 기억과 자신감을 남은 경기 동안 계속 남겨두면서 더 안전하게 경기를 막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전｜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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