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춘추]

최근 몇 년간 프로야구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엔 불펜 투수 대형계약 바람이 불었다.

2023시즌 전엔 베테랑 원종현이 키움과 4년 25억원에 계약해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고, 2024시즌을 앞두고는 KT 창단 마무리 김재윤이 삼성과 4년 58억원에 계약해 화제를 모았다. 삼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임창민(2년 8억원), 오승환(2년 22억원)까지 영입하며 불펜 보강에만 88억원을 쏟아부었다.

올시즌을 앞두고도 LG가 불펜 강화를 위해 장현식(4년 52억원), 김강률(3+1년 14억원)을 외부 영입했고, 롯데는 김원중과 구승민을 잡는데 총 75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하지만 거액을 쏟아부어 불펜을 영입한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대형 계약을 맺은 원종현, 김재윤, 장현식 등은 하나같이 계약 당시 기대치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도 불펜 투수 대형 계약은 그리 현명한 일이 아니다. 불펜투수는 야구에서 가장 지속력이 떨어지는 보직으로 통한다. 마무리 투수가 3시즌 연속 활약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속설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렇다면 올겨울 불펜 FA 시장은 어떨까. 야구계에서는 올시즌 성적만 놓고 볼 때 '특급'으로 분류할 만한 불펜 FA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KIA 조상우, 삼성 김태훈, 삼성 이승현, 한화 김범수, 두산 최원준, 두산 이영하 등이 FA 자격을 앞두고 있지만, 이 가운데 올시즌 리그 정상급 불펜으로 활약한 선수는 없다. 

이름값만 보면 조상우가 최고다. 키움 시절 150km/h 중후반대 광속구를 앞세워 리그 최고 마무리로 군림했고,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하지만 최근 성적은 좋지 않다. 지난해 군 전역 후 1승 6패 9세이브 평균자책 3.18에 그쳤고, KIA에 합류한 올해도 71경기 6승 6패 1세이브 28홀드 평균자책 3.97로 이름값에 못 미쳤다.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2년 연속 145.5km에 머물고 있다. 2019년 한때 평균 152.2km까지 던졌던 강속구 투수의 구속 저하는 좋지 않은 신호다.

시장에서는 오히려 두산 이영하에 주목한다. 한 야구 관계자는 "이영하도 올해 성적만 보면 그렇게 좋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아직 20대로 나이가 젊은 편(내년 29세)이고 여전히 구위가 살아있다는 점에서 '긁어볼 만한' 가치는 있다"고 내다봤다.

한화 김범수는 시장에서 좀처럼 구하기 힘든 좌완이라는 희소성이 있다. 올해 7경기 등판해 2승 1패 2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 2.36으로 데뷔 이후 가장 좋은 평균자책을 기록했다. 클러치 상황에서 등판할 기회는 적었지만 데뷔 이후 가장 안정적인 투구를 시즌 내내 보여줬다. 최고 150km대에 평균 147.7km에 달하는 구속도 장점이다. 제구 일관성은 여전히 아쉽지만, 강속구 좌완이란 희소성은 분명한 메리트다.

한 구단 관계자는 "최근 불펜 FA 외부 영입 중에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거액 불펜 영입은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라면서도 "올시즌 거의 모든 팀이 불펜 운영에 약점을 노출했고 경기 후반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에서, 올겨울에도 불펜에 오버페이하는 팀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