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던져" 폰세한테 왜 자꾸 이래? 공 하나 던지는 데 6분 넘게 걸리다니…구자욱과 신경전, 또 드러난 피치 클락 맹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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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대전, 이상학 기자] 공 하나를 던지는 데 무려 6분이 넘는 긴 시간이 걸렸다. 한화 이글스 에이스 코디 폰세(31)와 삼성 라이온즈 주장 구자욱(32)이 피치 클락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폰세는 18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치러진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1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7피안타(1피홈런) 1볼넷 8탈삼진 6실점(5자책)으로 고전했지만 타선 지원 속에 9-8 역전승과 함께 승리투수가 됐다.
2010년 류현진(1.82) 이후 15년 만에 1점대 평균자책점(1.89)을 찍으며 외국인 투수 최초 4관왕 위업을 달성한 폰세는 한 경기 최다 실점이 지난 6월8일 광주 KIA전 5실점(5이닝)이었다. 하지만 가을야구 첫판부터 개인 최다 6실점을 하며 처음으로 3이닝 연속 점수를 내줬다.
폰세가 이렇게 난타를 당한 적은 지금껏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진귀한 장면은 3회 무사 1,3루 구자욱 타석에서 나온 두 선수 사이의 신경전이었다. 초구를 던진 뒤 다시 2구째를 던지기까지 무려 6분20초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초구 볼 이후 2구째를 던지기에 앞서 1루로 견제구를 넣은 폰세. 이어 2구째 투구에 앞서 세트 포지션을 한 상태에서 폰세가 뜸을 들이자 구자욱이 타임을 요청했다. 폰세의 인터벌이 길어지자 호흡이 안 맞았는지 타석에서 발을 뺐다. 여기까지는 흔히 있는 타이밍 싸움이었다.
하지만 이건 신경전의 시작이었다. 다시 투구 동작에 들어간 폰세가 바로 공을 던지지 않았고, 구자욱도 잠시 있다 타석을 또 벗어났다. 폰세는 박기택 주심을 바라보며 두 번째 타임 요청이라는 손짓을 했다. 피치 클락 규정에 따르면 타자의 타임 요청은 한 타석 내 최대 2회로 구자욱이 한도를 채웠다는 의미. 구자욱이 박기택 심판과 한참 이야기를 나눴고, 박진만 삼성 감독이 3루 덕아웃에서 그라운드로 나와 박기택 심판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돌아갔다.
여기서 상황이 정리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서로 투구와 타격 동작에 들어가기 전 타이밍이 또 맞지 않았고, 박기택 심판이 두 선수에게 차례로 뭔가 이야기를 했다. 보다 못한 김경문 한화 감독도 1루 덕아웃에서 나왔고, 박기택 심판과 이야기를 나눴다. 진짜로 상황이 끝난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아니었다.
폰세는 피치 클락 잔여 시간을 이용한 뒤 공을 던졌고, 이번에는 박기택 심판이 타임을 선언한 뒤 직접 마운드로 향했다. 통역을 통해 폰세에게 빨리 투구할 것을 요구했고, 폰세는 피치 클락 시간이 남아있는데 왜 재촉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즌 때도 폰세는 이런 상황이 여러 번 있었다. 지난 3월22일 수원 KT전 개막전을 시작으로 심판으로부터 피치 클락 고의 지연에 대한 주의를 몇 차례 받았다.
지난해 시험 운영한 뒤 올해 정식 도입된 KBO 피치 클락은 주자가 없을 때 18초, 주자가 있을 때 23초 이내로 투수가 던져야 한다. 타자는 잔여 시간이 8초가 되기 전까지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 시범경기를 거쳐 올 시즌 개막을 하루 앞두고 투수가 피치 클락 잔여 시간을 이용해 투수가 고의 지연한다고 판단되면 심판이 주의 또는 경고 조치가 가능하다는 시행세칙을 추가 적용했다.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심판은 피치 클락이 남아있어도 투수에게 경고를 줄 수 있는데 명확한 기준 없이 심판 재량이라는 점에서 애매한 구석이 있다.
투구 템포 조절에 능한 폰세는 시즌 때도 “피치 클락을 최대한 활용하면 타자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 KBO리그는 쉬운 곳이 아니고, 작은 요소까지 활용해야 한다. 경기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며 정해진 규칙과 시간 내에서 타자와 타이밍 싸움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피치 클락을 둘러싼 신경전이 발생해 논란 거리로 떠올랐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경기 후 이와 관련해 “타자 입장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고, 투수는 투수 입장에서 정해진 시간 안에 던지는 것이다. 타자는 너무 인터벌이 길게 느껴지니 미묘한 게 있는데 딱히 뭐라 하기도 그렇다. 그 부분은 시즌이 다 끝나고 감독자 회의에서 다뤄야 할 부분이다”고 밝혔다. 심판 재량이라는 애매한 부분을 없애고 명확하게 기준을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 타석에서 구자욱은 폰세를 상대로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치며 1타점을 올렸다. 4-5로 따라가는 점수. 박진만 삼성 감독은 구자욱과 폰세의 신경전을 두고 “포스트시즌이라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장면이었다. (구자욱이) 주장으로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 같다”고 봤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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