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끼리 호텔방에서 ‘감독 교체 투표’ 뒤 대표이사에 전달…신태용 작심 폭로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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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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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폭행?
사실확인 없이 경고 공문
면담 한번 안하고 해임통보
하극상 있었나?
일부 고참들이 경질 주도
대놓고 감독 패싱도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HD는 올해만 두 차례 사령탑을 경질했다. 김판곤 감독이 경질된 뒤 부임 65일 만에 성적 부진(1승3무4패)으로 해임된 신태용 감독(55)이 폭로에 가까운 속사정을 모두 털어놓으며 리그가 소란스럽다.
신 감독은 지난 14일 기자와 통화에서 “억울한 것은 얘기를 해야하지 않느냐.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 참을 수가 없었다. 축구계에서 또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격정토로했다.
신 감독의 발언으로 확인된 ‘울산 사태’를 Q&A로 정리했다.
Q. 신 감독이 말하는 울산의 문제는 무엇인가
A. 신 감독은 “일부 선수가 울산을 자신의 팀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특정 선수가 감독보다 힘을 발휘하는 구조가 문제였다는 얘기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감독을 건너뛴 채 구단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구단이 그에 대한 결정을 내리면서 한계를 절감했다. 자신의 경질 역시 선수들이 직접 구단에 의사를 전달한 뒤 곧바로 결정됐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신 감독은 “감독의 힘은 구단의 믿음에서 나온다. 울산은 아쉽게도 선수를 먼저 믿더라. 훈련 과정에서 선수를 때리고 괴롭혔다는 것에 경고성 공문을 주기 전에 먼저 나에게 사실 관계 확인을 해야하지 않느냐. 날 자를 때도 제대로 된 면담도 없이 만나자마자 물러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울산은 신 감독의 주장에 대해 경질은 발표대로 “성적 문제였다”고 선을 그었다. 신 감독이 거론한 공문은 선수 보호 측면에서 당연히 필요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Q. 정말 선수가 월권 행위를 했나
A. 신 감독의 주장대로 선수의 월권 행위가 있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신 감독이 부임하면서 입지가 좁아진 일부 베테랑 선수가 속초 전지훈련을 전후해 나머지 선수들에게 감독 교체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를 주도한 정황은 드러났다. 이후 선수들은 호텔방에서 비공개 투표로 의견을 모았고, 최종적으로 한 선수가 김광국 대표이사에게 “신 감독과 더 이상 같이 뛸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감독은 “그 투표에 끼어있었던 선수는 나중에 나에게 ‘감독님 죄송합니다. 분위기가 그래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고 말하더라”고 말했다.
신 감독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선수가 감독을 경질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선수들의 입장을 들어봐야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울산 선수들은 18일 광주FC전을 시작으로 1부리그 생존에 집중하겠다며 당분간 입장 표명은 하지 않기로 했다. 울산 구단은 “선수들이 (1부리그) 생존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Q. 구단과 선수의 밀착 관계가 문제라고 볼 수는 없지 않나
A. 울산이 지난 3년간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과정에서 선수단의 내밀한 이야기까지 다큐멘터리로 제작될 수 있었던 것은 구단에 대한 선수단의 믿음이 있어 가능했다. 그러나 구단과 선수단이 과도하게 밀착돼 선을 넘었다는 시선은 있었다. 2년 연속 K리그1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2023년 매니저가 선수 4명과 함께 SNS에서 인종차별 행위를 저지른 것이 대표적이다. 또 선수단 내에서만 공유돼야 할 사안들이 코칭스태프를 건너뛴 채 구단에 전달되면서 불협화음이 일기도 했다. 신 감독도 “선수가 다친 것도 내가 말하기 전 이미 구단이 알고 있었다. 구단에 통보한 내용을 거꾸로 내가 말하기도 전에 선수들이 알고 있기도 했다.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처음 보는 일”이라고 말했다.
Q. 신 감독은 잘못이 없었나
A. 신 감독은 울산에 걸맞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가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활동한 것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이다. 2016 리우 올림픽부터 효과를 발휘했던 ‘형님 리더십’은 거액의 연봉을 받는 울산 선수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신 감독이 선수를 괴롭혔다는 의혹과 함께 구단으로부터 공문을 받은 것도 이 부분이 원인이었다. 신 감독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상하이 선화 원정에서 선수단 물갈이를 이야기한 것도 스스로 리더십을 깎아내린 행동이었다. 팬들 사이에서 오해를 부른 원정 버스에 실은 골프백도 본인이 먼저 조심했어야 했다.
신 감독은 “냉정하게 나도 책임이 있다. 경기에 졌을 때도 응원해주던 팬들을 위해서라도 잘했어야 했다. 이제는 (경질된 것도) 내 복이라 생각하려고 한다. 더 이상 구단이나 선수들과 싸우고 싶은 마음도 없다. 앞으로 잘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원문: 바로가기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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