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영우 이어 김민재도 지적, '월드컵 딱 8개월'…'홍명보호 백3' 양날의 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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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올 여름부터 홍명보 감독이 꺼내든 백3 시스템이 브라질전에서 많은 숙제를 남겼다.
브라질이 세계 최고 수준의 팀이어서 홍명보호 전술이 터무니 없이 무너졌다고 평가하긴 그렇지만 약점을 또렷하게 노출한 것도 맞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불과 8개월 남은 시점에 불안한 백3 시스템이 '양날의 검'이 될 가능성을 제외할 수 없게 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친선 경기에서 0-5 대패를 당했다.
지난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전 일본전부터 홍 감독이 꺼내든 백3 카드를 브라질이 간파하면서 브라질과의 역대 9차례 대결 중 최다골 차 패배를 맛봤다.
홍명보호는 동아시안컵 당시 K리그를 비롯 아시아권에서 활동하는 선수들 위주로 명단을 꾸렸다. 9월 A매치에선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 이한범(미트윌란),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 등 유럽파 수비수들이 합류해 처음으로 백3 호흡을 맞춰봤다.
9월엔 평가가 좋았다. 미국을 상대로 무실점하며 순조로웠던 백3는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처음으로 실점하면서 보완점을 드러냈지만 "플랜B 이상의 전술이 될 수 있다"는 칭찬도 들었다.
브라질전에선 백3가 참패의 원인이 됐다.
홍명보호는 브라질전에서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중원에 황인범(페예노르트), 백승호(버밍엄 시티), 단 두 명의 미드필더들이 상대의 강한 압박을 받기 때문에, 중앙 수비수들의 빌드업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의 전진을 위해서는 윙백들이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활발하게 제 몫을 해야 한다.
하지만 좌우 윙백의 전진이 이루어지기 전에 브라질 선수들이 측면에서 강력한 압박으로 공을 빼앗았다. 한국은 결국 위험 지역에서 상대에게 소유권을 계속 내줬다. 다섯 골 내주는 장면 중 첫 골과 세 번째 골, 네 번째 골이 측면에서 볼을 빼앗기거나 사람을 놓쳐 벌어진 일이었다.
여기에 수세 땐 수비수가 윙백 포함 5명이 되는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선수들인 유려한 좌우 전환을 통해 측면으로 볼을 전개, 한국 수비수들을 끌고 나왔다.
전반 42분 호드리구에 내준 두 번째 실점이 전형적이었다. 왼쪽 측면으로 넓게 선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에게 롱패스가 전달된 뒤, 비니시우스가 중앙에 있던 카세미루에게 패스를 전달했다. 호드리구는 이 때 패스를 받는 척하며 카세미루에 흘려주더니 페널티박스 내 빈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바디 페인팅 한 번에 센터백 조유민을 벗긴 뒤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 백3를 개인기로 흔들다가 중앙에 빈 공간을 만들어 득점했다.
정예 멤버로 백3 체제로 단 3경기를 치렀지만, 브라질이 확실한 오답노트를 제공했다. 미국전, 멕시코전과 달리 브라질은 한국의 전방 압박을 벗겨내면서 볼을 이리저리 돌렸다.
한국은 백4를 설 때보다 공수 간격이 넓어지면서 상대의 다채로운 공격에 유린당했다.
브라질 대표팀을 이끄는 이탈리아 출신 월드클래스 명장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한국을 5-0으로 누른 뒤 "한국이 백3를 세우면서 중간에서 압박을 강하게 나갔는데 거기서 미스가 나왔다. 수비 라인도 간격이 벌어지면서 어려움을 겪은 거 같다"고 했다.
태극전사들도 익숙하지 않아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홍 감독이 백3는 어디까지나 플랜B라고 말하는 시점에서 '플랜B 다듬기'에 얼마나 더 투자를 해야할지 숙제가 됐다.
오른쪽 수비수 설영우는 지난 9월 미국 원정 당시 인터뷰에서 "내가 백3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수비에 대한 부담감이 심하다 보니 (공격 지역으로)많이 올라가는 데 불안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며 "그래도 (이)한범이가 뒤에서 계속 말을 많이 해주고, 걱정하지 말고, 올라가라는 얘기를 많이 해줘서 그렇게 많이 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해선 "백4보다 수비에 대한 부담감이 덜한 건 사실인데, 그래도 수비할 때 똑같이 내려와서 수비를 해야 된다"라며 "공격 때는 더 적극적으로 올라가야 하다 보니까 공수 모든 면에서 뛰는 양이 더 많아진 건 사실인 것 같다. 그래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다고 느꼈다"며 에너지 소비가 심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브라질전이 끝난 뒤, 독일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한국 핵심 수비수 김민재 역시 백3 시스템이 완벽히 장착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우리가 강팀이랑 할 때 수비에서 수적 우위를 가지고 경기를 할 수 있다"며 백3의 필요성 자체는 공감하면서도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것 같다"라고 밝혔다.
브라질을 상대로 수비 지향적인 전술을 고수한 홍 감독은 대패 뒤 "두 가지를 준비했다. 빌드업 과정에서 상대 전방 압박 숫자가 많을 경우, 롱볼을 이용해 우리 공격수와 상대 수비수가 일대일 상황을 맞는 상황에서는 앞으로 보내라고 했다. 상대 숫자가 적으면 빌드업을 하자고 했다"라고 말했다. 선 굵은 공격과 세밀한 공격울 섞어서 대응하려고 했다는 뜻인데, 기본기와 압박에서 선수 개개인의 기량 차가 심하다보니 통하지 않았다.
이어 "선수들이 빌드업 하다가 빼앗겨 상대에게 실점하기도 했지만, 그러면서 솔직히 자신감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작정 빌드업을 해야한다는 건 아니지만 우리도 빌드업하면서, 중요한 건 볼이 앞으로 가는 거다. 길게 가냐 짧게 가냐는 거기서 선택이 되는 것"이라며 현재 시스템에서 완성도를 높여가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백3는 홍 감독 구상대로 필요한 전술이긴 하다. 한국이 월드컵 조추첨에서 포트2에 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포트1에 속하는 강팀, 혹은 플레이오프로 밀려 어쩔 수 없이 포트4에 배정되는 유럽 팀과 만날 땐 백3가 요긴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축구대표팀도 본선에 오른 직후부터 백3를 연습 중이다. 일본은 지금 홍명보호보다 백3 완성도가 더 떨어져 걱정을 낳고 있다. 그런 면에선 현역 시절 아시아 최고의 수비수였던 홍 감독이 백3에 대한 혜안을 갖고 있을 수 있다.
촉박한 시간 속에서 홍명보호 백3가 얼마나 정착될지 화두로 떠오르게 됐다.
사진=서울월드컵경기장, 박지영 기자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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