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해트트릭, 그 이상의 '가치'...MLS 확장의 신아이콘 [황덕준의 크로스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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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LA=황덕준 재미 언론인] 솔직히 말하면 은퇴 수순으로 여겨졌다. 세계축구의 최고봉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서른셋 나이에 은퇴를 준비하는 행보로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로 옮겼나 싶었다. 솔직히 그랬다. 그런데, 아니었다.
손흥민이 미국 땅을 밟은 지 불과 40여일.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는 30년 역사를 갖고도 유럽리그 수준에 비할 바 못되는, 변방리그로 여겨진 MLS의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다. 소속팀 LAFC 뿐 아니라 리그 30개팀을 대표하는 MLS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18일 레알 솔트레이트와 치른 방문경기에서 기록한 해트트릭은 그가 단순히 '유럽 무대 스타의 퇴역 준비'가 아니라 여전히 절정의 기량으로 전성기를 유지하고 있음을 강렬하게 보여줬다. 6경기 만에 5골, 그 중에서도 3골을 한 경기에서 몰아친 기록은 MLS 사상 아시아 출신 선수로서 전례 없는 속도와 임팩트다. 세계적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가 3년 동안 한 번 기록한 MLS 해트트릭을 불과 5경기 만에 기록했으니 스타교체의 상징처럼 보이기도 한다.
손흥민이 합류하기 전 LAFC는 서부 콘퍼런스 7위로 처져 있었지만 어느덧 4위로 솟구쳐 플레이오프 진출을 사실상 확정짓는 위치에 자리했다. 수용능력 2만 2000명의 홈구장은 8월말까지 경기 당 관중석 점유율이 98.9%로 높은 편이었지만 지난 9월 1일 손흥민의 첫 홈경기 때는 수용능력을 초과한 2만 2937명이 들어차 점유율 104%를 나타냈다.
스포츠 전문 통계업체 '스포트래픽스'는 최근 분석에서 LAFC는 손흥민 영입으로 구단 가치를 15% 이상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독일 기반의 축구전문 통계사이트 '트랜스퍼마켓'은 LAFC의 구단가치가 6600만유로(약 7752만달러)로 리오넬 메시가 뛰는 인터마이애미FC의 6800만유로(약 7987만달러)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고 분석했다. 트랜스퍼마켓에 따르면 손흥민의 시장가치는 MLS에서 LA갤럭시의 리키 푸이치, 인터마이애미의 로드리고 데 폴과 함께 공동 1위다. 이는 단순히 한 명의 스타 선수가 팀에 합류해 발생한 경제적 효과를 넘어, 리그 전체 브랜드 파워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미국의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손흥민의 MLS 이적은 2007년 데이비드 베컴이 LA 갤럭시에 합류했을 때와 비견된다"며 "이번 영입은 MLS의 글로벌화를 한층 가속화할 사건"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미국 축구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특히 손흥민이 폭발적인 스피드와 정교한 마무리 능력을 선보이며 'MLS 수비수들을 훈련시키고 있다'는 농담 섞인 평가가 현지 SNS에서 퍼지고 있다. NBC스포츠는 해트트릭 직후 "손흥민은 유럽 톱리그에서 뛰던 그 모습 그대로다. 그의 합류로 MLS의 경기 템포와 수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극찬했다.
손흥민의 MLS 활약은 리그 내부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MLS가 그동안 북미 시장에서 성장하는 데 집중해왔다면, 손흥민은 리그가 아시아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다리' 역할로 평가된다. 특히 한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팬층을 직접 MLS 시청자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크다.
손흥민의 LAFC 합류가 MLS의 중계권 협상에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1990년대 NBA가 마이클 조던을 중심으로 아시아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손흥민의 MLS 진출은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LA코리아타운에서는 손흥민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대형 스포츠바와 한식당이 '손흥민 데이'를 내걸고 프로모션에 열을 올린다. 한인 2세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손흥민이 '미국에서 활동하는 아시아인 슈퍼스타'로 인식되며, 그를 보고 축구에 입문하거나 축구팀에 가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LA 한인타운에서는 손흥민의 이름을 건 유소년 축구 클리닉과 자선 행사가 기획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손흥민처럼 될 수 있다"는 희망이 그 어느 때보다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다. 박찬호 때문에 유소년 야구팀에서 뛰는 한인 청소년이 늘어나고 박세리 효과로 골프 레인지마다 부모와 함께온 어린이들로 붐비던 시절이 소환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 명의 선수 에 대한 인기 차원을 넘어 아시아계의 자긍심 확장이라는 의미도 있다. 한인 사회가 손흥민의 MLS 진출에 쏟는 관심은 단순한 팬심을 넘어선다. 이민 1세대에게 손흥민은 한국인의 성취를 상징하고, 2·3세대에게는 꿈을 구체화해주는 롤모델이다.
손흥민의 MLS 경력은 시작 단계다. EPL 10년의 화려한 시절의 후광에 기대지 않고, 미국 무대에서 굳이 그럴 필요없는데도 마치 증명해보이려는 듯 맹렬하게 질주하는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이 있는 메시지다.
손흥민은 이제 단순히 한 팀의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다. 그는 MLS라는 리그, 미국 내 아시아계 커뮤니티, 그리고 글로벌 축구 산업 전체를 연결하는 상징적 존재다. MLS는 손흥민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지도 모른다. 손흥민의 MLS 시대, 이제 그 첫 장의 막이 올랐다.
djktow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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