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로스앤젤레스FC(LAFC)에서 손흥민과 함께 공격 듀오를 결성해 LAFC의 선전을 이끌고 있는 가봉 국가대표 공격수 드니 부앙가의 월드컵 꿈이 좌절됐다.

가봉이 아프리카 대륙 플레이오프 준결승에서 나이지리아에 패배하며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것이다. 가봉은 부앙가를 비롯해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 마리오 르미나 등을 앞세워 이번 월드컵 예선 10경기에서 8승을 쓸어담으며 선전했지만, 결국 결정적인 경기에서 패배하며 월드컵 본선행이 무산되고 말았다.

가봉은 14일(한국시간) 모로코 라바트에 위치한 물레이 하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 플레이오프 준결승에서 연장 혈투 끝에 1-4로 패배하며 월드컵 본선 직행에 실패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던 가봉은 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오프에서 스타들이 즐비한 나이지리아를 만나 패배하며 탈락, 다음 대회를 노리게 됐다. 가봉이 아프리카 예선 10경기에서 8승1무1패를 기록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잔인한 결과다.

아프리카 예선 F조에서 조 1위 코트디부아르(승점 26)보다 승점 1점이 부족해 본선에 직행하지 못하고 플레이오프로 향하게 됐던 가봉으로서는 아프리카 팀 중에서도 최상급 전력으로 꼽히는 나이지리아와의 경기가 성사된 것을 두고두고 원망할 만하다.

이날 가봉은 후반 33분 나이지리아에 선제골을 허용하고도 포기하지 않은 끝에 후반 44분 터진 르미나의 천금같은 동점골로 따라가며 경기를 연장전까지 끌고갔지만, 연장전 들어 나이지리아의 주포 빅터 오시멘에게 두 골을 허용하는 등 무너지며 결국 패배했다.

가봉의 결정력이 아쉬웠다. 가봉은 LAFC에서 시즌 후반기 들어 맹활약을 펼친 부앙가와 과거 아스널, 바르셀로나 등 빅클럽에서 활약하며 가봉 축구사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날렸던 베테랑 스트라이커 오바메양, 기대주 로이스 오펜다를 스리톱으로 내세웠지만 세 공격수들은 나이지리아 수비진을 상대로 한 골도 터트리지 못했다.

후반 33분 아코르 아담스에게 내준 선제 실점으로 패색이 짙었던 후반전 막바지 가봉을 구한 것은 가봉이 자랑하던 공격진이 아닌 미드필더 르미나였다.

르미나는 후반 44분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90분 가까이 열리지 않았던 나이지리아의 골문을 열어젖히며 조국 가봉에 월드컵 본선 진출 희망을 안겼다.

그러나 나이지리아에 비해 스쿼드가 두텁지 않고, 선수들의 개인 능력 차이도 컸던 가봉은 연장전에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연장 전반 7분 치데라 에주케에게 실점하면서 다시 리드를 내줬고, 연장 전반 12분 오시멘에게 추가 실점을 허용하며 격차가 벌어졌다. 가봉은 교체 투입된 선수들을 활용해 활로를 모색했지만, 이미 승기를 잡은 나이지리아가 교체카드를 수비에 투자한 탓에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결국 연장 후반 5분 경기에 쐐기를 박는 오시멘의 득점까지 터지면서 가봉은 좌절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부터 본선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되면서 요르단, 우즈베키스탄, 심지어 아프리카의 섬나라 카보베르데 등이 대륙 예선에서 본선행 티켓을 낚으며 여러 스토리를 만들어냈지만, 가봉은 이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다.

올해로 36세가 된 가봉 축구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로 꼽히는 오바메양도 결국 월드컵 본선에 한 번도 참가하지 못한 채 커리어를 마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바메양은 전성기였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아스널에서 활약할 당시에도 가봉을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올려놓기 위해 분투했으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부앙가와 오펜다가 합류한 이번 예선이 기회로 여겨졌지만 오바메양의 꿈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부앙가는 지난 11일 손흥민에게 생일 축하까지 받으면서 월드컵 꿈에 도전했으나 끝내 이루지 못했다.

한편 가봉을 꺾고 플레이오프 결승에 오른 나이지리아는 결승전에서 콩고민주공화국을 만난다.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 한국과 같은 조에 묶이기도 하는 등 꾸준히 아프리카의 강호로 꼽혔던 나이지리아의 승리가 예상되고 있지만,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 일어난 이변들을 생각하면 나이지리아도 마냥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는 없을 듯하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