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레알 솔트레이크전에서 월드클래스 공격수다운 경기력을 뽐낸 로스앤젤레스(LA)FC 손흥민(33)의 활약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손흥민은 18일(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샌디의 아메리카 퍼스트 필드에서 열린 2025시즌 MLS 정규리그 2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솔트레이크를 상대로 해트트릭(시즌 3·4·5호 골)을 터뜨리며 LAFC의 4-1 대승을 이끌었다. 지난달 MLS에 데뷔한 손흥민이 해트트릭을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MLS 홈페이지에서는 '손세이셔널' '한국 축구 레전드'라고 축하했다. 미국 폭스스포츠는 "(부진의) 그림자는 물러가라. 빛나는 수퍼스타가 나가신다"며 손흥민의 활약을 조명했다.

연승을 달린 LAFC(승점 47)는 서부 콘퍼런스 4위에 올랐다. 포스트시즌 격인 MLS컵 진출 마지노선인 9위 새너제이(승점 35)와 격차를 승점 12로 벌렸다. 정규리그는 5경기 남았다. 또 LAFC는 손흥민이 지난달 합류한 이후 치른 6경기에서 3승2무1패를 기록했다. 손흥민은 이 기간 5골 2도움을 올렸다. 특히 손흥민이 활약한 경기에선 패하지 않아 '손흥민 공격포인트=불패'가 LAFC의 무패 공식으로 굳어졌다. 뉴욕 타임스는 "손흥민은 LAFC 입단 이후 줄곧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출신 데니스 부앙가와 함께 최전방 투톱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전반 3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하프라인 왼쪽 부근에서 패스를 받은 그는 상대 수비수 세 명을 달고 단독 골대까지 드리블한 뒤 오른발 슛으로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시즌 3호 골. 손흥민은 지난 14일 새너제이전에서도 53초 만에 골을 넣어 2경기 연속 이른 시간에 득점포를 가동했다. 또 앞서 치른 이달 A매치 미국전(7일·1골)과 멕시코전(10일·1골) 득점까지 더하면 공식전 4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전반 16분엔 MLS 첫 멀티골을 작성했다. 부앙가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강력한 감아차기 중거리 슛을 성공했다. 시즌 4호 골. 손흥민은 기어코 해트트릭까지 완성했다. 팀이 2-1로 추격당하던 후반 37분 부앙가가 내준 패스를 손흥민이 왼쪽 골문을 향해 슬라이딩하며 왼발 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의 시즌 5호 골이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손흥민은 슈팅 6개 중 4개를 유효슈팅으로 연결했고, 그중 3골을 넣는 순도 높은 골 결정력을 선보였다.

이날 손흥민이 부앙가의 도움으로 2골을 기록하자, 한국 팬들은 "토트넘 시절 환상의 호흡을 보였던 '손케(손흥민·해리 케인)' 콤비를 떠올리게 하는 '흥부(손흥민·부앙가)' 듀오가 결성됐다"며 기뻐했다. 손흥민이 부앙가와 투톱으로 나선 이날과 지난 새너제이전에선 차례로 각각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종전 LAFC의 에이스였던 부앙가는 손흥민 입단 후 부담감을 덜었다. 상대 수비가 손흥민에 쏠린 사이 이전보다 더 많은 골 찬스를 얻었다. 손흥민 입단 후 6경기에서 6골을 넣었다. 부앙가도 손흥민에게 여러 차례 골 찬스를 열어준다. 현지 언론에선 "손흥민과 부앙가를 MLS에서 가장 위협적인 듀오"라고 평가했다.

손흥민은 "첫 해트트릭을 기록하고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나 자신과 동료들이 자랑스럽다. 최근 아주 즐거운 경기를 하고 있다"며 "골을 넣든 안 넣든 매 초, 매 순간, 매 훈련과 매 경기가 즐겁다. 아직은 적응기다. 지금보다 분명히 더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손흥민에게 두 개의 어시스트를 선물한 부앙가는 후반 43분 쐐기골 넣어 LAFC 역대 최다 득점자(94골)로 올라섰다. 손흥민은 "새 역사를 쓴 부앙가에게도 축하를 전한다. (그와 난) 시너지를 내는 것 같다"고 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