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메이커’ 허수가 말하는 DK의 2025와 2026시즌
작성자 정보
- 작성자 토도사뉴스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조회 3
본문

디플러스 기아는 ‘스매쉬’ 신금재와 ‘커리어’ 오형석, 신인 바텀 듀오를 영입해 왕조 재건에 나선다. ‘시우’ 전시우와 ‘루시드’ 최용혁에 이어 다시 한번 로스터에 신인들을 추가했지만, ‘쇼메이커’ 허수는 “신인 위주의 로스터라고 해서 나에게 과부하가 걸릴 거로 생각하진 않는다. 팬분들께서 우려하시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자신감의 밑바탕은 무엇일까. 24일 서울 영등포구의 팀 사옥에서 그를 만났다.
-2025시즌을 되돌아본다면.
“LCK컵 때까진 기세가 좋아서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정규 시즌 시작 후부터는 기대했던 것처럼 풀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성적이 안 나왔으니 실패에 가까웠던 시즌이다. 다른 시즌보다 경기 수가 더 많아서 그랬던 건진 모르겠으나 유독 길게 느껴진 시즌이기도 했다.”
-피어리스 드래프트 도입 후 첫 시즌이기도 했다.
“피어리스 도입 이후 대회가 조금 더 재밌게 느껴졌다. 이전에는 맨날 나오는 챔피언만 반복해서 연습했다. 내가 한 챔피언을 연습하고 싶으면 6판 내내 1픽으로 그것만 하기도 했다. 올해는 한 챔피언을 한 번밖에 못 하니까 연습에서도 재밌는 그림이 나왔다. 신챔프가 나오면 상대도 블루 1픽으로 할 거 같으니까 레드에서 먼저 밴 해버리는 것이다. 정말 연습하고 싶으면 상대에게 양해를 구하고 고르거나 하는 사례도 있었다. 같은 결로 OP 챔프였던 아지르는 몇 달 동안 스크림에서도 못 봤다.”
-올해 다양한 챔피언을 연습하고 꺼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챔피언은.
“초가스다. 초가스가 당시에 LEC에서 인기 있는 챔피언이었다. 성능이 좋았고, 밴픽 손해를 무마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연습 성적도 좋았다. 거의 다 이겼다. 상대가 초가스를 많이 안 만나봐서 그런지 강팀이든 약팀이든 대처를 못 하더라.
BNK전에서 상대가 아리를 골랐다. 아리 상대로 초가스가 상성이 좋아서 내가 뽑으려고 했는데 ‘베릴’ (조)건희 형이 바텀에서 세나·초가스를 하겠다고 하더라. 결국 그때는 바텀에게 양보했고 나중에 젠지전에서 다시 꺼냈다. 그때는 코르키 상대로 뽑았다. 사실 코르키 상대로는 좋은 픽이 아닌데 밴픽 구도상 할 게 없어서 골랐다. 그 경기에서 지고 팀에서 초가스 픽을 폐기하기로 결정해서 아쉬웠다.”
-허 선수가 생각한 초가스만의 강점은 무엇이었나.
“유충 싸움에서 초가스가 정말 좋았다. 초가스의 존재만으로도 상대가 유충 싸움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유충을 궁극기 스택으로 바꾸기도 좋고, 설령 유충 싸움이 벌어지더라도 초가스가 흉포한 울부짖음(W)+점멸로 한 명을 노리는 힘이 세서 유리하다. 또 유충의 진드기들 상대로도 패시브의 체력·마나 회복 효과가 발동한다. 실제로 젠지전에서도 유충 싸움을 초가스의 힘으로 이겼다.”

-그밖에도 연습했는데 꺼내지 못해 아쉬운 챔피언이 있다면.
“이것저것 많이 연습했다. 카사딘이랑 멜을 많이 못 쓴 게 아쉽다. 멜은 예전부터 정말 좋은 챔피언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전에서 못 꺼냈다. 카타리나도 연습했는데 못 썼다. 피어리스 특성상 ‘노 CC 조합’이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 카타리나가 정말 좋았다.
평소에 준비가 잘 돼 있어야 피어리스에서 즉흥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느꼈다. 이번 월즈에서도 갑자기 애니비아나 애쉬가 나오지 않았나. 평소 준비가 돼 있어야 잘할 수 있겠더라. 그리고 5세트까지 가면 밴픽이 정말 어려웠다. 밴픽부터 한쪽으로 게임이 기우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팀만의 얘기가 아니라 대체로 그랬다.”
-정규 시즌 상반기, 팀 성적에 고저가 있었다. 초반에 잘 나가다가 휘청거렸다.
“이길 때는 이걸 해도, 저걸 해도 이기니까 밴픽도 다양하게 했다. 하지만 패배가 누적되고 경기력이 하락하니까 점점 번뜩이는 밴픽이 나오지 않더라. 그렇다고 해서 기본 체급이 뛰어난 편도 아니어서 여러모로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
-KT와의 타이 브레이커 끝에 라이즈 그룹으로 갔다.
“처음에는 ‘인생이 끝났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막상 1~2주 차 경기를 치르면서 승수를 쌓으니까 팀 분위기가 좋아지더라. 많이 이기면서 자신감도 회복할 수 있었다. 스크림도 레전드 그룹 팀들과 자주 했다. 그래서 양 그룹 간 차이가 그렇게 큰가 싶었다.
농심이나 KT가 레전드 그룹에서 연패하는 걸 보니까 라이즈가 나은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팽팽한 승부 끝에 지는 것도 아니고 완패를 당하는 게임이 많았다.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계속 지다 보면 본인들이 해놓은 티어 정리에도 의구심이 생길 것이고, 팀 사기에도 부정적 영향이 갈 테니까.
2026시즌에는 LPL에서 귀환하는 선수들도 있어서 팀들의 평균 전력이 올해보다 더 강할 것 같다. 그래서 올해보다 더 레전드와 라이즈 그룹을 나누는 의미가 적어 보인다. 내년엔 라이즈 그룹 팀들이 레전드 팀들을 언제든 이길 수 있을 것 같고,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정규 시즌 하반기, 김대호 감독이 코치로 합류하면서 플레이 스타일 변화를 요구했다고.
“감독님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수용하려 했다. 나는 원래 유연한 플레이를 선호했다. 챔피언 특성도 따지지만 매판 달라지는 탑·바텀·미드 라인의 흥망이나 라인 스와프 여부, 드래곤과 유충의 밸류 등을 전부 고려해서 라인을 버리고 변수를 노리든, 반반 구도를 유지하든, 과성장을 하든 하는 식으로 변화를 주는 걸 선호했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미드는 왕족처럼 해야 한다’ ‘미드는 팀에 부하(負荷)를 줘야 한다’고 하셔서 보다 내 라인 위주로 플레이하려 했다.”

-1년 내내 메타 변화가 크지 않은 시즌이었다.
“우리는 게임이 일인 사람들이니까 재미를 따지지 않고 늘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매일 신 짜오, 오공만 하고 갈라진 하늘 사고, 사실 미드도 오리아나, 라이즈, 탈리야 위주로만 했다. 똑같은 아이템만 사고…그런 시즌이었다. 그래서 최적화에 연습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그것들의 디테일을 만드는 게 실력이라지만, 계속 나오던 것만 나오니까 하는 입장에서도 재미가 덜했다. 기본적으로 라인 스와프가 문제인 것 같기는 하다. 탑이 스와프 구도에서 약한 챔피언을 고를 수가 없다. 하지만 나는 선수지 밸런스 전문가가 아니다. 어떤 패치가 적용되든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같은 메타에서 1년 동안 가장 크게 향상된 점은.
“우선 개개인의 라인전 체급은 많이 향상됐다. 게임의 방향성은 바텀 위주 플레이로 바꿨다. 라인 스와프라는 게 애초에 원거리 딜러를 편하게 키울 방법을 모색하다가 나온 것이다. 우리 팀은 ‘에이밍’ (김)하람이가 잘하기도 해서 팀이 하람이 중심으로 플레이하려고 했다.”
-콜은 ‘루시드’ 최용혁 중심으로 바꿨다고 했는데.
“정글러는 게임의 지휘자다. 원래 단순 브리핑이 아닌 게임의 방향을 정하는 콜은 대부분 바텀에서 나왔다. 정글러가 끌려다니는 양상의 게임에서 용혁이가 좋은 퍼포먼스를 못 낸다고 생각해서 용혁이 쪽으로 콜의 무게중심을 옮겼다.
게임을 바텀 위주로 하는 것과 핵심 콜을 정글러가 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가령 같은 상황이더라도 정글러가 ‘나 이 캠프 다 돌고 아래쪽 바위게로 갈 거야. 바텀도 맞춰줘’라고 말하는 것과 바텀이 ‘우리 주도권 있어. 아래쪽 바위게 봐줄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 두 콜의 결과가 전혀 달랐다.
어느 포지션이 게임을 상상하고 설계도를 그리는지에 따라 선수의 수행능력도 완전히 달라졌다. 그게 우리 팀의 문제라고 생각해서 용혁이가 나머지 라이너들을 조종하는 방식으로 정했다. 확실히 용혁이는 그 방식으로 게임 할 때 더 잘했다.”

-플레이오프에서 T1에 두 번 연속으로 져서 월즈 진출에 실패했다.
“플레이오프는 잘할 자신이 있었다. 팀도, 나도 자신 있는 상태였다. 라이즈, 오리아나, 애니, 갈리오, 탈리야 등 미드 챔피언들의 티어 정리를 비롯한 밴픽 준비도 잘했다. 바텀도 챔피언 티어를 잘 정리했던 걸로 기억한다.
T1과의 재대결이었던 패자조 경기 첫 세트에서 상대의 선호 챔피언을 많이 빼놓고 이겨서 느낌이 좋았다. 그런데 그 뒤로 3번의 세트를 내리 졌다. 2세트도 유리했는데 한 끗 차이로 지고 난 뒤로는 기세가 넘어갔다. 결국 우리보다 T1의 팀적 완성도가 높았던 것 같다. 체급에서 밀린다는 느낌은 못 받았는데 한타와 중반 운영에서 차이가 났다.”
-첫 대결, 5세트에서 ‘에이밍’ 김하람이 그랩에 당한 게 본인의 미스 콜 때문이었다고.
“내가 트린다미어였고 바텀에서 미드로 가던 상황으로 기억한다. 모니터 왼쪽 아래로 살짝 직선형 스킬의 이펙트가 보였다.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빅토르의 기본 스킨을, ‘케리아’ 류민석 선수가 i블리츠크랭크 스킨을 썼는데 빅토르의 마법공학 광선(E) 스킬 이펙트를 블리츠크랭크의 로켓 손(Q)으로 헷갈렸던 거다. 당시 내가 팀원들에게 ‘그랩 빠졌다’고 콜을 했고, 하람이가 그 콜을 듣고 자신 있게 앞으로 나갔다가 그랩에 당했다.
팀원들한테 너무 미안하더라. 어떻게 이 스킬 이펙트를 잘못 볼 수가 있는 건가 싶어서 스스로한테도 화가 많이 났다. 어이가 없어서 연습실로 돌아와서 리플레이를 돌려봤다. 그런데 다시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내가 ‘그랩 빠졌다’는 콜을 안 할 수 있을까 싶더라. 그래도 또 ‘그랩 빠졌다’는 말을 할 거 같았다. 여러모로 아쉬웠다.
경기가 끝나고도 하람이에게 미안하다고 재차 사과했다. 하람이는 또 착해서 ‘진짜 잘하는 원딜이라면 그랩 없다는 콜을 들었어도 그랩을 봤을 때 플 반응을 해야 했다’고 했다. ‘인터뷰에서라도 내가 콜을 잘못 했다고 말을 해야지, 왜 안 했어’하고 물어보니 ‘그냥 내가 못한 거야’라고 하더라.”
-비주류 픽인 트린다미어를 고른 것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솔직히 트린다미어를 하고 싶은 판은 아니었다. 카사딘을 하고 싶었다. 빅토르 대 카사딘 구도에 자신 있었고, 연습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이미 상체가 그웬·아이번이어서 AD 미드가 필요했다.
사실 ‘시우’ (전)시우는 그 판에서 그웬을 그보다 더 잘할 수 없을 만큼 잘했다. 시우가 나머지 4명을 때려도 무죄일 정도로. 하지만 그와 별개로 밴픽적으로는 AD 미드가 강제됐다. 트리스타나도, 제이스도 없었다. 이 역시 나중에 숙소로 돌아와서 다른 픽을 했다면 어땠을까 복기해봤다. 미드 바루스를 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결국 다 의미 없는 얘기다.”
-데뷔 후 처음으로 월즈 진출이 좌절된 해였다.
“데뷔 후 한 번도 월즈에 못 가본 적이 없어서 나도 앞으로 어떤 감정일지, 얼마나 힘들지를 상상하게 되더라. 이번에 집에서 월즈 경기를 거의 다 챙겨봤다. 나도 저 무대에서 잘할 수 있겠다 싶고 마음속으로 뜨거운 감정이 일었다. 내년엔 무조건 월즈에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내년 로스터가 확정됐다. ‘스매쉬’ 신금재와 ‘커리어’ 오형석이 바텀 듀오로 나온다.
“아직 신입 선수들을 만난 지 3시간밖에 안 됐다. 그래도 금방 친해질 거 같다. 두 선수 모두 성격이 좋아 보인다. 그리고 잘할 거 같다. 신금재는 예전부터 실력이 좋은 선수라고 생각했다. 올해 그의 플레이를 보면서 자신감에 차 있다는 게 느껴졌다. 무빙 하나하나에서 ‘나 롤 잘한다’는 자신감이 보인다. 원거리 딜러는 그런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챔피언도 두루두루 잘하는 것 같아 기대된다. 오형석은 솔직히 말해서 사전 정보가 거의 없던 선수다. 하지만 나이도 어리고, 챔피언 폭도 넓고, 열심히 하는 것 같다.”

-허 선수를 제외하면 중견급 선수도 없다. 경험 부재로 인한 과부하 우려도 나온다.
“따지고 보면 이 선수들이 완전 신인은 아니다. 예전에야 2군·3군 체계가 없으니까 신인들이 데뷔했을 때 벌벌 떨거나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샌 아니다. 2군·3군 체계도 잘 잡혀있고 이미 전문적인 코칭과 피드백을 받은 채로 1군에 올라오는 것이다. 팀 게임 경험도 쌓은 채로 오니까 팬분들이 우려하시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시우나 용혁이는 이제 신인이 아니라 늙었다.(웃음)
잘 될 선수는 처음부터 된다. 신인 때부터 편린이 보인다. 긴장을 많이 해서 못할지언정 번뜩이는 움직임이 나오고, 주변에서 잘될 선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서 내년에 신인이 많다는 이유로 내게 과부하가 걸릴 것 같지는 않다. 반대로 팀에 베테랑이 많다고 해서 더 편하거나 한 것도 아니다.
물론 패치에 따라 메타가 확확 바뀔 때는 경험의 힘을 많이 체감한다. 안 했던 챔피언을 해야 할 때가 있는데 사전에 구도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그밖에는 아니다. 내년에 시즌을 치르면서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신인 위주의 로스터가 팀의 불안 요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자료
-
링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