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던 바가 바닥에 떨어지자 그는 얼굴을 감쌌다. 시즌 시작부터, 어쩌면 ‘스마일 점퍼’가 된 이후부터 줄곧 기다렸던 순간을 눈앞에서 놓친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한국 높이뛰기 자존심 우상혁(29·용인시청)이 (실외)세계선수권 첫 금메달을 놓쳤다. 한국 육상의 역사도 다음에 쓰게 됐다.

우상혁은 16일(한국시각)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5 세계육상선수권 결선에서 2m34를 3차 시기에서 뛰어넘고 은메달을 차지했다. 2m20과 2m24를 각각 1차 시기에서 가뿐하게 통과한 그는 2m28(2차 시기), 2m31(2차 시기), 2m34(3차 시기)를 차례로 성공하며 ‘역사’의 순간을 눈앞에 뒀었다. 하지만, 2m36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지 못했다.

우상혁과 함께 2m36에 도전해 1차 시기에서 성공한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해미시 커(뉴질랜드)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우상혁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 육상 선수 최초 세계선수권 우승에 도전했다. 역대 최고 기록은 우상혁이 2022년 유진 대회에서 손에 쥔 은메달(2m35)이다. 우상혁은 실내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2개)을 땄지만, 실외세계선수권에서는 인연이 안 닿았다. 올림픽처럼 실외에서 치르는 세계선수권은 실내세계선수권보다 위상이 높다.

올 시즌 내내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해 기대감도 컸었다. 그는 출전한 7개 국제대회(실내 3개, 실외 4개)에서 모두 우승했다. 하지만 지난 8월 종아리 통증으로 독일 하일브론 높이뛰기 대회에 불참했었는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늘 그랬듯 그는 아쉬움을 툴툴 털고 내년 9월 열리는 나고야·아이치아시안게임을 향해 다시 뛴다.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만 땄던 우상혁은 일본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