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스트로프 A매치 무난한 데뷔

‘월드컵의 땅’ 미국에 새롭게 자리 잡은 손흥민(LAFC)에겐 다 계획이 있었다.

손흥민은 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해리슨의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홍명보호와 미국의 평가전에 선발 출전해 선제골을 넣고 도움도 올리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손흥민은 전반 18분 이재성(마인츠)이 왼쪽에서 찔러준 침투패스를 받아 골 지역 왼쪽에서 날카로운 왼발 슈팅을 날려 골대를 갈랐다. 정확한 타이밍에, 상대 수비라인을 간발의 차로 부순 ‘1992년생 동갑내기 듀오’의 작품이었다. 손흥민은 A매치 52호 골을 기록해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이 가진 한국인 A매치 통산 최다 득점 58골에 6골 차로 다가갔다.

손흥민은 전반 43분 이재성과 2 대 1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 문전까지 들어갔다. 자신에게 수비수들이 달려들자 공의 방향을 바꾼 것이 오른쪽에 있던 이동경에게 연결됐고, 이동경은 왼발 뒤꿈치로 골을 성공시켰다.

미국전은 손흥민이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를 떠나 로스앤젤레스(LA)FC로 이적하며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무대에 입성한 이유를 설명했다. 손흥민은 미국 무대 이적을 예고하면서 그 이유로 1년 앞으로 다가온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언급한 바 있다.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기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을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 에이징 커브가 온 그가 미국에서 1년 동안 뛴다면, 몸 상태가 ‘월드컵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전을 통해 홍명보호가 동아시안컵 때부터 ‘월드컵 대비 전술’로 가동을 시작한 스리백 전술과 강력한 전방 압박이 자리 잡고 있음을 드러냈다. 홍 감독은 미국을 상대로도 스리백 전술을 선택하며 월드컵 ‘플랜A 실험을 이어갔다. 유럽파가 합류한 상황에서 홍 감독은 김민재(뮌헨)를 중심으로 김주성(산프레체 히로시마)과 이한범(미트윌란)을 스리백으로 세웠다. 좌우 윙백에는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과 설영우(즈베즈다)를 배치해 수비 상황에선 파이브백으로 전환해 ‘철옹성’을 쌓았다. 무실점에 성공한 스리백 전술은 후방 패스 실수와 집중력 부족에 몇 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전반적으로는 합격점을 받았다.

한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의 사상 첫 ‘국외 태생 혼혈 태극전사’로 관심을 모았던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는 후반 18분 김진규(전북) 대신 투입돼 한국 국가대표로 그라운드에 첫선을 보였다. 후반 추가 시간까지 30여 분을 소화한 카스트로프는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볼을 따내려고 애쓰며 홍 감독이 기대한 적극적이고 투쟁적인 면모를 발휘해 무난한 인상을 남겼다.

이와 함께 미국전에선 홍명보호의 수문장 조현우(울산)가 눈부신 선방쇼를 잇따라 펼쳐 월드컵 주전 골키퍼 자리를 예약했다.

경기가 열린 2만5000석 규모의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엔 우리나라의 붉은 유니폼과 태극기가 물결을 이뤄 월드컵 응원전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