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은 왜 폭로를 선택했나…Q&A로 풀어본 울산과 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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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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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56)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준비를 위해 A매치를 치른 요즈음 화제를 모은 것은 오히려 그가 1년 전까지 지휘봉을 잡았던 울산 HD였다.
홍 감독의 후임들이 올해만 두 차례 경질의 아픔을 겪었던 터. 부임 65일 만에 성적 부진(1승3무4패)으로 잘린 신태용 감독(55)은 폭로에 가까운 속사정을 모두 털어놓으며 팬들을 놀래켰다. 신 감독은 지난 14일 기자와 통화에서 “억울한 것은 얘기를 해야하지 않느냐.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 참을 수가 없었다. 축구계에서 또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신 감독의 발언으로 확인된 울산의 문제점을 Q&A로 정리했다.
Q. 신 감독은 울산이 뭐가 문제라는 것인가
A. 신 감독은 “일부 선수가 울산을 자신의 팀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특정 선수가 감독보다 힘을 발휘하는 구조가 문제였다는 얘기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감독을 건너 뛴 채 구단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구단이 결정을 내리면서 한계를 절감했다. 자신의 경질 역시 선수들이 직접 구단에 의사를 전달한 뒤 곧바로 결정됐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신 감독은 “감독의 힘은 구단의 믿음에서 나온다. 울산은 아쉽게도 선수를 먼저 믿더라. 훈련 과정에서 선수를 때리고 괴롭혔다는 것에 경고성 공문을 주기 전에 먼저 나에게 사실 관계 확인을 해야하지 않느냐. 날 자를 때도 제대로 된 면담도 없이 만나자마자 물러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울산은 신 감독의 주장에 대해 경질은 발표대로 “성적 문제였다”고 선을 그었다. 신 감독이 거론한 공문은 선수 보호 측면에서 당연히 필요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Q. 정말 선수가 월권 행위를 했나?
A. 신 감독의 주장대로 선수의 월권 행위가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신 감독이 부임하면서 입지가 좁아진 일부 베테랑 선수가 속초 전지훈련을 전후해 나머지 선수들에게 감독 교체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를 주도한 정황만 드러났을 따름이다. 이후 선수들은 호텔방에서 비공개 투표로 의견을 모았고, 최종적으로 한 선수가 김광국 대표이사에게 “신 감독과 더 이상 같이 뛸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감독은 “그 투표에 끼어있었던 선수는 나중에 나에게 ‘감독님 죄송합니다. 분위기가 그래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고 말하더라”고 말했다.
신 감독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선수가 감독을 자르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선수의 입장이 들어봐야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울산 선수들은 18일 광주FC전을 시작으로 1부리그 생존이 시급하기에 당분간 입장 표명은 하지 않기로 했다. 울산은 “선수들이 생존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Q. 구단과 선수의 밀착 관계가 문제라고 볼 수는 없지 않나?
A. 구단과 선수 사이에 불화설이 생기는 것보다는 낫다. 울산이 지난 3년간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과정에서 선수단의 내밀한 이야기까지 다큐멘터리로 제작될 수 있었던 것은 구단에 대한 믿음이 그만큼 강했기에 가능했다.
다만 구단과 선수단이 과도하게 밀착되면서 선을 넘었다는 의견은 있었다. 2년 연속 K리그1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2023년 매니저가 선수 4명과 함께 SNS에서 인종차별 행위를 저지른 것이 대표적이다. 또 선수단 내부에서만 돌아야 하는 사안들이 코칭스태프를 건너 뛴 채 구단에 전달되면서 불협화음이 일기도 했다. 신 감독도 “선수가 다친 것도 내가 말하기 전에 이미 구단이 알고 있었다. 구단에 통보한 내용을 거꾸로 내가 말하기도 전에 선수들이 알고 있기도 했다.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처음 보는 일”이라고 말했다.
Q. 신 감독은 잘못이 없었나
A. 신 감독이 울산에 걸맞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가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활동한 것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이다. 2016 리우 올림픽부터 효과를 발휘했던 ‘형님 리더십’은 거액의 연봉을 받는 울산 선수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신 감독이 선수를 괴롭혔다는 의혹과 함께 공문을 받은 것도 이 부분이 원인이었다. 신 감독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상하이 선화 원정에서 선수단 물갈이를 이야기한 것도 스스로 리더십을 깎아낸 행동이었다. 팬들 사이에서 오해를 부른 원정 버스에 실은 골프백도 본인이 먼저 조심했어야 했다.
신 감독은 “냉정하게 말하면 나도 책임이 있다. 경기에 졌을 때도 응원해주던 팬들을 위해서라도 잘했어야 했다. 이제는 (경질된 것도) 내 복이라 생각하려고 한다. 더 이상 구단이나 선수들과 싸우고 싶은 마음도 없다. 앞으로 잘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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