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대전, 신원철 기자] 패배를 감수했더니 이겼다. 패배를 감수한 덕분에 다음 경기에서 쓸 수 있는 수가 다양해졌다. LG가 9회 역전극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에 1승 앞으로 다가섰다. 총력전을 포기한 덕분에 역설적으로 5차전에서 총력전을 펼칠 수 있게 됐다.

LG 트윈스는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한화 이글스와 4차전에서 9회 대역전극을 펼치며 7-4로 이겼다. 8회까지 1-4로 끌려가다 9회초에만 6점을 뽑았다. 이 가운데 4점이 2사 후에 나왔다. 그만큼 극적인 승리였다. 이 경기를 극적으로 만든 데에는 LG 벤치의 대범한 투수 기용이 있었다. 앞서기 전에는 필승조를 내지 않았다.

옆구리 담 증세로 2차전이 아닌 4차전에 등판하게 된 선발 요니 치리노스가 6이닝 1실점으로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냈다. 결과만 보면 6이닝 2실점한 1차전 선발 앤더스 톨허스트보다도 더 나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상대 선발 라이언 와이스의 투구는 그야말로 눈부셨다. LG는 7회까지 와이스를 공략하지 못한 채 0-1로 끌려갔다.

치리노스가 6회까지 99구를 던진 가운데 7회부터 불펜의 시간이 왔다. LG는 그동안 등판이 없었던 장현식과 박명근, 그리고 2차전에서 9회 위기를 겪었던 이정용을 차례로 투입했다. 염경엽 감독이 한국시리즈에 앞서 예고한 필승조는 마무리 투수 유영찬을 제외하고 김진성 김영우 송승기 함덕주. 하지만 김진성과 송승기는 앞서 3경기에 모두 나왔고, 함덕주는 직전 등판 내용이 좋지 않았다. 김영우는 이어받은 주자를 계속 들여보내 승부처에 기용하기에는 불안감이 있었다.

덕분에 장현식이 1점 열세를 유지하는 임무를 맡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KIA 유니폼을 입고 5경기에 개근했던, 그러면서도 5경기 5이닝 동안 단 1점도 주지 않았던 장현식. 올해는 LG로 유니폼을 갈아입고 한국시리즈 무대에 섰다. 하지만 과정과 결과는 모두 작년과 달랐다.

29일 3차전까지 첫 3경기에서 등판 기회가 오지 않았고, 4차전에 등판해 1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실점까지 했다. 1사 2, 3루에서 루이스 리베라토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 탈출 직전까지 갔지만 결국 문현빈의 벽을 넘지 못하고 주자 2명을 들여보냈다.

박명근이 나와 노시환을 잡고 7회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박명근도 8회에는 주자를 내보내면서 위기에 몰렸다. 1사 후 이원석에게 안타를 맞고 이정용에게 공을 넘겼다. 이정용은 하주석을 삼진으로 막은 뒤 최재훈에게 빗맞은 안타를 허용하며 실점하고 말았다. 박명근의 실점이 생겼다.

셋이 나와 2이닝 3실점 2자책점. 결과만 놓고 보면 아쉬웠다. 그러나 9회 대역전극 덕분에 이들의 2이닝은 곧 필승조의 휴식으로 이어졌다. LG 벤치도 그걸 계산하고 A조를 아꼈다.

염경엽 감독은 경기 후 "승리조 쓰느냐 마느냐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갈등이 있었다. 승리조 써서 졌으면 내일 경기부터 해서 6~7차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7경기에 4승을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보시면 된다"고 얘기했다. 지더라도 B조를 밀고나간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타선의 힘으로 필승조를 아끼고 경기까지 잡았다. 염경엽 감독은 "총력전 한다고 해도 쓸 수 있는 카드 한정돼 있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승리조가 확실하게 휴식을 취하고, 송승기 김진성 함덕주 유영찬이 내일은 충분히 자기 이닝 책임질 수 있는 컨디션을 갖고 있는 게 우리에게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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