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상동고 기적, 봉코치가 키운 ‘봉종훈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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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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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진짜 됐다!”
지난 9월 17일 오후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26 KBO 신인드래프트. 그 시각, 강원 영월의 상동고 합숙소에서는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보던 선수들과 코치진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
두산이 7라운드에서 임종훈(18)의 이름을 호명하는 순간, 투수코치 봉민호(29)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팔을 번쩍 들었다. 봉 코치의 눈가엔 눈물이 촉촉하게 고여 있었다. 또 상동고 선수들은 마치 자신의 이름이 불린 듯, “봉종훈이 드디어 프로에 간다!”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임종훈은 상동고 안팎에서 ‘봉종훈’이라 불렸다. 봉 코치가 딱 달라붙어 가르친 제자였기 때문. 임종훈은 청담고 1학년 때 상동고로 전학 왔다. 전학 당시만 해도 임종훈의 직구 최고 구속은 130㎞ 초반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봉 코치를 만난 뒤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봉 코치는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아낌 없이 전주했고, 임종훈은 올해 구속이 최고 시속 146㎞까지 찍혔다. 봉 코치는 “(임)종훈이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라면서 “나는 그 길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라며 제자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봉 코치는 중학교 시절부터 ‘야구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다. 고교 때는 1학년부터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고교 3학년 때 어깨 통증이 찾아왔고,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SK(현 SSG)에 8라운드 80순위로 지명을 받았다. 프로의 벽은 높았다. 봉 코치의 1군 기록은 2018년 단 1경기, 0.1이닝 1피홈런 1실점이 전부. 2019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SK를 떠나 삼성으로 이적했지만 결국 빛을 보지 못했고, 2021년 선수 생활을 마쳤다.
그랬던 봉 코치에게 ‘지도자 전업’을 권유한 것은 백재호 상동고 감독이다. SK에서 코치로 봉 코치를 만난 백 감독은 상동고 투수코치를 제안했고, 봉 코치는 “내가 채우지 못한 시간을 제자들이 대신 채워주면 된다”는 마음으로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상동고는 2023년 8월 창단한 신생팀이다. 창단 당시만 해도 몇몇 선수들은 캐치볼이 힘들 정도였다. 봉 코치는 상동고 부임 후 정신력을 강화하고 체력을 키우는 등 기초부터 다져 나갔다. 봉 코치는 꼼꼼한 성격이다. 투수들의 작은 습관 하나까지 꼼꼼히 지적하고, 경기 전 루틴을 만들어주는 것이 봉 코치의 지도 방식이다. 봉 코치는 “모든 아이들이 똑같이 성장할 수는 없다. 나는 선수 한 명 한 명이 가진 색깔을 어떻게 살려줄까만 고민한다”고 말했다.
봉 코치는 연상의 아내와 지난해 결혼식을 올렸지만, 현재는 주말 부부로 지낸다. 영월 합숙소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다. 봉 코치는 “가끔 외롭지만, 아이들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게 내 삶의 가장 큰 보람”이라며 웃었다.
이제 상동고는 강한 상대와 맞붙어 차례로 승리를 거두면서 일취월장했다. 특히 봉 코치가 지시한 대로 훈련하고 경기하면 이긴다는 경험이 쌓이면서 상동고 선수들의 신뢰는 확고해졌다. 봉 코치는 “야구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러 차례 실패했으나 좌절하지 않고 다시 시작했다”면서 “상동고를 두고 모두 기적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세영 기자
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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