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단 2명에게만 허락됐던 기록. 그 기록에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타니는 24일까지 타율 0.282, 출루율 0.394, 장타율 0.617, 53홈런, 99타점, 142득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MLB) 역대 최초의 50홈런-50도루의 임팩트가 워낙 커서 그렇지, 도루를 제외하면 올 시즌 성적도 지난해 못지 않다. 오히려 투수 등판까지 소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대단하다.

지난해 개인 통산 3번째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던 오타니는 올해 역시 MVP 수상이 유력하다. 카일 슈와버(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활약도 대단하긴 하나, 투타를 모두 소화하면서 타격 성적도 슈와버에 크게 밀리지 않는 오타니를 넘어설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타니가 만약 MVP를 수상하면 배리 본즈(7회)에 이어 역대 2번째로 MVP 4회 수상자가 될 수 있다.

MVP는 차치하고서라도, 오타니는 MLB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기고 있다. 올 시즌 50홈런과 5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한 역대 최초의 선수가 됐으며, 2년 연속 50홈런을 작성한 역대 6번째 선수가 됐다.

그리고 시즌 종료까지 몇 경기 남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 오타니는 또 하나의 기록에 도전한다.

오타니는 남은 경기에서 6득점을 더 보태면 올 시즌 150득점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단일 시즌 150득점은 MLB 역사상 31명이 총 46번을 기록했다. 이중 1900년 이후로 한정하면 12명이 총 19번을 작성했다. 대부분의 기록은 타자들의 전성기였던 1920~1930년대에 집중돼 있고, 딱 1번이 2000년대에 나왔다.

2000년대에 나온 유일한 150득점 기록이 바로 제프 배그웰이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뛰던 2000년에 작성한 것이다. 그 해 배그웰은 타율 0.310, 47홈런, 132타점, 152득점의 엄청난 활약을 보였다. 약물을 사용한 내노라하는 타자들조차 실패한 150득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해 배그웰이 얼마나 대단한 시즌을 보냈는지 알 수 있다.

만약 오타니가 150득점 고지를 밟고 타점도 100개를 채운다면, 올 시즌 50홈런-100타점-150득점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MLB 역사상 이 기록을 작성한 선수는 단 2명, 베이브 루스와 지미 팍스 밖에 없다.

<단일 시즌 50홈런-100타점-150득점 달성자>

루스(1920) : 0.376/0.532/0.847 OPS 1.379 54홈런 135타점 158득점 150볼넷-80삼진

루스(1921) : 0.378/0.512/0.846 OPS 1.359 59홈런 168타점 177득점 145볼넷-81삼진

루스(1927) : 0.356/0.486/0.772 OPS 1.258 60홈런 165타점 158득점 137볼넷-89삼진

루스(1928) : 0.323/0.463/0.709 OPS 1.172 54홈런 146타점 163득점 137볼넷-87삼진

팍스(1932) : 0.364/0.469/0.749 OPS 1.218 58홈런 169타점 151득점 116볼넷-96삼진

다저스로 이적한 지난 시즌부터 오타니는 자주 옛 선수들의 기록을 소환해내고 있다. 약물 같은 ‘비겁한’ 방법이 아니면 절대 닿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고대 괴수’들의 기록을, 오타니는 하나하나 따라잡는 것은 물론 어떤 경우는 능가하기까지 하고 있다. 이 시대 최고의 선수라는 말이 전혀 아깝지 않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