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은퇴하는 날, 프로야구 품격 보여준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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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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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원년 멤버인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는 KBO리그 태동부터 경쟁한 전통의 라이벌 구단이다.
두 팀은 프로야구 초창기 영·호남 지역갈등의 표출구로 활용됐으나 2000년대 이후로는 건강한 경쟁 구도를 이어가며 KBO리그의 발전을 이끌었다.
KIA와 삼성은 한국시리즈(KS) 최다 우승 1, 2위를 달리고 있고, 전성기 시절 각각 KS 4연패를 달성했다.
지난해엔 1993년 이후 31년 만에 KS에서 만나 명승부를 연출하기도 했다.
두 명문구단은 지난 달 3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오승환(삼성)의 은퇴 경기에서 야구팬들에게 또 하나의 잊지 못할 감동의 순간을 선사했다.
KIA 선수단은 경기 승패와 관계없이 영웅의 마지막 길을 예우를 다해 배웅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KIA의 최고참 야수 최형우는 최고의 조연으로 나섰다.
그는 경기 전 구단과 이범호 감독에게 "오승환 형의 마지막 상대가 되고 싶다"고 요청했고, 구단은 이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KIA는 0-5로 뒤진 9회초 오승환이 마운드에 오르자 선발 라인업에서 빠져있던 최형우를 대타로 투입했다.
삼성 소속 시절 오승환과 깊은 우정을 나눴던 최형우는 감정이 북받치는 듯 그렁그렁한 눈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을 향해 헬멧을 벗고 고개를 숙였다.
헛스윙 삼진으로 마지막 대결을 마친 최형우는 마운드로 올라가 오승환을 안아줬고,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기립해 손뼉 치거나 휴대전화로 두 선수의 모습을 담았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KIA 선수단은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승환과 동갑내기인 KIA 손승락 수석코치는 경기장에 남아 친구의 은퇴를 축하했다.
이날 경기장엔 추신수, 이대호, 김태균, 정근우, 김강민 등 1982년생 선수들이 모여 오승환을 응원했고, 은퇴식 행사 전 그라운드로 내려와 격려했다.
손승락 코치도 그들과 함께했다. 손 코치는 오승환을 안아주며 "그동안 수고했다"고 다독였다.
KIA의 베테랑 투수 양현종도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인 양현종은 직접 은퇴식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단상에 올라가 협회가 준비한 은퇴 선물을 오승환에게 전달했다.
전달 행사가 끝난 뒤에도 광주로 향하지 않았다. 원정팀 더그아웃에 남아 오승환의 은퇴식 행사를 끝까지 지켰다.
오승환의 마지막 모습은 KIA 선수단의 예우로 더욱 빛났다.
진한 우정을 보여준 두 팀은 오는 3일 광주에서 2025 프로야구 정규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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