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3연패? LA다저스, 논란의 갈림길 [황덕준의 크로스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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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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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LA=황덕준 재미 언론인] 메이저리그가 또 한시즌의 막을 내렸다. 여느 해와 다름없이 드라마 같은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10월1일(이하 한국시간) 와일드카드로 막을 연 포스트시즌은 그 첨예한 경쟁구도 탓에 더 밀도 높은 화제거리가 넘쳤다. 하지만 11월 2일 LA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33일간의 '가을야구'는 그 대단원을 장식했지만 축제같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간신히 전투를 끝내고 자욱한 포연 속에 깃발을 움켜쥔 채 단 하나의 팀-다저스만 살아 남았다는 느낌이다.
다저스는 포스트시즌에서만 17경기를 치러 13승 4패를 거뒀다. 이겼을 때나 패했을 때나 어김없이 극적이거나 비현실적인 장면이 속출했다. 연장 11회말 상대 투수 오라이언 커커링의 끝내기 악송구로 2-1 승리를 따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4차전. 선발투수로 등판한 쇼헤이 오타니가 6이닝을 탈삼진 10개로 무실점하며 혼자 홈런 세방을 날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NLCS) 4차전.
그래서 올라간 월드시리즈에선 1차전부터 대타 만루홈런 등으로 한 이닝에 9점을 내주고 11-4로 대패하더니 이튿날엔 요시무라 야마모토의 완투승으로 시리즈 전적 1승1패. 무려 18회까지 이어진 3차전 연장승부에서 터진 프레디 프리먼의 끝내기 홈런은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기선을 제압한 끝내기 만루홈런의 데자뷔. 더블플레이로 승부를 끝낸 6,7차전의 하일라이트는 말 그대로 '쫄깃함'의 결정판이었다.
토론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오는 임대 비행기 안에서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우승트로피를 안고 기념사진을 찍더니 4일 퍼레이드와 다저스타디움 축승 행사로 25년 만에 이룬 월드시리즈 2연패의 여운을 즐겼다. 무려 5만 2700명이 티켓을 구입해 만석을 이룬 다저스타디움 축승 행사에서는 오타니, 야마모토, 프리먼, 그리고 데이브 로버츠 감독까지 모두가 한 입처럼 "둘보다 셋! 3연패를 향해 출발!"을 외쳤다.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지축을 뒤흔든 팬들의 환호성은 바야흐로 다저스 야구의 황금시대를 노래하는 대규모 '떼창'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팬들의 환호성이 크면 클수록, 기대가 크면 클수록 구단의 고민 또한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제 100여일간의 스토브리그를 시작하면서 다저스를 둘러싸고 익숙해진 전력 개편의 논란이 꿈틀대고 있다. 무엇보다 과연 3연패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라는 매우 때이른 질문이다. 25년 만에 연속우승을 이룬 팀이 됐지만 월드시리즈 3연패는 또 다른 의미로 다저스의 새 목표로 떠오른다.
메이저리그에서 월드시리즈를 3회 이상 연속 우승한 팀은 양키스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두 팀 뿐이다. 양키스는 1949-53년 5회 연속, 1936-39년 4회연속, 1998-2000년 3회 연속 위업을 세웠다. 오클랜드는 1972-74년 3연속 우승의 영광을 맛보았다. 2연패로 이른바 '왕조(Dynasty)'를 이뤘다고 들떠 있지만 양키스 정도의 위력적인 역사를 장식하려면 다저스로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 험난한 길의 출발선상에서 다저스에게 던져진 과제는 우승멤버를 그대로 유지하느냐, 일부 취약한 포지션을 보강하느냐의 근본적인 전력개선 작업과 함께 핵심선수들이 야구선수로서는 중장년기랄 수 있는 30대 중후반으로 접어든다는 데서 비롯된다. 내년 시즌에는 간판 1루수 프레디 프리먼이 37살, 무키 베츠가 34살, 심지어 오타니도 32살이 된다. 월드시리즈 7차전 9회초 동점 솔로포를 날린 미겔 로하스도 37살, 주전 3루수 맥스 먼시는 36살, '가을 사나이' 키케 에르난데스는 35살,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는 34살로 접어든다.
다저스 구단 프런트오피스는 2연패의 공로와 보상심리를 아우르는 감정을 살릴 것이냐, 비즈니스적인 냉정한 판단으로 세대교체라는 칼을 꺼낼 것이냐의 갈림길에서 스토브리그의 문을 열고 있다. 올시즌 지독하게 허술해진 불펜 투수진은 대대적인 보강이 이뤄질 게 틀림없지만 공격력과 이어지는 내외야진을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또다른 논란거리는 돈으로 우승을 샀다는 비판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다저스의 선수연봉은 리그 30개팀 중 1위다. 10월 18일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4차전에서 밀워키 브루어스를 5-1로 꺾고 4승 무패로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마이크를 잡고 다저스타디움 관중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번 시즌 시작 전에 다저스가 야구를 망치고 있다고들 했죠. 이제 네 번만 더 이겨서 정말 야구를 망쳐버리자고요!"
로버츠 감독의 말대로 월드시리즈를 석권한 다저스는 메이저리그를 망치고 있는 가라는 논란은 미국 내 곳곳의 스포츠매체를 통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다저스는 2025시즌에만 선수들에게 약 5억 950만 달러를 지출했다. 선수단 연봉 총액이 3억 4150만 달러, 거기에 따르는 예상 사치세 1억 6800만 달러를 더한 금액이다. 월드 시리즈에서 맞붙었던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선수단 연봉 총액 2억 5270만 달러와 예상 사치세 1340만 달러의 지출을 합한 2억6610만달러를 압도하는 규모다.
성적이 선수단 연봉순서라는 상투적인 비판은 현실에서 좀 벗어난 감이 있다. 뉴욕 메츠는 3억 4천만 달러 이상, 뉴욕 양키스는 3억 1900만 달러,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3억 800만 달러를 썼다. 하지만 메츠는 포스트시즌조차 오르지 못했고 양키스와 필라델피아는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이전에 탈락했다. 돈을 많이 쓰고도 성적으로 보상받지는 못하는 것은 프런트의 능력 차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마디로 전략적인 지출과 재능 있는 선수를 유치하는 능력에서 다저스는 나머지 팀들보다 우월했다는 얘기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무키 베츠가 자유계약선수(FA)가 되기 전에 그를 내보낼 생각을 가져 이를 간파한 다저스가 그를 트레이드해 데려왔고 연장계약까지 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프레디 프리먼에게 6년 계약을 제안하지 않고 꾸물거리자 다저스가 나서서 6년 계약을 제시, 드라마틱하게 영입했다. 오타니는 7억달러에 10년 계약을 하면서 무려 6억8천만달러를 지불유예하도록 했다.
그 덕에 다저스는 야마모토 요시노부, 블레이크 스넬, 타일러 글래스노우 같은 에이스급 투수들과 계약할 수 있었다. 다저스 구단의 지출전략을 이겨내지 못한 다른 구단들이 연봉상한제를 외치고 있지만 내년초 단체협약에 나설 선수노조의 반대가 불 보듯 뻔하다. 심지어 연봉상한제를 주장하는 구단주들을 향해서는 TV중계권료와 입장수입 등을 나름 공평하게 배분받으면서 수익증가에 공이 큰 다저스가 '우승을 돈으로 샀다'고 이중잣대를 들이댄다는 역풍도 만만찮다.
말도 많고 탈도 많으니 관심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스토브리그는 이제 다저스의 3연속 우승을 키워드삼아 움직일 것이어서 관심과 더불어 흥미가 더해질 것이다.

djktow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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