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손흥민(33·LAFC)이 멀티골을 터뜨리며 맹활약을 펼쳤다. 연장전에서는 해트트릭을 정조준했다. 그런데 일본 국적의 벤쿠버 골키퍼 요헤이 다카오카가 침대축구를 보여주며 시간을 끌었다. 중동 축구에서나 나오던 고의 시간 끌기로 빈축을 산 다카오카 골키퍼다.

LAFC는 23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11시30분 캐나다 밴쿠버의 BC 플레이스에서 열린 2025 MLS컵 서부 콘퍼런스 플레이오프(PO) 준결승(MLS컵 전체 8강) 벤쿠버와의 맞대결에서 연장전까지 2-2로 맞섰지만 승부차기에서 3–4로 졌다.

MLS컵 8강서부터는 단판 승부로 다음 라운드 진출자를 가린다. LAFC는 이번 패배로 올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장악한 것은 벤쿠버였다. 볼 점유율을 높인 벤쿠버는 공격형 미드필더에 포진한 뮐러의 정교한 패스 능력을 앞세워 LAFC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그러나 LAFC는 촘촘한 수비로 벤쿠버의 공세를 막았다. 간혹 유효슈팅을 허용했지만 골키퍼 위고 요리스가 최후 방어선을 구축했다. 이어 손흥민과 드니 부앙가를 통해 빠른 역습을 펼쳤다.

하지만 손흥민과 부앙가에게 정교한 패스가 잘 이어지지 않았다. 양 팀 모두 답답한 흐름을 유지하며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특히 LAFC는 전반전 슈팅을 단 한 차례도 기록하지 못했다. 손흥민이 점차 낮은 위치에서 공을 잡았으나 상대의 집중수비를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양 팀 모두 답답한 흐름이었다. 여기서 변수를 만들어내는 것은 벤쿠버 골키퍼의 골킥이었다. 점유율을 확보하고 차근차근 공격 작업을 펼치던 벤쿠버는 간헐적으로 일본 국적의 요헤이 다카오카의 빠르고 정확한 롱킥을 활용해 역습을 펼쳤다. 통상적으로 골키퍼의 롱킥은 걷어내는 용도로 활용되지만 다카오카의 킥력은 이를 넘어섰다.

결국 다카오카가 일을 냈다. 전반 39분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엠마누엘 사비에게 정확하고 빠른 롱킥을 선물했다. 다카오카의 롱킥이 갑작스럽고 정교한 탓에 위고 요리스 골키퍼의 커버 시점도 늦었다. 사비는 정확한 왼발 로빙 슈팅으로 선취골을 터뜨렸다. 다카오카의 롱킥이 만들어낸 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기세를 탄 벤쿠버는 전반 추가시간 마티아스 라보르다의 추가골로 2골차 리드를 잡았다. 여기까지만 해도 다카오카의 활약이 매우 돋보였다.

하지만 LAFC에는 손흥민이 있었다. 후반 15분 문전 앞 혼전 상황에서 집념의 왼발 슈팅으로 만회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 오른발 프리킥 동점골을 뿜어냈다. 극적으로 팀의 동점을 만든 손흥민이었다.

벤쿠버는 연장전에서 수적 열세까지 놓이며 수세에 몰렸다. 손흥민을 필두로 한 LAFC는 파상공세를 펼치며 역전골을 정조준했다.

그러자 갑자기 다카오카가 꼼수를 부렸다. 다리에 쥐가 났다며 그라운드에 누워버린 것이다. LAFC 선수의 슈팅을 방어한 뒤 나온 행동이 아니었다. 어떤 접촉도 없었다. 그런데 고의적으로 시간을 끌기 위해 중동 국가들이 자주 구사하는 침대축구를 선보였다.

다카오카는 이후에도 골킥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간을 끌었다. 팀동료들을 불렀다가 다시 보내며 지능적으로 시간을 지연시켰다. 결국 주심도 폭발했다. 빨리 공을 차라는 제스처도 모자라, 결국 연장 12분 다카오카에게 경고를 줬다.

뛰어난 킥력으로 팀에게 선취골을 안긴 다카오카. 그러나 부끄러운 침대축구를 선보였다. 손흥민의 상승세를 막고자하는 간절함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이는 스포츠맨쉽과 거리가 있었다. 멀티골을 터뜨리며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친 손흥민과 비교되는 행동이었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