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전문가 예측 틀렸다' 3.5%를 100%로 만든 기적에는 감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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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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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모두 하위권을 예상했던 전문가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NC 다이노스가 기적의 5위로 가을야구에 초대받았다. 그들은 벅찬 가을을 맞이했다.
NC가 4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정규 시즌 최종전에서 7대1로 승리하며, 자력으로 5위를 확정지었다. 이로써 NC는 6위 KT 위즈를 밀어내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한다.
9월 중순까지만 해도 불가능해보였던 상황이다. NC는 순위 싸움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봤던 지난 9월 19일 경기에서 라일리 톰슨을 내고도 롯데에 2대18로 대패를 당하는 등 3연패에 빠져있었다. 닿을듯, 닿을듯 닿지 않는 5할 승률을 계속 밑돌았다. 격차가 크게 벌어지진 않았어도 역전도 하기 힘들었다. 팀 순위는 계속 7위 주변만 맴돌았다.
기적의 시작은 9월 21일 광주 KIA전이었다. 7대6으로 신승을 거둔 후, 롯데, LG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일정에서 중요한 경기들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사실 막판 순위 경쟁에서 NC를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이호준 감독마저도 "사실 몇연승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일부러 세어보지 않고 매일 경기에만 엄청나게 집중하고 있었다"고 돌아볼 정도였다.
그런데 선수단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주장 박민우가 허리 부상으로 빠졌고, 불펜의 핵심인 마무리 류진욱마저 부상으로 제외됐는데 오히려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쳤다. 구창모가 돌아왔고, 외국인 투수들도 마지막 힘을 짜내기 시작했다.
9월 20일까지 NC의 5강 진입 가능 확률은 피타고리안 승률 기준으로 3.5%에 불과했다. 사실상 남은 경기 전승을 해야 가능성을 키울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 됐다.
승이 쌓여갈 수록 NC 선수들의 엄청난 집중력이 발휘됐다. 득점을 하고 들어오는 주자들은 벤치를 향해 "5강 가자"고 고함을 질렀다. 이제는 고참의 무거운 책임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박건우도 "한번 해보자"고 소리를 지를 정도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박민우가 빠진 사이 임시 주장 서호철의 리더십도 빛났다.
완전체 전력이 아닌데도 하나로 뭉친 NC는 최대 난적이었던 정규 시즌 우승팀 LG를 두번이나 잡았다. LG 역시 정규 시즌 우승 확정을 위해 1승이 조급했던 상황. 그런데 NC가 2번 모두 LG를 완파하면서 LG의 자력 우승까지 저지했다. LG는 SSG가 한화전에서 끝내기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면, 자칫 순위 결정전까지 갈 뻔했다. 그만큼 NC의 막판 뒷심이 대단했다.
사실 올해 NC가 5강에 들지 못했어도, '못했다'는 평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러 악조건들이 많았다. 일단 초보 사령탑인 이호준 감독의 부임 후 첫 시즌인데다, NC는 지난해 특별한 전력 보강을 하지 않았다. 계약 규모가 크지 않았던 내부 FA들을 잡은 것이 전부였다. 이호준 감독과 구단 모두 올 시즌을 재도약의 해로 삼고, 적극적 육성을 하겠다고 밝혀왔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외국인 원투펀치도 생각보다 강하진 못했고, 중위권 순위 경쟁팀들이 워낙 빡빡해서 NC가 버티기 어렵다고 봤다. 마운드가 약한 팀 상황도 현실이 됐다. 전문가들이 NC를 올해도 하위권 유력 후보로 봤던 이유다.
핵심 타자 손아섭을 한화로 트레이드 시키는 엄청난 결단을 내렸고, 불펜 투수들과 유망주를 내주고 최원준, 이우성을 영입해 1군 주전으로 쓰면서 타선의 짜임새가 좀 더 촘촘해졌다. 이호준 감독이 "올해 무조건 필승조로 키운다"고 했던 전사민의 성장과 부상 이전 모습을 되찾은 김영규의 존재감, 류진욱의 부상 이후 김진호가 보여준 안정감은 불펜의 불안 요소를 혼신의 힘을 다해 막아줬다. 부상으로 합류가 늦어졌던 구창모 또한 큰 힘이 되고 있다.
3일 KT가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NC는 마지막날 경기를 조금 더 느슨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무산됐지만, 이호준 감독과 주장 박민우는 고개를 단호히 저었다. 박민우는 "솔직히 KT 경기 결과는 신경도 안쓰고 있었다. 무조건 마지막 경기를 이긴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이야기 했다. 정규 시즌 최종전. NC파크를 가득 채운 팬들과 만나는 마지막 경기에서 이기고 싶다는 열망이 더욱 강했다. 그리고 3.5%를 100%로 바꾸는 기적을 완성했다.
이제 겨우 5강 진출을 확정했을 뿐이고, NC는 당장 6일부터 4위 삼성과 '불리한 게임'을 하게 된다. 삼성은 한번만 이겨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만, NC는 두판을 연속으로 이겨야 한다. 그러나 '여기까지 왔으니 어디 한번 끝까지 가보겠다'는 자신감으로 넘친다.
그간 "다 끝나고 말하겠다"며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조차도 아껴놨던 이호준 감독은 5위를 확정지은 후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이건 기적이 아니라 모든 경기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땀과 열정의 결과라고 생각한다"면서 "팬들과 함께 가을야구를 치를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가장 큰 행복이다. 팬들의 함성이 우리를 이 자리까지 이끌어줬다. 딱 지금 이순간까지만 기뻐하겠다. 이 순간 이후부터 우리는 또다른 가을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기 위해 준비하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
창원=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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