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내가 여포다”…안세영 '中 3대 랭커' 모두 압도→"프랑스에서 진 빚, 프랑스에서 되갚았다" 총상금 30억+연속 9관왕 등극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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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87분 동안 이어진 셔틀콕 주고받는 소리가 프랑스 세송 셰비네를 가득 채웠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안세영(삼성생명)은 단 한 포인트도 '허투루' 여기지 않았다. 마지막 대각 공격이 천위페이(중국·5위) 영토에 꽂힐 때 그는 라켓을 던지고 그대로 코트 위에 드러누웠다. 도쿄·파리 올림픽 챔피언끼리 맞대결은 그만큼 사위가 어둑어둑한 난전이었다.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25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세송 세비녜에서 열린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프랑스오픈 4강에서 '맞수' 천위페이를 2-1(23-21 18-21 21-16)로 일축했다.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 끝에 대회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며 시즌 9관왕 등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뒀다.
천위페이는 호적수다. 안세영에게 늘 녹록잖은 상대였다.
이 경기 전까지 상대 전적을 13승 14패로 쌓았다. 열세였다.
직전 맞대결에선 완패했다. 지난 8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4강에서 0-2로 눈물을 삼켰다.
하나 10월의 프랑스 밤은 달랐다.
안세영은 87분 혈투 끝에 다시 만난 천위페이를 제압했다.
기술과 수싸움은 대등했으나 체력과 정신력에서 반보 앞섰다.

초입부터 치열했다. 1게임에서만 14차례 동점이 나왔다.
20-20에서 먼저 실점했다. 게임 포인트를 내줬다.
그럼에도 안세영 표정은 침착했다.
주도권을 뺏길 만한데 순식간에 3연속 득점으로 포효했다.
안세영이 왼손을 불끈 쥐고 껑충껑충 뛸 만큼 기선 제압 의미가 적지 않았다. 23-21로 첫 게임을 따냈다.
경기 내내 천위페이 대각 스매시는 날카로웠다. 꺾이는 각도와 속도 모두 일품이었다.
안세영은 수비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체력 한계가 올 법한 긴 랠리에도 자신이 코트 주인임을 증명하듯 발끝까지 집중했다.
2게임은 천위페이에게 뺏겼다.
수싸움이 걸출했다. 세계 5위 랭커는 공격 빈도를 크게 늘리는 쪽으로 경기 플랜을 바꿔 초반 8-3으로 앞서갔다.
안세영 역시 촘촘한 수비와 폭발력 있는 푸시로 '발톱'을 드러냈다. 10점을 몰아넣어 역전에 성공했다.
다만 승부처에서 쓴잔을 마셨다. 17-17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안세영의 깊은 클리어링이 '인(IN)'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천위페이 챌린지 끝에 판정이 뒤집혔다. 스코어와 흐름도 함께 뒤집혔다.
결국 막판 5연속 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18-21로 게임 스코어 균형을 허락했다.
3게임은 고지전이었다. 둘 다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천위페이가 2점을 먼저 따냈지만 안세영은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셔틀콕이 네트를 스칠 때마다 긴장감이 코트를 감쌌다.
14-13에서 역전을 허용할 때도 안세영은 주저앉지 않았다. 짧은 숨고르기 뒤 다시 일어나 5점을 연속으로 몰아쳤다. 승기를 굳혔다.
천위페이도 지쳤다. 승세가 조금씩 한국인 쪽으로 기울었다.
20-16으로 매치 포인트를 선점한 안세영은 날카로운 대각 공격으로 승리를 매조지했다.
결승행을 확정하자 라켓을 던지고 코트에 벌렁 누웠다.
한동안 세송 셰비내 경기장 천장을 웃으며 바라봤다.

겸양을 잊지 않았다.
안세영은 자신의 누리소통망(SNS)에 라이벌을 향한 존경심을 표했다.
“감사합니다. 당신은 파이터였고 내 안의 전사 정신을 깨워준 존재입니다. 커다란 존경심을 느낍니다”라며 패자 등을 어루만졌다.
최근 2주간 두 차례 결승을 치르게 된 상황에도 “믿기지 않는다. 통산 3번째 프랑스오픈 결승전을 앞두고 있는데 팬들 성원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적었다.
세계 1위 왕관은 언제나 무겁지만 안세영은 코트 안팎에서 겸손으로 그 무게를 이겨내는 듯했다.
천위페이와 전적이 타이를 이뤘다. 14승 14패. 완벽한 균형이다.
중국 언론은 탄식과 감탄을 아울러 뱉었다.
‘넷이즈’는 "둘은 서로의 모든 걸 알고 있다. 처음 셔틀콕이 오간 순간부터 마치 결승전 같은 분위기를 뿜었다” 보도했다.
“(2002년생인) 안세영은 천위페이보다 4살 더 어리고 더 강하며 마지막까지 신념을 잃지 않았다. 프랑스오픈 준결승은 그가 왜 세계 1위인질 증명한 경기”라고 호평했다.
‘시나닷컴’ 또한 “흐름은 이미 바뀌었다. 천위페이는 이제 더는 (안세영을 상대로) 우위를 주장할 수 없다”며 한숨지었다.

결승 상대는 세계 2위 왕즈위(중국)다.
중국 여자 단식을 대표하는 에이스지만 안세영만 만나면 기를 못 폈다.
통산 전적이 4승 14패로 크게 밀린다. 올해만 6차례 만나 모두 졌다.
왕즈위에게 안세영은 그야말로 '넘을 수 없는 산'이다.
중국 언론조차 “왕즈위, 한웨(중국·3위), 천위페이가 함께 안세영을 맞서는 구도다. 세 호걸이 한 명의 여포를 상대하는 그림”이라 비유할 정도다.
그만큼 현시점 안세영 독주 체제는 완성 단계에 들어섰다.
프랑스오픈은 안세영에게 또 하나의 '금일봉'을 안길 전망이다. 대회 준우승 확보로 올 시즌 누적 상금이 68만 달러(약 9억8000만 원)를 넘어섰다.
결승에서 왕즈위를 꺾는다면 우승액 6만6500달러(약 9500만 원)를 거머쥔다. 총 누적 상금 10억 원을 돌파한다.
커리어 통틀어 적립한 상금 역시 220만 달러(약 31억6000만 원) 선을 뚫게 된다. 돈방석에 앉는다.

올해 성적은 압도적이다.
출전한 12개 국제 대회에서 8개 우승컵을 쓸어 담았다. 이번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면 9관왕에 등극한다.
11월 호주오픈과 구마모토 마스터스, 12월 HSBC 월드투어 파이널스서도 선전한다면 2년 전 자신이 세운 단일 시즌 개인전 최고 기록(9관왕)을 넘어설 수 있다. 남녀 통틀어 역대 최다인 10관왕 신화도 꿈은 아니다.
피로 누적으로 인한 체력 저하와 멘털이 흔들리는 압박 속에서도 안세영은 늘 한결같다. 덴마크오픈에서 우승한 지 단 이틀 만에 프랑스로 이동해 다시 코트에 섰고 여독이 풀릴 새도 없이 훈련과 경기를 반복했다. “배드민턴은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오픈 결승은 26일 오후 7시 20분 열린다. 약 두 달 전 프랑스에서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 도전이 불발된 아픔을 같은 땅에서 깨끗이 씻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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