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권수연 기자) 손흥민(LA FC)의 이탈과는 조금 다른 결로 충격적인 이탈이다. 

토트넘은 5일(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다니엘 레비 회장이 25년 간의 회장직을 내려놓는다"고 사임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기존 사업가였던 레비 회장은 ENIC 인터내셔널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가 클럽의 전 회장인 알랜 슈가가 물러나며 2001년 토트넘 회장으로 부임했다. 

레비 회장은 언론, 여론에서 공공연히 '장사꾼' '짠돌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비즈니스적 태도가 확고한 구단주였다. 다만 이 덕분에 토트넘은 타 구단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재정 상태를 유지했으며 훨씬 더 나은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다.

2019년 개장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은 약 10억 파운드(한화 약 약 1조 5000억 원)를 투자해 만들어졌다. 6만 2,000여석 규모로 개장했으며 현재 영국 최고 경기장 중 하나로 불리고 있다. 

레비 회장의 구단 운영은 명과 암이 뚜렷하게 평가 받는다. 환경과 구단 규모, 재정의 안정성을 키운 대신, 빈약한 우승 트로피 갯수와 팀 성적 불안정성은 항상 그림자가 되어 뒤를 쫓았다.

영국 매체 'BBC'는 같은 날 보도를 통해 "레비 회장이 25년 임기 끝에 사임했다. 그는 구단 역사상 가장 논란 많은 인물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정, 구조적인 면에서 이룬 성공에 반해 미미한 성적으로 이와 같은 업적이 그늘에 가려졌었다"며 "그는 영원히 불안정함과 연결될 것이며 토트넘이 16번의 준결승과 7번의 결승에 진출하는 동안 12명의 감독이 경질되는 일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레비 회장은 부임 즉시 구단 재정의 암흑기를 만들었던 조지 그레이엄 전 감독을 경질했다. 이후 글렌 호들, 마틴 욜, 해리 레드냅, 팀 셔우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주제 무리뉴, 누누 산투, 안토니오 콘테, 엔지 포스테코글루 등 수많은 감독들이 토트넘을 거쳐갔다. 

하지만 정작 우승은 2008년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이 지나서야 2025년 5월 포스테코글루 감독 경질 직전 이뤄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프리미어 리그 성적 부진과 각종 우승 기회를 놓쳤고,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겨우 든 뒤 팀을 떠났다. 

BBC는 "레비의 사임 소식은 토트넘 팬들의 상당수에게 숨김없는 기쁨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그의 의장직에 항상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은 은식기(우승 트로피)의 부족이다. 그가 경기장 밖에서 이룬 업적에 역사는 호의를 베풀겠지만 경기장 내부의 실패를 결코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 외에 전 감독 포체티노와의 갈등 끝에 그를 해고한 일 등도 함께 재조명받았다. 당시 포체티노 감독은 흔들리던 토트넘의 성적을 바로 잡은 최고의 감독 중 하나로 꼽혔지만, 구단 수뇌부와의 갈등 끝에 전반기 사퇴했다. 이 일로 인해 레비 회장은 당시 토트넘 현지 팬들에게 수많은 비판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적인 수완은 뛰어났지만 '좋은 축구팀'을 만들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축구 금융 전문가인 키런 매과이어는 "토트넘은 프리미어 리그 사상 가장 수익성이 높은 클럽"이라며 "이는 새 경기장의 높은 수익 창출, 그에 비해 역사적으로 낮은 임금 구조, 이적 지출에 대한 신중한 태도 때문이다"라고 평한 바 있다.

하지만 내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것은 결국 퇴진 시위로 이어졌으며 최근 영입시장에서 목표하던 선수들을 놓친 것까지 함께 비판받았다. 

레비 회장의 뒤를 이어서는 피터 채링턴 비상임 회장이 구단을 맡을 예정이다. 실질적인 구단 운영은 아스날 출신 전문 경영자 비나이 벤케테 샴 CEO가 담당한다.

한편 레비 회장은 구단을 통해 "경영진과 모든 직원들과 함께 해 온 업적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우리는 토트넘을 최고 수준에서 경쟁하는 세계적인 거물로 키웠다. 더 나아가 우리는 공동체를 이뤘다. 저는 릴리화이트 하우스와 홋스퍼 웨이 팀, 모든 선수와 감독까지 수년 간 이 스포츠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행운을 누렸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저를 응원해주신 모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항상 순탄하기만 했던 여정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토트넘을 열정적으로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홋스퍼 스타디움 SNS, 토트넘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