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애리조나(美) 이상희 기자) 한국프로야구(KBO)리그 LG에서 뛰며 '잠실 예수'라는 애칭을 얻었던 투수 케이시 켈리가 방출 뒤 FA(자유계약선수)가 됐다. 그가 다시 한국행을 택할지 아니면 메이저리그 도전을 이어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구단은 7일(한국시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팀내 로스터 이동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애리조나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된 켈리는 구단 산하 마이너리그로 신분이 이관되는 대신 FA가 되는 길을 택했다.

마이너리그 FA 자격을 얻은 켈리는 이제 자유의 몸으로 어느 구단과도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는 신분이 됐다.

미국 플로리다주 출신인 켈리는 지난 2008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전체 30번으로 보스턴의 지명을 받았을 만큼 아마추어 시절 톱 유망주였다. 메이저리그 데뷔도 프로진출 단 4년 만인 2012년 샌디에이고 소속으로 했을 만큼 성장세도 좋았다.

하지만 2013년 토미존서저리(팔꿈치인대접합수술)로 인해 시즌을 통째로 뛰지 못했다. 2015년 필드에 복귀했지만 2패 평균자책점 7.94로 부진했다. 2016년에도 3패 평균자책점 5.82로 부진하며 선수생명 위기에 몰렸다. 켈리가 한국행을 선택한 배경이다.

2019년 한국으로 건너와 LG 유니폼을 입게된 켈리는 KBO 첫 해 14승 12패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해 해줬다. 이후 켈리는 한국에서 무려 6시즌이나 뛰며 통산 73승 46패 평균자책점 3.25의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미국으로 돌아온 켈리는 지난해 신시내티 소속으로 다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복귀했지만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5.06으로 부진했다. 결국 지난해 8월 팀에서 방출된 그는 자신을 찾는 팀이 없자 올초 애리조나와 마이너 계약을 맺게됐다.

시즌을 마이너에서 시작한 켈리는 지난 8월초, 빅리그로 콜업된 뒤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체이스 필드에서 가진 홈경기에 불펜투수로 등판해 2/3이닝 동안 단 1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켈리는 이틀 뒤인 9일에도 콜로라도를 상대로 같은 장소에서 열린 홈경기에 등판해 1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으며 무실점 호투를 이어갔다.36세로 적지 않은 나이지만 마운드 위에서 관록투를 선보였다.

MHN 취재진은 10일 켈리를 인터뷰하기 위해 체이스 필드를 방문했다. 홈팀 클럽하우스에 들어가 켈리의 라커를 찾기 시작했지만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팀 관계자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충격이었다.

"켈리는 어제밤 경기가 끝난 뒤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1년 만에 메이저리그에 복귀해 2경기에서 1과 2/3이닝 동안 단 1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쳤지만 켈리에게 돌아온 건 마이너리그로의 강등이었다.

관계자는 "켈리가 어제밤 경기가 끝난 뒤 자신의 모든 짐을 챙겨서 떠났다"며 "때문에 당분간 빅리그 로스터에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아쉬워 했다.

애리조나는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지난 7월 말에 끝난 트레이드 마감일에 주축선수 대부분을 내다 팔았다. 이중에는 KBO에서 뛴 선발투수 메릴 켈리도 있었다.

'(메릴)켈리가 떠난 자리에 (케이시)켈리가 돌아왔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켈리의 메이저리그 복귀는 한국 야구팬들에게 화제가 됐다. 하지만 달콤한을 느낄 수 있도록 주어진 시간은 단 3일 뿐이었다.

관계자는 "애리조나처럼 포스트시즌을 포기하고 내년 시즌 구상을 하는 팀들은 지금부터 다수의 선수들을 빅리그에 불러 일종의 쇼케이스를 진행한다"며 "켈리도 그런 케이스다. 그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다시 콜업될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 말은 결국 현실이 되어 켈리는 더 이상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아보지 못하고 시즌을 마쳤다. 여기에 애리조나 40인 명단에서도 제외되어 다시 새로운 팀을 찾아야 할 처지가 됐다. 선수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한국행도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

사진=켈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