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의 강등 싸움이 30일 최종 38라운드를 남겨두고 최고조에 달했다. 37라운드에서 제주 SK는 대구FC와 1-1 무승부를, 울산 HD는 광주FC에 0-2로 패배하며 모두 최종전에서 운명이 결정된다.

11위 제주(승점 36점)는 9위 울산(승점 44점)과 원정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비기기만 해도 11위를 지킨다. 하지만 지면 복잡해진다. 12위 대구(승점 33점)가 최종전에서 FC안양을 상대로 승리하면 제주와 대구 모두 승점 36점으로 동률이 되는데 현재 다득점에서 대구(45골)가 6골 앞서 있다. 제주가 지더라도 다득점 난타전을 펼치지 못하면 대구가 11위로 올라서고 제주는 최하위로 처져 자동 강등된다.

제주에게는 생존이, 울산에게는 자존심이 걸린 경기다. 제주는 울산 원정이라는 악조건을 안고 있다. 객관적 전력에서도 울산이 앞선다. 지난 시즌 K리그1 우승팀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올 시즌 부진했지만, 울산은 여전히 골키퍼 조현우를 비롯해 대표급 선수들로 구성된 스쿼드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울산에게도 간단한 경기가 아니다. 울산은 10위 수원(승점 42점)과 승점 차가 2점에 불과하다. 울산이 제주에 지고 수원이 최종전 상대인 광주를 이긴다면 울산은 10위로 밀려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울산으로서는 챔피언급 스쿼드로 강등권 팀에게 홈에서 지면 맹비난을 각오할 수밖에 없다.

울산과 제주 모두 시즌 내내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울산은 신태용 감독이 부임 두 달 만에 경질되면서 일부 고참 선수들의 ‘하극상’ 의혹이 불거졌고, 이청용의 골프 스윙 세리머니로 선수단을 향한 비판 목소리도 커졌다. 김판곤 감독에 이어 신태용까지, 시즌 중 감독이 2명이나 경질되는 혼란 속에서 팀 분위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몰린다면 팀 분위기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제주 역시 마찬가지다. 김학범 감독이 9월 말 성적 부진과 분위기 쇄신을 목적으로 자진 사임했다. 당시 팀은 7경기 연속 승리가 없었고 2시즌 연속 파이널A 진출이 좌절되며 침체된 흐름을 끊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김정수 감독대행 체제 첫 경기였던 수원 FC전에서 베테랑과 주전 선수 4명이 한 경기에서 모두 퇴장당하는 K리그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경기에서도 최상 전력으로 맞서지 못하면서 동력을 잃었다. 감독 사임 이후에도 제주는 최근 5경기에서 1승 1무 3패에 그치며 반등하지 못했다.

한편 최하위 대구는 이미 잔류를 확정한 8위 안양(승점 48점)을 홈에서 상대한다. 안양은 특별한 동기부여가 없는 상대다. 37라운드에서 홈 최종전까지 치러 이날 경기에서는 그동안 기회를 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많이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는 무조건 이겨야 제주-울산전 결과에 따라 12위를 탈출하고 승강플레이오프로 나설 기회를 노릴 수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