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플레이오프(준PO) 무대에서 맞대결 하는 이숭용 SSG 감독(54)과 박진만 삼성 감독(49)은 과거 현대 유니콘스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30년 인연이다. 박 감독이 고졸 신인으로 현대에 입단한 1996년, 대졸로 입단한 이 감독은 3년 차였고 그해 완전한 주전으로 발돋움 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인연은 사령탑이 된 뒤 올해 준PO에서 첫 가을야구 맞대결로 이어졌다.

이 감독은 9일 인천에서 삼성과 준PO 1차전을 앞두고 그 오랜 인연에 대해 “박 감독 결혼도 제가 시켰다”고 껄껄 웃었다. 이 감독은 “박 감독의 배우자를 내가 소개해줬다”라며 “현역 시절에도 박 감독은 특별히 많이 좋아했던 후배다. 이렇게 감독이 돼서 상대 팀 사령탑으로 만나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박 감독이 기억하는 인연도 다르지 않다. 박 감독은 “(현대) 입단할 때부터 이 감독님을 따라다니면서 프로의 분위기를 익혔다. 모르는 게 많아서 이 감독님께 정말 많은 걸 물어봤다.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프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선배다. 밥도 엄청 많이 얻어먹었고, 집에 찾아가서 자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이 밝힌 ‘중매’ 인연에 대해서도 박 감독은 “오래된 일인데 덕분에 결혼 생활 잘하고 있다. 많이 고맙다”고 크게 웃으면서 “연애할 때 이 감독님과 같이 다닌 적도 많고 여러 추억이 많다”고 말했다.

인연은 인연이고, 승부는 승부다. 두 사령탑이 가을 야구에서 마주하는 것은 처음이다. 박 감독은 부임 첫해였던 지난해 정규시즌 2위로 한국시리즈까지 치렀지만, 이 감독은 5위 결정전에서 탈락해 가을 무대를 밟지 못했다.

박 감독은 “선수 때부터 좋은 기억이 많지만 지금은 상대로서 이겨야 하는 상황이다. 운동장에서 그런 감정은 접어두고, 이 감독님과 전략 싸움에서 이기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인천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