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야구대표팀이 체코와 두 차례 평가전에서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으며 기분 좋게 마무리했지만, '김서현 살리기'는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국은 체코에 딱 한 점만 내줬는데 그 실점을 기록한 투수가 김서현이었다.

류지현 감독은 체력 문제를 언급하면서도 김서현을 중용할 의사를 피력했다. 김서현 역시 피치클록 적응 등 어려움이 있었으나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고 반등을 자신했다.

야구대표팀은 8일과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한 체코와 평가전에서 2승을 쓸어 담았다. 1차전에서는 7명의 투수가 삼진 17개를 잡으며 3-0으로 이겼고, 2차전에서는 타선이 폭발해 11-1 대승을 거뒀다.

체코는 객관적 전력에서 몇 수 아래지만, 내년 3월 열리는 '세계 최고의 야구 국가대항전'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이 격돌할 첫 상대다.

체코의 전력을 가늠하면서 압승으로 우리나라 젊은 선수들의 자신감을 불어넣었다는 점은 의미 있는 수확이었다.

다만 2차전 세 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한 김서현이 고전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의 큰 함성과 응원을 받으며 마운드에 오른 김서현은 ⅔이닝 1피안타 2볼넷 1실점으로 흔들렸다.

2사 1, 3루에서 프로콥에게 좌중간 적시타를 맞으며 이닝을 끝내지 못했다. 투구수(21구)가 20개를 넘어가자, 류 감독은 정우주로 투수를 교체했다.

대표팀은 이번 평가전에서 선발 투수와 두 번째 투수가 2이닝씩을 소화했고, 이후 출격한 불펜 투수들이 1이닝씩을 책임졌다. 이닝을 끝내지 못하고 중간에 투수가 바뀐 건 김서현이 유일했다.

김서현은 지난달 정규시즌 최종전과 포스트시즌에서 총 5개의 피홈런을 기록하는 등 안정감이 떨어졌는데, 국가대표 평가전에서도 스트라이크(11개)와 볼(10개)의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난조를 보였다.

야구대표팀은 두 번의 평가전이 더 남았다. 15일과 16일 도쿄돔에서 또 다른 WBC 상대인 일본과 격돌한다. 2023 WBC 챔피언인 일본은 한국보다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는 '강팀'이다.

사령탑은 일본전에서 가용할 수 있는 투수들을 모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김서현도 전력 외가 아니다. 류 감독은 "김서현을 (일본전에서도) 일정대로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개운치 않은 결과지만, 그래도 선수는 긍정적으로 자기 투구를 돌아봤다.

김서현은 "(한국시리즈를 마치고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까지) 휴식 기간이 있었다. 대표팀에 온 뒤에도 회복 훈련 일정을 잘 짜주셔서 몸 상태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변화구 없이 직구만 던진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시리즈 4차전 때 변화구 제구가 좋지 않았다. 투구 폼에서도 변화구를 던질 때 티가 나는 것 같아서 직구만 택했다"고 설명했다.

김서현의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6㎞로 측정됐고, 가장 느린 공도 시속 150㎞였다. 그는 "구속이 잘 나온 것 같아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KBO리그보다 투구 간격이 빨라진 피치클록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평가전은 WBC 규정을 적용해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15초, 주자가 있을 때 18초 안에 투구해야 한다. KBO리그는 주자가 없을 때 20초, 주자가 있을 때 25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한다.

김서현은 "쉴 틈 없이 공을 바로바로 던져야 한다. 피치클록 규정을 위반하지 않으려고 신경 쓰다 보니 볼도 많아졌다"고 고백했다.

전체적으로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김서현은 일본전에서 더 좋아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포스트시즌보다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크지 않고, 구속도 올라왔다. 자신감을 가지고 상대 타자와 공격적으로 대결하려 했다"며 "포스트시즌 때보다는 훨씬 낫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 타자와 빨리 겨뤄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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