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덕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넥스트 손흥민'의 잠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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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매치 5경기 만에 2골 2도움... 외신도 인정한 '한국축구 신성' 배준호는 누구?
[이준목 기자]
▲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 손흥민과 공격수 배준호가 13일 오후(현지시간) 쿠웨이트 자베르 알 아흐메드 국제 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5차전 공식 훈련 도중 물을 마시다 대화하고 있다. 태극전사들은 14일 오후 쿠웨이트를 제물로 승점 3점 확보를 위한 경기를 치른다. |
ⓒ 연합뉴스 |
배준호는 지난 6월 생애 처음으로 남자축구 A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이후 첫 A매치 5경기 만에 벌써 2골 2도움을 기록하며, 역대 새내기 태극전사를 통틀어 가장 임팩트 있는 데뷔 첫 해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사실 그는 이미 예고된 스타에 가깝다. 대구 출신으로 대구FC 유스팀을 거쳐 평택 진위고로 진학해 고교 무대를 평정하면서 일찌감치 독보적인 고교 랭킹 1위의 특급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2022년 대전하나시티즌을 통해 프로에 데뷔할 당시 '허카우터'로 불릴 만큼 선수 보는 안목에 정평이 난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당시 대전 이사장)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배준호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며 영입을 주도한 일화 역시 유명하다.{adsense:ad1}
배준호는 2023 FIFA 아르헨티나 U-20 월드컵에서 총 6경기에 출전해 '김은중호' 4강 신화의 주역으로 활약을 펼치며 처음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 특히 당시 에콰도르와의 16강전에서는 1골 1도움을 터뜨리는 원맨쇼로 외신들에게까지 극찬을 받았다.
U-20 월드컵과 K리그에서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그는 여러 유럽팀들의 관심을 받았고, 결국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스토크시티FC로 이적하며 20세의 나이에 유럽파의 반열에 올랐다. 배준호는 데뷔 첫해 39경기에 출전해 2골 6도움을 기록하며 스토크시티 구단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다. 스토크시티는 비록 챔피언십에서 하위권에 그쳤지만, 그는 잉글랜드 무대에서도 기량이 통한다는 것을 첫 해 만에 증명했고, '스토크의 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만큼 최고의 영입으로 인정 받았다.
대표팀이 위기일 때, 혜성처럼 나타나 '즉시전력' 입증
한편으로 올해 배준호에게 유일하게 아쉬운 순간이라면, 병역 혜택이 걸려 있던 올림픽 본선에 나설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황선홍 당시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올림픽 본선 티켓이 걸려 있던 2024 AFC U-23 챔피언십에서 배준호의 발탁을 원했으나, 당시 3부 강등 위기에 몰려있던 스토크시티는 에이스의 차출을 끝내 거부했다.
스토크시티는 결국 강등을 면했지만 배준호가 빠진 황선홍호는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에 덜미를 잡혀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돼 희비가 엇갈렸다. 역설적으로는 스토크시티와 국가 대표팀 양쪽에서 모두 배준호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확인한 장면이었다.
▲ 2023년 6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U20 월드컵 활약 K리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선수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김준홍(김천상무), 배준호(대전하나시티즌), 이승원(강원FC), 이영준(김천상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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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6월 1일(현지시간) 오후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전 한국과 에콰도르의 전반전 경기에서 배준호가 두 번째 골을 넣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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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요르단-이라크와의 10월 2연전은 축구 대표팀에게는 북중미월드컵을 향한 최대 고비로 여겨진 승부처였다. 마침 대표팀은 에이스 손흥민이 부상으로 아예 차출이 불발된 데 이어, 요르단전에서는 경기 도중 황희찬과 엄지성까지 연이어 부상을 당하며 큰 전력 누수에 처했다.{adsense:ad1}
이런 가운데 배준호는 위기의 대표팀에서 중요한 순간에 '슈퍼 서브'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요르단과의 원정 경기에서 51분에 부 상당한 엄지성을 대신해 교체 출전한 배준호는 짧은 시간에 요르단의 측면을 흔들어 놓으며 경기흐름을 바꿔놓았고, 오현규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도움까지 기록했다. 이어 이라크와의 홈경기에서는 손흥민의 자리였던 왼쪽 윙어로 나서 A매치 첫 선발 출전을 기록했고, 전반 41분 오세훈의 득점을 어시스트해 2경기 연속 도움을 달성했다.
10월 A매치를 통해 자신이 충분히 즉시전력감임을 증명해낸 그는 11월 A매치 2연전에서도 당당히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5일 쿠웨이트전에서는 후반 17분 교체 출전해 29분 황인범의 패스를 이어받아 추가골을 터뜨리며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달성했다.
당시 쿠웨이트의 만회골로 쫓기는 흐름이었던 한국은 배준호의 쐐기골로 덕분에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고, 결국 경기를 3-1 승리로 마무리지으며 쾌조의 4연승 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다.
ESPN "손흥민과 비슷한 수준 도달할 가능성 높은 선수"
한국 축구에서 배준호의 상승세가 더욱 고무적인 것은, A대표팀의 세대교체를 이끌 2000년대생의 핵심 자원이자, 현재 부동의 에이스인 '손흥민의 후계자'로까지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배준호는 A대표팀에서는 주로 손흥민의 포지션인 왼쪽 윙어 자리에 기용됐고, 직접적으로 비교당할 수밖에 없는 부담 속에서도 빼어난 활약으로 손흥민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워줬다. 쿠웨이트전에서 PK로 통산 50번째 득점을 기록한 손흥민에 이어, 교체 투입된 배준호가 나란히 골을 기록한 장면은, 마치 '한국축구의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상징처럼 보여지며 많은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오랫동안 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해온 손흥민은 최근 연이은 부상을 당하며 주춤했고, 나이도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하면서 관리가 필요해진 시점이다. 때맞춰 혜성처럼 등장한 배준호의 약진은, 대표팀이 손흥민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여가면서도 더욱 다양해진 공격 옵션을 갖출 수 있게 된 원동력이다.
배준호는 플레이스타일상 전성기의 에덴 아자르(은퇴)를 떠올리게 한다. 폭발적인 드리블과 플레이메이킹, 탈압박, 공간침투능력은 배준호의 최대 강점이다. 한국 선수들 중에서는 2살 위의 이강인과 더불어 흔히 찾아보기 어려운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친다는 평가다.
▲ 14일 오후(현지시간) 쿠웨이트 자베르 알 아흐메드 국제 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5차전 한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한국 축구대표팀의 배준호가 팀의 세 번째 골을 성공한 뒤 동료들과 자축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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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ESPN이 쿠웨이트전에서 손흥민과 배준호의 활약상을 나란히 비교한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매체는 "21세의 배준호는 한국 대표팀에서 50골을 기록한 손흥민과 마찬가지로, 공격 어느 포지션에서든 역할을 소화할 수 있고 특히 왼쪽 측면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인다"고 분석하며 "지금은 선배들의 백업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A매치 5경기만에 벌써 2골을 넣을 만큼 당장 팀에 기여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언젠가 손흥민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선수"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표팀은 최근 배준호와 더불어 젊은 선수들의 약진이 큰 활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손흥민과 함께 대표팀 공격진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필두로 오현규(헹크), 이태석(포항스틸러스), 이현주(하노버96), 정우영(우니온 베를린), 이기혁(강원FC) 등이 현재 대표팀에서 활약 중이다. 이번에는 소집되지 않았지만, 10대 선수중 최고 유망주로 꼽히는 양민혁(18, 강원FC) 같은 자원들도 있다.
올 한해 아시안컵 사태와 올림픽 감독 선임을 둘러싼 여러 가지 구설수로 홍역을 치른 한국 축구가 최근 A매치 연승행진 속에서 배준호 같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확인했다는 건 분명 의미있다.
남자축구 대표팀은 오는 19일 요르단 암만국제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과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6차전을 치른다. 올해 마지막 A매치다. 그 누구보다 뜨겁고 찬란한 한 해를 보낸 배준호가, 다시 한번 팔레스타인전에서 공격포인트 행진을 이어가며 자신의 A매치 데뷔 첫해 피날레까지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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