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손'도 흔들… 홍명보, '세가지 메시지'로 히딩크 모델 삼나 [스한 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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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9월 A매치에 나설 남자 축구 대표팀의 명단 발표 기자회견은 충격의 연속이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의 외국 태생 혼혈 선수인 옌스 카스트로프의 발탁 외에도 유일한 프리미어리거인 황희찬의 제외, 그리고 손흥민을 주장직에서 내리는 것은 물론 역할 변화 가능성까지 언급한 홍명보 감독의 발언은 월드컵 진출을 확정한 대표팀이 2026 북중미 대회를 향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보여주는 명확한 메시지가 됐다.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거스 히딩크 감독이 무명 대학생이던 이천수·차두리와 갓 프로에 데뷔한 박지성을 선발하는 한편, 하석주·김도훈·이동국 등 기존 붙박이들을 과감히 제외했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또 '영원한 주장'으로 불리던 자신, 홍명보마저 대표팀에서 제외할 정도로 충격적인 변화 끝에 4강 신화를 만들어낸 것처럼, 홍 감독 역시 '당연한 것들'을 다시 재정비하려는 듯하다.

▶혼혈이라도 뽑을 수 있다는 메시지
사실 22세의 옌스 카스트로프는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는 것 외에 한국과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삶을 살아왔다. 독일 청소년 대표팀에서 주목받으며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독일 2부리그팀인 뉘른베르크에서 4시즌 동안 활약한 것이 전부.
올시즌을 앞두고 묀헨글라트바흐를 이적하며 드디어 분데스리가 데뷔를 이룬 옌스는 대표팀에서 확고한 주전인 황인범과 짝을 이룰 중앙 미드필더 경쟁자로 발탁됐다.
냉정하게 분데스리가에서 오래 활약 중인 정우영도 선발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제 막 분데스리가 무대를 밟은 옌스가 선발된 건 단순히 실력 때문이 아닐지 모른다. 한국말조차 잘 하지 못하고 한국 축구와 어떤 인연도 없으며 월드컵 진출에 어떤 기여도 하지 않은 옌스를 뽑은건 선수단에 '세계를 뒤져서라도 누구라도 뽑을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기 좋은 메신저일지 모른다.
마치 히딩크 감독이 프로도 아니었던 이천수, 차두리, 현영민을 대학생 신분임에도 선발하고 막 프로에 데뷔한 '무명'의 박지성을 뽑은 것처럼 그동안의 공헌도를 떠나 오직 실력만 보겠다는 선언으로 볼 수 있다.

▶'유일 EPL' 황희찬도 뺄 수 있다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진출이 확정된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월드컵 직전에 가장 몸상태가 좋은 선수"를 뽑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곧 남은 9개월동안 소속팀 경기에서 꾸준히 나오며 맹활약한 선수인지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
이 말에 대한 '본보기'는 전세계 최고리그 EPL에서 뛰는 유일한 한국 선수인 황희찬이 됐다.
2023-2024시즌 EPL에서 29경기 12골이라는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황희찬은 그러나 지난 시즌 부상과 부진이 겹쳐 21경기 2골에 그쳤다. 올시즌 역시 울버햄튼의 주전 경쟁에 밀려 개막 후 리그 2경기에 교체출전했지만 출전시간은 8분과 12분에 지나지 않는 상황. 27일 열린 리그컵 경기에서도 선발로 나왔지만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등 아쉬웠다.
이렇게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라고 판단된 건지 홍 감독은 황희찬을 제외하는 강수를 뒀다. 대표팀 내 리더격이자 유일한 EPL 소속 선수라는 타이틀이 있는 황희찬을 뺀다는건 선수단에 큰 충격이 됐을 것이다. 'EPL도 몸상태가 안되면 뺀다'는 메시지.
마치 히딩크 감독이 2002 월드컵 당시 기존에 대표팀 발탁이 당연했던 하석주, 강철, 이동국 등을 제외하며 '당연한건 없다'는 메시지를 선수단에 줬던 것처럼 말이다.

▶손흥민 주장-역할 변화 가능성
기자회견에서 가장 주목받은 말은 단연 손흥민 관련이었다. 주장 교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홍 감독은 "그 부분은 저희가 계속 생각하고 있다"며 "개인을 위해서, 팀을 위해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다. 꾸준히 고민 중"이라고 답한 것.
2018 러시아 월드컵 종료 이후부터 무려 7년간 대표팀 주장은 늘 '손흥민'이었다. 이를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홍 감독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며 월드컵 9개월을 앞두고 7년간 해왔던 주장이 바뀔 수도 있음을 시사했기에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마치 2002 월드컵을 앞두고 히딩크 감독이 자신을 대할 때와 비슷하다. 당시만 해도 홍명보가 주장이라는 것에 어떤 국민도 의심하지 않았다. 대표팀의 주장은 언제나 홍명보로 당연시됐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홍명보를 대표팀에서 제외하고 주장직을 유상철에게 넘기는 등 파격적인 행보로 '당연한 것'을 뒤흔들었다.
이에 각성한 홍명보는 대표팀에 다시 돌아와 '철의 3백'의 중심으로 4강 신화의 주역이 됐다.
홍명보 감독이 정말 손흥민을 주장에서 제외할까. 실제 '제외'보다는 선수단, 그리고 손흥민에게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주장직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메시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생애 마지막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손흥민에게 대표팀과 주장직은 천금과도 같을 것인데 이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로 남은 9개월간 분발을 요구하는 것.
자신이 히딩크 감독에게 그렇게 겪어봤고 각성했기에 24년이 흘러 똑같이 손흥민의 각성을 촉구하는 것. 결국 손흥민 없는 대표팀은 생각할 수 없기에 이번 기회에 팀 기강 재정립을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단계의 시작을 앞두고 두 번의 실패를 겪지 않으려는 홍명보 감독. 당연한 것들을 재고했던 히딩크 감독의 가르침을 '월드컵 홍명보호'가 출항하기 전 되새기기 위해 명확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선수단에 전달했다. 과연 항해가 끝났을 때 이 메시지가 옳았는지는 9개월 뒤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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