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현장] '12년, 어쩌면 21년의 기다림' 안양, 마침내 '연고지 악연' 서울에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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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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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서울] 김희준 기자= 안양이 창단 12년 만에 가장 짜릿한 복수에 성공했다.
지난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5 28라운드를 치른 안양이 서울에 2-1로 이겼다. 안양은 승점 33으로 리그 9위까지 올라섰고, 서울은 승점 40으로 5위에 머물렀다.
안양과 서울은 연고지와 관련한 악연으로 얽혀있다. 1996년부터 서울 연고 공동화 정책으로 서울을 떠나 안양을 연고로 하던 LG치타스(현 FC서울)는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서울 공동화 정책이 폐지되자 2004년 서울로 자리를 옮겼다. 자신이 응원하던 팀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안양 팬들은 절망했고, 그때의 한이 2013년 창단된 안양에 투영돼 지금까지 계승됐다. 당시 안양시장이었던 최대호 구단주는 K리그1으로 승격해 반드시 서울을 잡아내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올 시즌은 그 바람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안양은 유병훈 감독의 지도 아래 지난해 K리그1 승격을 이뤄내 올해 K리그1에서 서울을 마주했다. K리그1 미디어데이부터 서울의 김기동 감독과 '연고 이전'이냐, '연고 복귀'냐를 두고 불꽃 튀는 설전을 했다.

승리는 쉽지 않았다. 2월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K리그1의 벽을 실감했다. 개막전 울산HD를 1-0으로 잡은 기세를 몰고자 노력했으나 린가드와 루카스에게 연달아 실점하며 고개를 숙였다. 후반 추가시간 2분 최성범의 만회골은 아주 작은 위로밖에 되지 않았다.
5월 6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맞붙은 홈경기에서도 끝내 웃지 못했다. 안양은 후반 6분 마테우스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지만, 후반 35분 문선민의 슈팅을 막지 못해 1-1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안양은 승리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안양 선수단은 평소 경기를 마치고 이틀 휴식을 취하지만, 이번에는 하루만 휴식하고 훈련을 진행했다. 강등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 상황에 대한 극약처방이기도 했고, 특히 서울이라는 라이벌을 상대로 더욱 의지를 불태우겠다는 욕망의 발현이기도 했다.
유 감독도 어쩌면 올 시즌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서울과 경기를 이겨 팬들과 약속을 지키겠다고 공언해왔다. 직전 대전하나시티즌과 경기에서도 그렇고, 이번 경기를 앞두고도 취재진을 만나 "오늘은 중위권으로 갈 수 있는 기회고 서울전 첫 승리 기회도 있다. 선수들에게 승리에 부담을 가지라고 이야기했다"라며 "팬들이 오늘 경기를 한 경기 이상의 의미로 생각한다는 건 선수단도 분명 잘 알고 있다. 시즌 시작할 때 서울전 1승 약속을 이룰 기회가 오늘인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안양이 서울 상대 1승의 꿈을 향해 나아갔다. 전반 4분 마테우스가 페널티박스 안으로 절묘하게 올린 크로스를 토마스가 가슴 트래핑으로 받아 수비를 제친 뒤 골키퍼 옆으로 향하는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토마스를 공격적으로 기용한 게 효과를 봤다.
하지만 서울전 1승을 위한 여정은 마냥 녹록치 않았다. 서울은 후반 3분 김진수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가 조영욱과 이창용을 지나쳤고, 이것이 권경원의 자책골로 이어지면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마침내 승리의 여신이 안양에 미소지었다. 후반 34분 상대 패스미스를 가로챈 토마스가 마테우스에게 패스를 건넸고, 마테우스가 훌륭한 타이밍에 야고에게 공을 건넸다. 야고가 페널티박스에서 시도한 첫 번째 슈팅은 최철원 골키퍼가 막아냈지만, 흘러나온 세컨볼을 모따가 골문 안으로 밀어넣었다. 모따는 안양 팬 앞에서 빅토르 요케레스의 '베인 세리머니'와 엘링 홀란의 '명상 세리머니'로 기쁨을 만끽했다.
안양은 서울에 2-1 승리를 거뒀다. 서울 원정에서 역사상 서울 상대 첫승을 거둔 선수단과 안양 원정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기쁨을 만끽했다. 창단 이후 12년, 연고 이전 이후 21년 만이었다. 안양은 '우리는 자랑스런 안양시민구단입니다!'라는 걸개를 꺼내들었다. 안양LG치타스 시절 홍보 현수막에 있던 '안양치타스는 자랑스런 안양시민구단입니다!'를 차용한 문구였다. 이날만큼은 FC안양이 모든 안양 팬들에게 진정 자랑스런 '안양시민구단'이었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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