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주석은 '울고', 김하성은 '웃는' KBO의 FA ‘악법’ [김대호의 야구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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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석 김하성, 한-미 FA의 전혀 다른 상황
하주석-빼어난 활약에도 FA 자격 못 갖춰
김하성-잠깐 활약에 FA 대형 계약 가능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하주석(31)은 요즘 한화 이글스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공-수에서 하주석 만큼 든든한 존재가 없다. 특히 심우준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안정된 유격수 수비는 물론 톱타자로 나서 꾸준히 3할대 타율을 기록했다. 심우준이 복귀한 뒤엔 2루수로 한화 내야를 지휘하고 있다. 하주석이 아니었다면 한화가 지금처럼 1,2위를 다툴 수 있었을지 아찔할 정도다.
하지만 불과 8개월 전만 해도 하주석은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한화는 하주석을 내칠 심산이었다. FA(자유계약선수) 유격수 심우준을 4년 50억 원에 영입하면서 팀 내 FA인 하주석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결국 하주석은 지난 1월 8일 연봉 9000만 원에 옵션 2000만 원 등 총액 1억 1000만 원에 1년짜리 FA 계약을 했다.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하주석의 ‘고난의 행군’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하주석은 이번 시즌 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둬도 다시 FA 계약을 하기 위해선 3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때까진 해마다 1년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3년 뒤 성적이 떨어지면 FA 계약 보장이 없다.
눈을 미국으로 돌려보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이적한 김하성(29)이 상한가를 치고 있다. 애틀랜타 유니폼을 입기 무섭게 역전 홈런을 날리는 등 깜짝 활약을 펼쳤다. 애틀랜타는 벌써 김하성을 잡기 위해 장기 계약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김하성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다시 얻는다.
김하성은 2024년 탬파베이 레이스와 2년 2900만 달러(403억 원)에 FA 계약했다. 여기엔 1년 뒤 옵트아웃(계약파기 권한) 조항이 포함돼 있어 2025시즌 뒤 FA 자격이 생긴다. 탬파베이는 고액 연봉의 김하성이 잦은 부상으로 팀에 도움이 안 되자 지난 3일 방출했다. 잠깐의 존재감으로 김하성은 애틀랜타 잔류 또는 FA 재신청 등 두 손에 ‘꽃놀이 패’를 들게 됐다.
하주석과 김하성의 차이는 무엇일까. 한국야구위원회(KBO)의 FA 재자격 취득 기간 ‘4년’이 선수들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KBO는 FA 계약을 맺으면 기간, 액수와 관계없이 4년을 더 뛰어야 FA 자격을 다시 얻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주석처럼 1년 FA 계약을 하면 이후 3년간은 해마다 계약을 새로 맺어야 한다. 지난해 어깨 수술을 한 김하성이 KBO리그에 있었다면 FA 신청은 꿈도 못 꿨을 것이다.
FA 재취득기간 4년은 선수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고, 팀 간 활발한 선수 이적에 방해 요소가 되고 있다. 또한 중고참 B,C급 선수들은 갈 곳을 잃고 유니폼을 벗는다.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이 제도는 구단의 이익만 추구하는 대표적인 ‘악법’이다.
NC 다이노스 외야수 권희동은 2023년 FA를 신청했으나 9000만 원에 1년 계약했다. 전년도 연봉이 1억1000만 원이었는데 2000만 원이 깎인 것이다. 이후 2024년 1억5000만 원, 2025년 2억2500만 원에 1년씩 재계약하고 있다. 권희동은 4년 재자격 요건 때문에 2026년을 마쳐야 FA 신청이 가능하다.
고액 연봉 선수들은 FA 재자격 취득 기한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장기 계약으로 모셔갈 팀이 줄을 서고 있다. 반면 하주석 권희동 같은 B등급 또는 C등급 선수들은 갈 곳이 없다. 이들에게 단기 계약의 길을 열어 준다면 자유롭게 팀을 옮겨 다닐 수 있다. 구단 입장에서도 갑작스럽게 전력에 구멍이 생겼을 경우 베테랑 선수를 영입해 급한 불을 끄고 다음 시즌 새로운 구상을 할 수 있다. 구단에선 FA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이 조항의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4년 미만의 FA 계약을 할 수준의 선수라면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
구단 사장으로 구성된 KBO 이사회는 제도 개선에 대해 논의조차 안 하고 있다. 당장 지출을 걱정해서다. 프로야구선수협회 역시 이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고 있다. 스타급 선수, 다시 말해 힘 있는 선수들이 선수협회를 장악하고 있어서다.
daeho902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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