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최대 강점이었던 선발진, 그것도 ‘원투펀치’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가 1~2차전에 도합 11실점으로 무너질 줄은 누구도 몰랐다. 폰세의 6실점, 와이스의 9피안타 모두 시즌 때 한 번도 없었던 일인데 포스트시즌에서 연이틀 발생했다. 한화로선 당혹스러운 가을이다. 

한화는 1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벌어진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2차전에서 3-7로 패했다. 1회 루이스 리베라토의 솔로 홈런으로 선취점을 냈지만 선발 와이스가 4이닝 9피안타 2볼넷 4탈삼진 5실점으로 무너지며 역전패했다. 

전날(18일) 1차전에선 장단 15안타를 폭발한 타선의 힘으로 9-8 재역전승을 거두며 기선 제압했지만 2차전을 내준 한화는 삼성과 시리즈 전적 1승1패로 균형이 맞춰졌다. 

한화로선 1~2차전 모두 예상을 벗어난 일이 벌어졌다. 1차전에선 천신만고 끝에 승리했지만 ‘에이스’ 폰세가 6이닝 7피안타(1피홈런) 1볼넷 8탈삼진 6실점(5자책)으로 흔들렸다. 시즌 때는 5실점이 개인 한 경기 최다 실점으로 6실점 허용은 없었다. 2회 3점, 3회 2점, 4회 1점으로 3이닝 연속 실점한 것도 폰세에겐 처음이었다. 수비 실책도 하나 있긴 했지만 삼성 타자들의 폰세의 공에 정타를 만들어내며 집중 공략했다. 

4회까지 6점을 준 폰세는 6회까지 2이닝을 더 던지며 버텼다. 타선 지원에 힘입어 승리투수가 되긴 했지만 이날 2차전 와이스는 그렇지 않았다. 1회는 삼자범퇴로 시작했고, 2회 안타 2개가 있었지만 실점 없이 막은 와이스는 3회에만 4실점 빅이닝을 허용하며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졌다. 4회에도 장타를 맞고 추가 실점하며 9개의 안타를 얻어맞았다. 시즌 때 피안타율 2위(.197)였던 와이스는 최다 피안타가 8개였다. 안타를 잘 맞지 않는 선수인데 난타를 당했다. 

3회 선두타자 류지혁을 7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낸 게 불행의 씨앗. 이어 김지찬에게 우중간 안타를 맞아 이어진 무사 1,2루에서 김성윤이 번트 실패 후 타격으로 전환해 좌전 안타를 치며 무사 만루가 됐다. 구자욱을 2루 땅볼 유도하며 1루 선행 주자가 아웃된 사이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오며 1-1 동점. 계속된 1사 1,3루에서 와이스는 르윈 디아즈에게 결정타를 맞았다. 1-2 유리한 카운트를 점했지만 디아즈가 5구째 몸쪽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우측 라인선상 떨어지는 1타점 2루타로 장식했다. 흔들린 와이스는 김영웅에게도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맞으며 추가 실점했다. 

4회에도 선두타자 류지혁을 8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낸 것이 발단이 됐다. 김성윤의 좌전 안타로 이어진 2사 1,3루에서 디아즈에게 우측 펜스를 원바운드로 맞히는 큼지막한 1타점 2루타를 맞고 5실점째. 1루 주자 구자욱이 3루를 돌았으나 멈춤 사인을 낸 이종욱 3루 베이스코치와 사인이 맞지 않았는지 그대로 태그 아웃되며 이닝이 끝났다. 아니었으면 교체되거나 추가 실점을 할 수 있는 흐름이었다. 

이날 와이스의 총 투구수는 84개로 최고 시속 156km, 평균 151km 직구(45개)를 비롯해 스위퍼(18개), 커브(11개), 체인지업(10개)을 던졌다. 피안타 9개 중 6개가 직구로 삼성 타자들이 빠른 공에 타이밍을 잘 맞췄다. 좌타자만 무려 7명을 배치한 삼성은 와이스 상대 9개의 안타 모두 좌타자들이 떄렸다. 1회 체인지업으로 김지찬, 김성윤을 연속 헛스윙 잡을 때만 해도 좌타자 상대 대처가 좋았지만 2회부터 조금씩 빠지는 공들이 나오며 제구가 흔들리더니 난타를 당했다. 

대전 홈에서 1승1패는 한화의 계산에 어긋난 결과다. 오히려 흐름은 삼성으로 넘어갔다. 3~4차전을 대구 홈에서 치르는 삼성은 원태인과 아리엘 후라도가 선발 등판한다. 한화도 류현진과 문동주가 나설 수 있기 때문에 선발투수 매치업은 대등하지만 타선 쪽에서 삼성이 유리하다. 타자 친화적인 ‘라팍’에서 삼성 타자들의 장타력이 극대화된다는 점에서 한화가 불리함을 안고 치러야 한다. 

한화로선 21일 열리는 3차전 선발 류현진의 역할이 막중하다. 류현진은 올 시즌 26경기(139⅓이닝) 9승7패 평균자책점 3.23 탈삼진 122개로 활약했다.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10승은 아깝게 놓쳤지만 9월 마지막 4경기(23이닝) 3승 평균자책점 1.96 탈삼진 22개로 흐름이 좋았다. 지난달 26일 대전 LG전을 끝으로 10승 도전을 포기하고 가을야구 준비에 초점을 맞춘 류현진은 24일간의 긴 휴식을 갖고 3차전에 나선다. 그 사이 지난 14일 상무와의 연습경기에서 3이닝 55구를 던지며 실전 점검을 했다. 

삼성 상대로는 올해 2경기(10이닝) 1승 평균자책점 4.50 탈삼진 8개로 썩 좋진 않았다. 지난 4월5일 대구 경기에선 5이닝 8피안타(2피홈런) 1볼넷 2탈삼진 4실점으로 고전했지만 5월6일 대전 경기에서 5이닝 4피안타 3볼넷 1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했다. 

류현진은 한화가 마지막으로 가을야구 시리즈를 승리한 2007년 준플레이오프 때 MVP였다. 당시 1차전 선발로 6⅔이닝 동안 128구를 던지며 8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한 류현진은 이틀 쉬고 열린 3차전에도 구원 등판, 3⅓이닝 55구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1실점 홀드를 따냈다. 2경기 183구 10이닝 11탈삼진 1실점 평균자책점 0.90으로 MVP를 받았다. 그로부터 18년의 세월이 흘러 한화는 또 류현진에게 기대를 건다. 20세 막내에서 38세 최고참이 된 류현진이 한화를 또 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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