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은 너무 멀었나…빅4 없는 LPGA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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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도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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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전남 해남의 파인비치 골프장에서 개막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챔피언십에는 세계 1위 지노 티띠꾼(태국), 2위 넬리 코다(미국), 4위 리디아 고(뉴질랜드), 5위 찰리 헐(잉글랜드) 등 최상위권 선수들이 대거 불참했다. LPGA 투어의 ‘아시안 스윙’은 상위 랭커에게 흔히 ‘꿀 대회’로 통한다. 항공료·숙박비 등 비용 대부분을 주최 측이 부담하고 컷 탈락도 없어 부담 없이 참가해 상금을 챙길 수 있어서다. 한국은 ‘K팝 데몬 헌터스’ 등 K콘텐트 인기 덕에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불참의 직접적인 이유는 위치 문제다. 접근성이 좋지 않다. 인근 무안공항이 사고 여파로 재개장하지 않아 전세기를 띄울 수 없다. 지난주 중국 상하이 대회를 마친 선수들은 인천공항에서 전세 버스로 꼬박 5~6시간을 이동했다. 골프장 자체의 매력은 충분했다. 첫날 8언더파를 친 린디 던컨(미국)은 “골프장이 정말 아름답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페블비치와 닮았다. 멀더라도 충분히 올 만한 곳”이라고 칭찬했다.
접근성 외에도 일부 최상위권 선수들이 한국 대회를 꺼리는 이유는 또 있다. 한국 선수와 치열하게 경쟁한 끝에 뼈아픈 패배를 경험했거나 현지 분위기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다.
LPGA의 일인자였던 카리 웹은 1996년 제일모직 로즈 오픈 출전 당시 스코어카드에 서명하지 않아 실격당했다. 그는 “실수였다”고 해명했지만, 소란스러운 갤러리에 불만을 품고 일부러 그랬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듬해에 경기 포천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했다가 전차부대 훈련에 길이 막혀 난처한 상황도 겪었다. 웹은 이후 15년간 한국을 찾지 않았고, 2011년에 한 차례 출전한 뒤 다시 오지 않았다. 한때 세계 1위였던 스테이시 루이스도 BMW 챔피언십의 전신인 하나외환 챔피언십에 2013년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기 중 휴대폰 촬영 소음에 집중이 깨진 경험 때문이다.
현재 LPGA 투어의 정상급 선수 상당수가 한국 기업 후원으로 성장했다. 대회에 불참한 티띠꾼은 하나금융, 코다는 한화, 헐은 패션 브랜드 JDX와어뉴의 후원을 받았다. 무명 시절에 한국 기업의 지원은 큰 힘이 됐지만, 세계적 스타가 된 지금은 입장이 바뀌었다. 코다는 오는 23일 경기 고양 뉴코리아 골프장에서 열리는 한화 인터내셔널 크라운에도 불참한다.
한편 이번에 리디아 고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다. 남편의 가족기업인 현대자동차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 경쟁사인 BMW가 주최 대회라서 ‘가정사’를 고려해 이번 대회에 불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1라운드에서 김세영이 코스레코드를 2타 경신한 10언더파를 쳐 선두에 나섰다. 김세영은 “고향이 무안·영암 쪽이라 사촌과 팬들이 많이 응원을 와서 힘이 났다. 그 힘으로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남=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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